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이 시리즈(…)의 소설편입니다.
애들 하는 짓이 귀엽지요.(…)
나름 호러스러운 전개는 없습니다.(…)
이제서야 애들 정식 이름이 나오니 유의해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카페에 세미 정장을 걸친 이가 손장난을 친다. 어딘가에서 카드가 나왔다가 흩어졌다가 사라진다. 간단한 마술이라기에는 그 기예가 훌륭해 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몇번 더 카드를 가지고 놀더니 판토마임을 시작했다. 저에게 달려드는 자그마한 생물을 쓰다듬고 돌리는 듯한 시늉을 한다. 무게감까지 충실히 표현해 구경하던 이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이가 막을 내리듯 정중히 인사를 하니, 다시 무수한 박수가 쏟아진다. 몇몇은 친근히 그에게 말을 걸었고, 몇몇은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주위 사람이 줄어든 다음에야 그는 몸을 돌려 카운터에 옹기종기 앉은 아이들을 바라본다.
"조금 기다리게 했군. 차는 서비스로 주지. 뭘 마시고 싶나?"
"감사합니다, 루야형. 루야형이 레시라무였군요."
"하핫, 놀랐나? 그럼 정식으로 소개하지. 쭈욱 테츠야네 옆집 형인 마사토 츠루야다. 글타레에서는 레시무라지."
조금 긴 머리카락을 한켠으로 묶어내린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푸른 렌즈의 안경을 벗으며 싱그럽게 웃는 모습에는 외모와 다르게 호탕한 본연의 성품이 묻어났다. 안경아래 감춰있던 신묘하게 일렁이는 금빛 눈동자가 절묘하게 어울려 인외의 존재라는 걸 실감나게 만든다.
이런 이를 '형'이라고 태연히 부르던 존재가 바로 바닐라쉐이크를 당당히 요청하는 세이린 고등학교 남자 농구부의 그림자 에이스, 쿠로코 테츠야다. 확실히 그의 그릇이 크다는 걸 실감하며 다들 어렵사리 원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근자에 일어났던 일로 깊이 생각하길 포기한 탓이 컸다. 그런 그들의 생각을 짐작했는지 마사토가 웃으면서 원하는 메뉴를 하나하나 '꺼내' 그들 앞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에서 꺼낼 수 있었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궁금한 걸 참지 못한 카가미가 무심코 물었다.
"그거 막해도 괜찮냐… 는 겁니다."
"자네들에게만 보이니 괜찮네."
호쾌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대신(大神), 그것도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이 아름다운 존재는 그들과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나누지만 그런 굉장한 이다. 그게 조금 실감되니 궁금한 건 산더미 같았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태연히 쉐이크를 홀짝이던 쿠로코가 돌발적으로 입을 열었다.
"루야형은 처음부터 내 체질을 알았습니까?"
"물론. 츠야같은 타입은 예전 차원에도 없었으니까. 덧붙여 이 꼬맹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널 다시 지상으로 끌고 온게 나란다."
"그랬습니까?"
"그래, 그쯤 날개소리를 듣고 깰때가 많지?"
"그랬던 듯도…… 아니, 그랬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꿈의 끝은 언제나 날개짓 소리였습니다. 그게 루야형이었군요."
마사토가 유쾌하게 웃었다.
태어날때부터 희박한 '존재성'으로 다른 세계로 끌려가던 쿠로코를 다시 이 세계에 안착시킨게 바로 마사토였단다. 어째서 츠쿠모가미였던 그의 상징이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은빛 깃털을 봤던 것도 같다면서 홀로 납득하는 쿠로코를 보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그 역할을 넘긴거지? 불현듯 궁금해진 이즈키가 손을 들어 물었다.
"왜 쿠로코를 요정여왕에게 안내한겁니까? 마사토님이 계속 보살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인가요?"
"그렇게 극존칭을 쓸 필요는 없다네. 지금은 그냥 대신의 힘을 지닌 평범한 인간이니까. 그리고 여력이 없다기보다, 내 특성이 인간에게 '독'이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마사토… 씨…? 의 특성이 어떻길래……."
평범한 인간에 토를 달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말을 들은 것 같아서 휴가는 어렵게 호칭을 정해 말을 건냈다. 궁금한 건 쿠로코도 마찬가지인 듯 쉐이크가 담긴 컵을 놓고 진지하게 그를 응시했다. 정작 그는 대수롭지 않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한다.
