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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작은 서가

[쿠로바스&나츠메] 여름 그림자 1

by 깜냥이 2014. 11. 26.

이름도 없는 주제에 후배들이 귀엽습니다.
후배들이 귀엽습니다.
세이린같은 선배나 후배가 있다면 평생 고딩이고 싶어요...
길이는 짧습니당! 사실 안개꽃이 조아라에서 연재하다보니 분량과 요일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여름 그림자는 좀 짧게 가끔 올라 올 예정이에요!!




비교적 선선한 새벽에는 외주를 돌고 오전에는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체육관 안에서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첫 합숙이니 만큼 훈련 강행군을 버티지 못하는 탈락자가 속속들이 나타났고 그나마 2학년인 저와 동급생들은 그나마 적응이 되어 침착하게 훈련을 계속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가장 먼저 나가떨어져서 선배로써의 본을 보이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울 뿐입니다.


"자! 10분 휴식하고 점심 먹으러 가자!"

"네!"

"선배! 쿠로코 선배 죽어가요!"

"살려."

"카가미 선배애애애!"


이제는 익숙해지신 선배님들과 익숙해질 법 한데도 아직 많이 당혹스러워하는 후배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적절히 대응하는 동급생들은 조금 웃기기도 하고 그 덕분에 부 활동이 더 즐겁기도 합니다. 작년과는 다른 떠득썩함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서 그들 모르게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중학시절이 생각나 조금, 불안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배들은 물론 후배들도, 카가미군도, 후리하타군도, 후쿠다군도, 카와하라군도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식사가 준비된 식당으로 들어서자 우르르 후배들이 몰려왔습니다. 걱정스러운 얼굴의 그들을 카가미군과 후리하타군이 다독여 자리로 돌려보내고 뒤 늦게 코가네이 선배께서 들어오시며 활기차게 식사 분위기를 주도 하셨습니다. 저 또한 빈 자리에 앉아 모두를 보며 즐겁게 식사를 했습니다. 물론, 많은 양의 식사를 억지로 먹게 하려는 감독 몰래 카가미군의 그릇으로 식사를 덜어내다가 들켜 캡틴에게 혼났습니다.


"식사 후 1시간 자유 시간이야! 외출하는 사람은 길이 단순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니까 미아 되지 않게 조심해!"

"네!"

"후리 선배! 1on1해요!"

"으어? 왜 나야! 하... 할거지만!"

"쿠로코 선배! 선배!"

"저 여기 있습니다."

"으어아아!"


일부러는 아니지만 이렇게 과하게 놀라는 후배들을 보면 가끔 짖궂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마 오늘이나 내일 밤에는 선배들의 주도하에 담력 테스트 같은 것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때 제가 참가하게 된다면 재미 있지 않을까요. 겁 많은 카가미군과 캡틴이 있으니 아무래도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휴식 시간에는 책을 읽을까 생각을 했지만 모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 왔으니 산책을 하며 경치를 둘러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홀로 숙소를 나왔습니다. 일단 후리하타군에게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말을 전해두었고 그가 들은 것도 확인 했으니 누군가 저를 찾느라 난리가 나는 일은 없겠죠.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오자 온통 푸른 빛으로 가득한 밭이 보이고 그 너머로 마을이 보입니다. 한참 그 풍경에 빠져 걷다보니 만쥬를 파는 곳이 보입니다. 너무 멀리 온 듯 싶어 뒤를 돌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 했습니다. 꽤 걸었다고 생각 했는데 20분 밖에 흐르지 않은 걸 보아 그리 멀리 오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이제 문제는....


"돌아가는 길이 어디일까요."


길이 다 비슷비슷해서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걷다보니 사람이 적긴 하지만 지나다니기는 했었으니 길을 가다 만나는 사람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판단하여 일단 걸어온 길을 되돌아 걸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걷기만 하다 결국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멈추어 서야 했습니다. 하필이면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카가미군에게 전화를 해야 할까요... 주위를 둘러보며 핸드폰을 꺼내들던 찰나 뒤쪽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어제 보았던 그 밀빛 머리카락의 남학생이 나타났습니다.


"저기..."

"으아악!"


죄송합니다. 해치지 않는데 도망가지 말아 주시면 안될까요. 저를 보자마자 전력을 다해 도망을 가려는 그를 해명을 하기위해 붙잡았습니다만 별안간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느라 놀라서 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길을 알려주시고 가시면 안될까요. 이미 멀어질대로 멀어진 그에게는 땋지 않을 말만 한숨을 쉬듯 내뱉었습니다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있지도 않은 기억을 쥐어 짜내어 추측을 섞어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얼마 걷지 않아 우연히 만난 검은 머리의 남학생이 다행이도 저를 보고 도망가지 않는 덕에 그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타누마라고 소개한 그는 숙소까지 거리가 조금 있던 모양으로 조용히 걷기 어색했던지 이것저것 물어봐 왔습니다.


"쿠로코군은 정말 대단하구나... 존재감이 옅은 정도도 대단 하지만."

"존재감이 옅은 것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하... 미안. 아마도 그 녀석 내 친구일 것 같아."


겁이 많은 녀석이니 이해해 달라며 너털 웃음을 짓는 그를 보며 작게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마 토오의 사쿠라이군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될테지요.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 앞에서 저를 기다리며 쉬고 있던 후배들이 달려와 안겼습니다.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 한 것을 타누마군이 붙들어 주어서 무사했습니다만 후배들이 제게 달려드는 것을 캡틴이 보았으니 후배들은 무사하지 못할 모양입니다.
또 보자며 손을 흔드는 그에게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후배들은 감독에 의해 정좌한 채 신나게 잔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아마 휴식 시간이 끝날 때 까지 듣지 않을까요.


"아, 쿠로코. 아까 그 애는?"

"제가 길이 헷갈려서 도움을 청했더니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래? 감사 인사를 했었어야 하는데, 또 보게된다면 해야겠네."


그리고 이 녀석! 길을 잃었겠다! 하고 팔에 제 머리를 끼운 채 억세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꾹꾹 누르는 캡틴의 팔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습니다. 결국 츠치다 선배께서 연습 전에 공연히 힘을 빼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시며 캡틴을 말려주셔서 간신히 빠져 나올 수는 있었습니다만... 이후, 다시 달려드는 몇몇의 후배들에 의해 다시 짓눌려져야 했습니다. 잠시 뒤 2호에게 밥을 주러 나온 후리하타군이 이 장면을 보고 서둘러 카가미군을 불러와준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구출 될 수 있었습니다.
5분 가량 남은 시간 동안 산책에 나갔던 이야기를 한탄하 듯 늘어 놓으니 카가미군이 엄청나게 웃기 시작했으므로 오늘 밤 카가미군 위에 앉아 귀신놀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몰론, 카가미군을 제외한 모두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해두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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