"내 특성은 '승리'. 실수로라도 질 수 없는 인간이 어찌되는지 알지 않나? 내가 츠야를 계속 돌봤다면 츠야의 혼은 내 신력에 오염되어 언제나 승리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테니까… 계속 돌보면 안되었지. 거기다 마침 여왕과 무신이 경계에 있는 걸 알았다. 난 관여해선 안되고 무신은 그런쪽으로는 쓸모가 없었지만, 여왕은 다르지. 그렇기에 여왕에게 보냈고 예상대로 훌륭한 해결책을 받아왔더군."
"라이야…."
"그래, 글타레에서는 이브이라 불리던 요 뇌정이지. 여왕에게 츠야를 끌고 가더니~ 많이 혼났지?"
"보셨습니까?"
"보지 않아도, 여왕의 성격을 아니 그 정도야 쉬이 예상한다네."
그가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위에서 딩구르르 구르던 작은 생명체를 쓰다듬었다. 크기는 농구공 정도니, 소형견 정도가 아닐까? 꼬리와 갈기털은 풍성하고 귀는 유난히 긴편이다. 등에는 자그마한 날개가 있어 꼬물꼬물 움직인다. 전체적으로 일렁이는 금빛을 품은 그 생명체는 개나 여우, 고양이와 닮은 듯 어느 종과도 닮지 않았다. 그의 쓰다듬에 말간 하늘빛 눈동자가 기분 좋은 듯 가늘어졌지만, 몸을 부비거나하는 애교는 없었다. 일전에 후리하타와 함께 있을때랑 너무 다른 반응이라 다들 조금 당황했다.
정작 그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듯,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왕이 '만든' 뇌정의 특성은 주인을 향한 '수호'다. 주인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나머지는 그 다음이지. 즉, 주인이 위험해질 것 같은 상황을 만드는 건 그 특성에 반하는 것. 그런 법칙에 민감한 여왕이 그냥 넘어갔을리 없지. 이 녀석도 그걸 각오했을테지만……."
라이야의 꼬리가 조금 불만스럽게 출렁이며 귀가 살짝 뒤로 졎혀진다. 쿠로코가 슬며시 손을 뻗어 라이야를 품에 안고 쓰다듬으니 날개가 파닥이며 뺨에 볼을 부빈다. 그리고 원래 라이야가 있던 자리에 내려온 건 새까맣지만, 하늘빛 문양을 품은 존재와 뱀처럼 늘씬한 몸체에 긴 날개를 퍼득이는 존재였다. 그는 뱀같은 존재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혼자로는 버거울 것 같아서 청한게 바로 요녀석이지."
"카이야…."
"그러니 츠야에게 '소속'되지 않는, 자기들이 막을 수 없는 날 경계한다네. 거기 까만 녀석은 그냥 내가 마음에 안드는게고."
"토우야."
까만 짐승은 저를 부르는 주인의 목소리에 응해 쪼르르 가버리고, 뱀은 조금 불만스레 꼬리로 땅땅 카운터를 두드린다. 마사토는 신경쓰지 않는 듯 껄껄 웃었고, 쿠로코는 토우야와 카이야까지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루야형은 절대 안전한 분이시니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조근거리지만, 두 뇌정의 날개는 불만스레 푸득였고, 까만 짐승은 불길한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사토를 노려봤다. 호오~ 까망이, 질투하는겐가? 자네들 이름도 나와 츠야의 이름에 맞춘건데도? 도발하는 듯한 말에 셋은 심기 불편한듯 쿠로코에게 들러붙어 부비부비를 시전했다.
쿠로코가 셋을 토닥이는 사이, 마사토는 킬킬 웃는다.
어쩐지 묘할 정도로 일상풍경이지만, 저 셋 생명체는 영체에 근접한 상태라 원래라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라이야는 마사토가 만지기 전까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다. 지금 아주 자연스럽게 이 광경이 보이는 건 역시 마사토의 배려인걸까? 그런 걸 생각하자니 다시 마사토에게 시선이 갔다. 일부러 쿠로코를 향한 가호를 거뒀던 듯한 어투였지만, 그저께는 분명 가호를 내렸었다. 어째서? 그러다 떠오른 결론은 입에 올린 건 아이다였다.
"지금 쿠로코군에게 가호를 내려야하는 '이유'가 생긴건가요, 마사토씨? 쿠로코군은 괜찮은거죠!?"
"음… 아직은 괜찮지만, 이후는 또 모르는 일이라서 말이지…… 노파심에 내린 가호라…… 이 이상은 츠야나 까망이에게 들어야 할껄?"
"저희는 쿠로코군네 아이들의 목소리를 못듣는데요?"
"까망이는 영파를 맞춰줄 수 있을텐데…? 아직 한번도 듣지 못했다는 건가? 예상보다 더 욕심쟁이구만."
그러며 빤히 바라보자니 토우야는 고개를 팩 돌려 자기 주인의 손에 머리를 부빈다. 그 주인이 살짝 웃으며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가늘게 뜨고 더욱 보부작거린다. 과연, 연륜답게 내숭이 쩔구만. 마사토는 그런 기묘한 감탄을 내뱉으며 꼬리를 꾸물거리던 카이야의 머리를 다시 토닥였다. 카이야는 이번에 불만이 큰듯 더 소리내 꼬리를 카운터에 내려친다. 결국 알았다며 쓰다듬어주니 적당히 똬리를 틀고 더 쓰다듬어라!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결국 마사토가 한마디 했다.
"츠야, 애들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는 거 아닌가?"
"그렇습니까? 귀여워서……."
"큰놈은……… 그래, 그 아이랑 놀거라."
큰놈이라는 말에 바닥에서 2호와 덱데굴 구르며 놀던 라이야가 귀를 쫑긋 새운다. 그들을 쓰다듬던 1학년 트리오가 움찔 굳었다가 조금 체념한 듯 놀아라는 말에 삐질거리며 시선을 떨궜다. 라이야가 새침하게 2호의 곁에가서 부비거리니 다시 덱데굴 구르면서 놀기 시작한다. 조금 주춤하던 1학년 트리오의 손놀림이 다시 바빠진다. 그리고 그걸 촬영하는 2학년 선배의 손길도 빨라졌다.
휴가와 아이다, 이즈키는 슬며시 시선을 회피했고, 카가미는 자기만 빼고 논다며 1학년 트리오에 끼어들었다. 여전히 2호가 짖어 놀랐지만, 라이야가 보부작거리니 금방 안정을 취하고 쓰다듬는다. 나름 변명이라고 이즈키가 덩치 때문에 작은 동물이 먼저 다가오는 일이 없어서 저렇다고 보충해줬다. 이어서 휴가가 모두가 질문을 던지면 혼란스러울테니 몇명만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 통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증거로 아이다가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한 메모를 보여준다.
그 일련의 사태에 마사토는 한숨섞인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팀 플레이군, 하핫. 사이가 좋은 건 확실히 알겠네. 그럼… 츠야가 말하겠나? 내가 말할까?"
"루야형이 말해주세요. 사실 잘 모릅니다."
"솔직한 건 좋지만, 그렇게 당당히 말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짚어두겠네. 그러니까…… 그 내숭쩌는 검은 녀석과 약속했지? 원하는 걸 주겠다고."
"네."
"그 녀석이 봉인된 대신(大神)급 요괴라는 것도 알았고?"
"네."
"응, 그래서 내 가호를 내린거다. 그 약속에서 언제나 이기도록."
"그게 큰 문제입니까?"
"신과의 약속은 존재성을 걸고 하는거라고 봐야하지. 그러니까, 녀석이 원하는 걸 주지 못했다면 지금 넌 여기에 없었을 거다. 그 녀석에게 먹혀 소멸했어."
"토우야는 그런짓을 안합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그때는 계약상태도 뭐도 아니었으니 먹는건 쉬웠을거다. 두 뇌정과 비슷한 격이라도 경험의 차이가 크니까."
"그건… 루야형이 내버려두지 않았을테니 괜찮습니다."
"당연히 그렇지만, 조심하라는 거란다?"
빠릿한 표정으로 담담히 돌아오는 대답에 마사토는 온화히 웃으며 쿠로코의 뺨을 잡고 늘렸다.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던 셋이 그런 마사토를 응원했다. 아이다의 메모에 [내일 쿠로코군 연습 4배☆]가 기록된건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아프다는 쿠로코의 말에 아파야지?라고 대답하며 마사토가 방긋방긋 웃었다. 그런 그의 안면에 토우야가 박치기를 날리고, 팔에는 카이야가 칭칭 감겼으며, 배쪽으로는 라이야가 몸통박치기를 날린다. 마사토는 그 모든 공격을 이마의 딱콩으로 막으며 쿠로코에게도 딱콩을 먹이는 걸로 손을 풀었다. 넷이 사이좋게 이마를 부비며 아프다거리는 모습은 퍽 귀여웠지만, 당해도 싸서 위로해주진 않았다.
존재의 소멸이라는 건 결코 가벼이 다뤄질 말이 아니니까.
"그래서 뭘 주기로 했지?"
"도철은 증오와 욕망으로 태어난 요괴라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증오와 사랑은 종이 하나 차이니까. 토우야가 세상을 증오한다면 그만큼 사랑할테니 사랑받고 싶은게 아닌가해서…… 나는 세계가 될 수 없지만, 그 원하는 걸 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사토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으니, 쿠로코는 아픈지 눈물을 글썽이며 빨게진 이마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대답했다. 역시 용감하다면서 마사토가 감탄을 터트린다. 감히 세계가 되어주겠다고 했냐고 헛웃음을 흘리지만, 작게 너 답다며 말을 이었다.
토우야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쿠로코의 곁에서 고고히 고개를 든다. 이만큼 그릇이 큰 이가 주인이라는 걸 자랑하는 건지, 이만큼 사랑받는다는 걸 자랑하는 건지를 모르겠지만, 그 진심이 이 오래묶은 요괴의 마음을 움직였겠지. 마사토는 쿠로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무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받는 만큼 남에게 베푼다니 좋은게지. 허나 '마음'은 불안정한 것이라 언제나 녀석이 원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주도록 내 가호를 준게다. 그것 이외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썼으니 부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이겼다고 내 가호때문이라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거네."
"배려, 감사드립니다. 마사토씨의 가호때문에 이기는 건 절대 페어 플레이가 아니니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루야형."
"알면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수행을 받으러 오려므나. 아직 조절이 어려울테니. 특히 츠야를 지키려는 녀석들은 필수다."
마사토의 말에 훈련 일정을 바꿔봐야겠다며 아이다가 중얼거린다. 그 옆에서 휴가도 일정조정에 끼어들었다. 쿠로코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걸 이틀간의 사건으로 확실히 파악한 그들로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어쩐지 물가에 애를 놀도록 보낸 부모처럼 움직이는 둘을 보던, 이즈키가 문득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마사토씨는 왜 라이야랑 카이야, 토우야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죠?"
"난 부르면 안돼거든. 내가 부르면 저 아이들은 내 하위신이 될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아서 말이지. 격의 문제라 어쩔 수 없다네."
이래보여도 대신이라, 거리며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다.
이즈키는 농담으로 넘길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역시 루야형!거리는 쿠로코를 보자니, 그 담대한 성향이 어디에서 나오게 된건지 잘 알게 되었다. 대신인 옆집 형님이 옆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귀여운 후배의 장래를 조금 걱정하자니, 문이 열리며 가벼운 종소리가 울렸다.
세 사람이 들어왔다. 모두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었으며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들은 마사토가 아주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늦지 않았군. 그래, 준비는 해왔겠지?"
"네, 마사토님!"
"살려주세요."
"살살은 어려울까요?"
대답을 듣자니 누군지 알 것 같다.
조금 전까지 상냥하게 웃던 이가 살벌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손짓을 한다. 쿠로코가 주춤하니 천천히 놀다가면 된다며 다시 온화한 미소를 그려주고는 마사토는 셋을 끌고 카운터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앞에 남은 건 마사토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였다. 언제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카운터에는 마사토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가 태연히 웃으며 서있었다. 그 기이한 상황에 쿠로코가 조심조심 움직이자니,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채 자신의 정체를 설명한다.
"난 주인님의 식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네. 리필?"
"부탁드립니다."
"하핫, 종종 여기에 놀러오게나. 주인님이 많이 심심해하거든~. 음료나 식사도 무료로 재공해줄테니."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전혀. 어차피 취미로하는 가게니까. 주식으로 버는 돈이 훨씬 많거든. 주인님의 특성이랑 주식이랑 아주 잘 맞아서 말이지."
언제나 승리하는 주식 투자가라면 돈이 적을 리 없다. 오히려 엄청난 부호일 가능성이 높았다. 옆에서 당당하게 역시 루야형거리는 쿠로코는 내버려두고 그럼 종종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전하니 마사토의 형태를 한 식이 아주 즐겁게 웃으며 얼마든지라고 대답해줬다.
그렇게 세이린 농구부는 새 아지트, 카페 V를 얻었다.
이즈키의 생각이랑은 달리, 쿠로코는 원래 저랬습니다.[…]
의외로 상냥한 마사토씨입니다.[…]
안죽여요, 고생은 죽살 시키겠지만.[아득한 눈]
이상입니다.
다음편에서 뵈어요.[아득한 눈]
애들 하는 짓이 귀엽지요.(…)
나름 호러스러운 전개는 없습니다.(…)
이제서야 애들 정식 이름이 나오니 유의해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카페에 세미 정장을 걸친 이가 손장난을 친다. 어딘가에서 카드가 나왔다가 흩어졌다가 사라진다. 간단한 마술이라기에는 그 기예가 훌륭해 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몇번 더 카드를 가지고 놀더니 판토마임을 시작했다. 저에게 달려드는 자그마한 생물을 쓰다듬고 돌리는 듯한 시늉을 한다. 무게감까지 충실히 표현해 구경하던 이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이가 막을 내리듯 정중히 인사를 하니, 다시 무수한 박수가 쏟아진다. 몇몇은 친근히 그에게 말을 걸었고, 몇몇은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주위 사람이 줄어든 다음에야 그는 몸을 돌려 카운터에 옹기종기 앉은 아이들을 바라본다.
"조금 기다리게 했군. 차는 서비스로 주지. 뭘 마시고 싶나?"
"감사합니다, 루야형. 루야형이 레시라무였군요."
"하핫, 놀랐나? 그럼 정식으로 소개하지. 쭈욱 테츠야네 옆집 형인 마사토 츠루야다. 글타레에서는 레시무라지."
조금 긴 머리카락을 한켠으로 묶어내린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푸른 렌즈의 안경을 벗으며 싱그럽게 웃는 모습에는 외모와 다르게 호탕한 본연의 성품이 묻어났다. 안경아래 감춰있던 신묘하게 일렁이는 금빛 눈동자가 절묘하게 어울려 인외의 존재라는 걸 실감나게 만든다.
이런 이를 '형'이라고 태연히 부르던 존재가 바로 바닐라쉐이크를 당당히 요청하는 세이린 고등학교 남자 농구부의 그림자 에이스, 쿠로코 테츠야다. 확실히 그의 그릇이 크다는 걸 실감하며 다들 어렵사리 원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근자에 일어났던 일로 깊이 생각하길 포기한 탓이 컸다. 그런 그들의 생각을 짐작했는지 마사토가 웃으면서 원하는 메뉴를 하나하나 '꺼내' 그들 앞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에서 꺼낼 수 있었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궁금한 걸 참지 못한 카가미가 무심코 물었다.
"그거 막해도 괜찮냐… 는 겁니다."
"자네들에게만 보이니 괜찮네."
호쾌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대신(大神), 그것도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이 아름다운 존재는 그들과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나누지만 그런 굉장한 이다. 그게 조금 실감되니 궁금한 건 산더미 같았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태연히 쉐이크를 홀짝이던 쿠로코가 돌발적으로 입을 열었다.
"루야형은 처음부터 내 체질을 알았습니까?"
"물론. 츠야같은 타입은 예전 차원에도 없었으니까. 덧붙여 이 꼬맹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널 다시 지상으로 끌고 온게 나란다."
"그랬습니까?"
"그래, 그쯤 날개소리를 듣고 깰때가 많지?"
"그랬던 듯도…… 아니, 그랬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꿈의 끝은 언제나 날개짓 소리였습니다. 그게 루야형이었군요."
마사토가 유쾌하게 웃었다.
태어날때부터 희박한 '존재성'으로 다른 세계로 끌려가던 쿠로코를 다시 이 세계에 안착시킨게 바로 마사토였단다. 어째서 츠쿠모가미였던 그의 상징이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은빛 깃털을 봤던 것도 같다면서 홀로 납득하는 쿠로코를 보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그 역할을 넘긴거지? 불현듯 궁금해진 이즈키가 손을 들어 물었다.
"왜 쿠로코를 요정여왕에게 안내한겁니까? 마사토님이 계속 보살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인가요?"
"그렇게 극존칭을 쓸 필요는 없다네. 지금은 그냥 대신의 힘을 지닌 평범한 인간이니까. 그리고 여력이 없다기보다, 내 특성이 인간에게 '독'이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마사토… 씨…? 의 특성이 어떻길래……."
평범한 인간에 토를 달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말을 들은 것 같아서 휴가는 어렵게 호칭을 정해 말을 건냈다. 궁금한 건 쿠로코도 마찬가지인 듯 쉐이크가 담긴 컵을 놓고 진지하게 그를 응시했다. 정작 그는 대수롭지 않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한다.
"내 특성은 '승리'. 실수로라도 질 수 없는 인간이 어찌되는지 알지 않나? 내가 츠야를 계속 돌봤다면 츠야의 혼은 내 신력에 오염되어 언제나 승리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테니까… 계속 돌보면 안되었지. 거기다 마침 여왕과 무신이 경계에 있는 걸 알았다. 난 관여해선 안되고 무신은 그런쪽으로는 쓸모가 없었지만, 여왕은 다르지. 그렇기에 여왕에게 보냈고 예상대로 훌륭한 해결책을 받아왔더군."
"라이야…."
"그래, 글타레에서는 이브이라 불리던 요 뇌정이지. 여왕에게 츠야를 끌고 가더니~ 많이 혼났지?"
"보셨습니까?"
"보지 않아도, 여왕의 성격을 아니 그 정도야 쉬이 예상한다네."
그가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위에서 딩구르르 구르던 작은 생명체를 쓰다듬었다. 크기는 농구공 정도니, 소형견 정도가 아닐까? 꼬리와 갈기털은 풍성하고 귀는 유난히 긴편이다. 등에는 자그마한 날개가 있어 꼬물꼬물 움직인다. 전체적으로 일렁이는 금빛을 품은 그 생명체는 개나 여우, 고양이와 닮은 듯 어느 종과도 닮지 않았다. 그의 쓰다듬에 말간 하늘빛 눈동자가 기분 좋은 듯 가늘어졌지만, 몸을 부비거나하는 애교는 없었다. 일전에 후리하타와 함께 있을때랑 너무 다른 반응이라 다들 조금 당황했다.
정작 그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듯,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왕이 '만든' 뇌정의 특성은 주인을 향한 '수호'다. 주인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나머지는 그 다음이지. 즉, 주인이 위험해질 것 같은 상황을 만드는 건 그 특성에 반하는 것. 그런 법칙에 민감한 여왕이 그냥 넘어갔을리 없지. 이 녀석도 그걸 각오했을테지만……."
라이야의 꼬리가 조금 불만스럽게 출렁이며 귀가 살짝 뒤로 졎혀진다. 쿠로코가 슬며시 손을 뻗어 라이야를 품에 안고 쓰다듬으니 날개가 파닥이며 뺨에 볼을 부빈다. 그리고 원래 라이야가 있던 자리에 내려온 건 새까맣지만, 하늘빛 문양을 품은 존재와 뱀처럼 늘씬한 몸체에 긴 날개를 퍼득이는 존재였다. 그는 뱀같은 존재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혼자로는 버거울 것 같아서 청한게 바로 요녀석이지."
"카이야…."
"그러니 츠야에게 '소속'되지 않는, 자기들이 막을 수 없는 날 경계한다네. 거기 까만 녀석은 그냥 내가 마음에 안드는게고."
"토우야."
까만 짐승은 저를 부르는 주인의 목소리에 응해 쪼르르 가버리고, 뱀은 조금 불만스레 꼬리로 땅땅 카운터를 두드린다. 마사토는 신경쓰지 않는 듯 껄껄 웃었고, 쿠로코는 토우야와 카이야까지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루야형은 절대 안전한 분이시니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조근거리지만, 두 뇌정의 날개는 불만스레 푸득였고, 까만 짐승은 불길한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사토를 노려봤다. 호오~ 까망이, 질투하는겐가? 자네들 이름도 나와 츠야의 이름에 맞춘건데도? 도발하는 듯한 말에 셋은 심기 불편한듯 쿠로코에게 들러붙어 부비부비를 시전했다.
쿠로코가 셋을 토닥이는 사이, 마사토는 킬킬 웃는다.
어쩐지 묘할 정도로 일상풍경이지만, 저 셋 생명체는 영체에 근접한 상태라 원래라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라이야는 마사토가 만지기 전까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다. 지금 아주 자연스럽게 이 광경이 보이는 건 역시 마사토의 배려인걸까? 그런 걸 생각하자니 다시 마사토에게 시선이 갔다. 일부러 쿠로코를 향한 가호를 거뒀던 듯한 어투였지만, 그저께는 분명 가호를 내렸었다. 어째서? 그러다 떠오른 결론은 입에 올린 건 아이다였다.
"지금 쿠로코군에게 가호를 내려야하는 '이유'가 생긴건가요, 마사토씨? 쿠로코군은 괜찮은거죠!?"
"음… 아직은 괜찮지만, 이후는 또 모르는 일이라서 말이지…… 노파심에 내린 가호라…… 이 이상은 츠야나 까망이에게 들어야 할껄?"
"저희는 쿠로코군네 아이들의 목소리를 못듣는데요?"
"까망이는 영파를 맞춰줄 수 있을텐데…? 아직 한번도 듣지 못했다는 건가? 예상보다 더 욕심쟁이구만."
그러며 빤히 바라보자니 토우야는 고개를 팩 돌려 자기 주인의 손에 머리를 부빈다. 그 주인이 살짝 웃으며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가늘게 뜨고 더욱 보부작거린다. 과연, 연륜답게 내숭이 쩔구만. 마사토는 그런 기묘한 감탄을 내뱉으며 꼬리를 꾸물거리던 카이야의 머리를 다시 토닥였다. 카이야는 이번에 불만이 큰듯 더 소리내 꼬리를 카운터에 내려친다. 결국 알았다며 쓰다듬어주니 적당히 똬리를 틀고 더 쓰다듬어라!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결국 마사토가 한마디 했다.
"츠야, 애들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는 거 아닌가?"
"그렇습니까? 귀여워서……."
"큰놈은……… 그래, 그 아이랑 놀거라."
큰놈이라는 말에 바닥에서 2호와 덱데굴 구르며 놀던 라이야가 귀를 쫑긋 새운다. 그들을 쓰다듬던 1학년 트리오가 움찔 굳었다가 조금 체념한 듯 놀아라는 말에 삐질거리며 시선을 떨궜다. 라이야가 새침하게 2호의 곁에가서 부비거리니 다시 덱데굴 구르면서 놀기 시작한다. 조금 주춤하던 1학년 트리오의 손놀림이 다시 바빠진다. 그리고 그걸 촬영하는 2학년 선배의 손길도 빨라졌다.
휴가와 아이다, 이즈키는 슬며시 시선을 회피했고, 카가미는 자기만 빼고 논다며 1학년 트리오에 끼어들었다. 여전히 2호가 짖어 놀랐지만, 라이야가 보부작거리니 금방 안정을 취하고 쓰다듬는다. 나름 변명이라고 이즈키가 덩치 때문에 작은 동물이 먼저 다가오는 일이 없어서 저렇다고 보충해줬다. 이어서 휴가가 모두가 질문을 던지면 혼란스러울테니 몇명만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 통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증거로 아이다가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한 메모를 보여준다.
그 일련의 사태에 마사토는 한숨섞인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팀 플레이군, 하핫. 사이가 좋은 건 확실히 알겠네. 그럼… 츠야가 말하겠나? 내가 말할까?"
"루야형이 말해주세요. 사실 잘 모릅니다."
"솔직한 건 좋지만, 그렇게 당당히 말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짚어두겠네. 그러니까…… 그 내숭쩌는 검은 녀석과 약속했지? 원하는 걸 주겠다고."
"네."
"그 녀석이 봉인된 대신(大神)급 요괴라는 것도 알았고?"
"네."
"응, 그래서 내 가호를 내린거다. 그 약속에서 언제나 이기도록."
"그게 큰 문제입니까?"
"신과의 약속은 존재성을 걸고 하는거라고 봐야하지. 그러니까, 녀석이 원하는 걸 주지 못했다면 지금 넌 여기에 없었을 거다. 그 녀석에게 먹혀 소멸했어."
"토우야는 그런짓을 안합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그때는 계약상태도 뭐도 아니었으니 먹는건 쉬웠을거다. 두 뇌정과 비슷한 격이라도 경험의 차이가 크니까."
"그건… 루야형이 내버려두지 않았을테니 괜찮습니다."
"당연히 그렇지만, 조심하라는 거란다?"
빠릿한 표정으로 담담히 돌아오는 대답에 마사토는 온화히 웃으며 쿠로코의 뺨을 잡고 늘렸다.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던 셋이 그런 마사토를 응원했다. 아이다의 메모에 [내일 쿠로코군 연습 4배☆]가 기록된건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아프다는 쿠로코의 말에 아파야지?라고 대답하며 마사토가 방긋방긋 웃었다. 그런 그의 안면에 토우야가 박치기를 날리고, 팔에는 카이야가 칭칭 감겼으며, 배쪽으로는 라이야가 몸통박치기를 날린다. 마사토는 그 모든 공격을 이마의 딱콩으로 막으며 쿠로코에게도 딱콩을 먹이는 걸로 손을 풀었다. 넷이 사이좋게 이마를 부비며 아프다거리는 모습은 퍽 귀여웠지만, 당해도 싸서 위로해주진 않았다.
존재의 소멸이라는 건 결코 가벼이 다뤄질 말이 아니니까.
"그래서 뭘 주기로 했지?"
"도철은 증오와 욕망으로 태어난 요괴라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증오와 사랑은 종이 하나 차이니까. 토우야가 세상을 증오한다면 그만큼 사랑할테니 사랑받고 싶은게 아닌가해서…… 나는 세계가 될 수 없지만, 그 원하는 걸 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사토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으니, 쿠로코는 아픈지 눈물을 글썽이며 빨게진 이마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대답했다. 역시 용감하다면서 마사토가 감탄을 터트린다. 감히 세계가 되어주겠다고 했냐고 헛웃음을 흘리지만, 작게 너 답다며 말을 이었다.
토우야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쿠로코의 곁에서 고고히 고개를 든다. 이만큼 그릇이 큰 이가 주인이라는 걸 자랑하는 건지, 이만큼 사랑받는다는 걸 자랑하는 건지를 모르겠지만, 그 진심이 이 오래묶은 요괴의 마음을 움직였겠지. 마사토는 쿠로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무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받는 만큼 남에게 베푼다니 좋은게지. 허나 '마음'은 불안정한 것이라 언제나 녀석이 원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주도록 내 가호를 준게다. 그것 이외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썼으니 부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이겼다고 내 가호때문이라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거네."
"배려, 감사드립니다. 마사토씨의 가호때문에 이기는 건 절대 페어 플레이가 아니니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루야형."
"알면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수행을 받으러 오려므나. 아직 조절이 어려울테니. 특히 츠야를 지키려는 녀석들은 필수다."
마사토의 말에 훈련 일정을 바꿔봐야겠다며 아이다가 중얼거린다. 그 옆에서 휴가도 일정조정에 끼어들었다. 쿠로코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걸 이틀간의 사건으로 확실히 파악한 그들로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어쩐지 물가에 애를 놀도록 보낸 부모처럼 움직이는 둘을 보던, 이즈키가 문득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마사토씨는 왜 라이야랑 카이야, 토우야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죠?"
"난 부르면 안돼거든. 내가 부르면 저 아이들은 내 하위신이 될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아서 말이지. 격의 문제라 어쩔 수 없다네."
이래보여도 대신이라, 거리며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다.
이즈키는 농담으로 넘길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역시 루야형!거리는 쿠로코를 보자니, 그 담대한 성향이 어디에서 나오게 된건지 잘 알게 되었다. 대신인 옆집 형님이 옆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귀여운 후배의 장래를 조금 걱정하자니, 문이 열리며 가벼운 종소리가 울렸다.
세 사람이 들어왔다. 모두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었으며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들은 마사토가 아주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늦지 않았군. 그래, 준비는 해왔겠지?"
"네, 마사토님!"
"살려주세요."
"살살은 어려울까요?"
대답을 듣자니 누군지 알 것 같다.
조금 전까지 상냥하게 웃던 이가 살벌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손짓을 한다. 쿠로코가 주춤하니 천천히 놀다가면 된다며 다시 온화한 미소를 그려주고는 마사토는 셋을 끌고 카운터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앞에 남은 건 마사토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였다. 언제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카운터에는 마사토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가 태연히 웃으며 서있었다. 그 기이한 상황에 쿠로코가 조심조심 움직이자니,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채 자신의 정체를 설명한다.
"난 주인님의 식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네. 리필?"
"부탁드립니다."
"하핫, 종종 여기에 놀러오게나. 주인님이 많이 심심해하거든~. 음료나 식사도 무료로 재공해줄테니."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전혀. 어차피 취미로하는 가게니까. 주식으로 버는 돈이 훨씬 많거든. 주인님의 특성이랑 주식이랑 아주 잘 맞아서 말이지."
언제나 승리하는 주식 투자가라면 돈이 적을 리 없다. 오히려 엄청난 부호일 가능성이 높았다. 옆에서 당당하게 역시 루야형거리는 쿠로코는 내버려두고 그럼 종종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전하니 마사토의 형태를 한 식이 아주 즐겁게 웃으며 얼마든지라고 대답해줬다.
그렇게 세이린 농구부는 새 아지트, 카페 V를 얻었다.
의외로 상냥한 마사토씨입니다.[…]
안죽여요, 고생은 죽살 시키겠지만.[아득한 눈]
이상입니다.
다음편에서 뵈어요.[아득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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