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작은 서가

그늘이 드리운 혼마루[09]

by 깜냥이 2018. 6. 30.

뭔가 글을 2달에 한번씩 몰아서 올리는 기분이 드네요... 사실 이제 거의 다 써가는 터라 다 쓰고 올리자! 라는 생각으로 쓰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글도 막혔고 기분도 바닥이겠다 에라이 올려버리자 /ㅇㅅㅇ/ 하는 기분입니다. 모두 두 달동안 잘 지내셨나용 이번 글도 재미나게 읽어주시길 바라요

 

그간 깊게 잠들지 못했던 만큼 피곤이 쌓인 탓인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이어서 당황했다. 츠루마루의 존재가 그렇게나 안심이 되었던 것일까. 부엌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자리에서 일어나니 가벼운 차림으로 요리를 하는 츠루마루가 보였다. 그리고 그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두 남사가 보이지 않아 의아해 하던 차에 츠루마루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주인, 잘 잤는가?"

"음, 간만에 숙면했어. 그런데 다른 둘은?"

"방금까지 요리 하다가 다른 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러 갔다네. 그리고 주인이 잠든 동안 담당자에게 연락이 와서 내가 받았는데, 괜찮나?

"응, 응. 상관없는데, 무슨일로 연락했대?"

"정황 확인차? 그래서 연락 온 김에 식자재좀 요구했다네."


만들던 요리를 마무리하고 상을 차려낸 식사는 제법 풍성했다. 거기다 쇼쿠다이키리가 대부분 만들었다는 요리는 상당히 맛있어서 놀라웠다. 소문으로 듣기야 했지만 상상 이상이랄까. 맛있다는 말에 뿌듯해하는 츠루마루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아직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소소한 평화로움이 나쁘진 않다. 이정도의 사소한 여유정도는 즐겨도 되는게 아닐까.
어느정도 식사가 끝나갈 무렵 빈 그릇을 들고 쇼쿠다이키리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식사 중인 나를 한 번 힐끗 바라본 그의 표정은 여전히 내가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정하다는 평가가 많은 쇼쿠다이키리가 초면이나 다름 없는 내게 저런 표정을 할 정도라면 전임이 얼마나 개차반이었던 걸까. 그저 묵묵히 식사를 마친 뒤 조용히 읇조린 식후 인사에 츠루마루가 흐뭇하게 웃었다.


"아, 늦잠을 자서 식사 준비를 못 도왔으니 설거지는 내가..."

"어찌 그런 것을 주인에게 시키겠나."

"그런거 신경쓰지마. 누군가 요리를 했다면 치우는건 다른 사람이 해야지."


주인이라, 그거 뭔가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호칭이다만 그로서는 적합한 호칭이다. 하지만 손을 휘휘 내 저으며 츠루마루가 들고있던 그릇과 쇼쿠다이키리가 정리하던 조리도구까지 전부 빼앗아 개수대에 넣고 소매를 걷어올렸다. 내 돌발행동에 오오쿠리카라가 소매를 걷어올린 채 내 주변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본래 그의 일이었던 걸까? 뭐, 설거지를 뺏겼다면 젖은 그릇을 닦아서 제 자리에 넣으면 되는 일이지. 찬장에서 마른 행주를 꺼내 그의 손에 들려주고 마저 그릇을 닦고 있으니 그가 머뭇거리는지 한참을 그 자리에 있다가 조용히 내 곁에서 그릇의 물기를 닦아냈다. 

조용하다. 물론 물소리나 그릇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계속 들려오지만 평화로운 기운이 이어지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흥얼흥얼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지막 그릇을 확인했다. 음, 깨끗하군. 그릇을 오오쿠리카라에게 건네주자 마침 방으로 돌아갔던 츠루마루가 부엌으로 돌아왔다.


"오, 다 끝냈는가? 마침 손님이 오고있는 모양인데."

"손님?"

"다가오는 기척이 있기에 경계했건만, 희미한 기운인 이도 함께인 것을 보니 누군가 수리를 받으러 오는 모양일세. 곧 도착할 테니 옷을 갈아입는 것은 무리구만."
        

수리? 자진해서 오는 이는 처음이다. 잠을 자고 갈아입지 않아 운동복 차림인 나를 본 츠루마루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옷차림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새 내 귀에 들려올 정도로 가까워진 발소리에 문을 열어 젖히자 막 문을 열으려 했는지 놀란 얼굴의 아이젠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뒤로 작은 아이와 상당히 거대한 검을 짊어진 아카시도. 
호타루마루. 작게 읆조린 츠루마루의 목소리에 힐끗 그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그 작은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아, 어쩐지 가슴 한켠이 아릿해지는 느낌이 든다.





호타루마루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사니와의 표정이 마치 괴로워하는 듯 해, 그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걱정이된 아이젠이 그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곧 자신에게로 돌려진 시선에 작디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호타루를 고쳐줘."

"... 먼저 부탁하러 올 줄은 몰랐는데."

"전 주인과 다른 인간이라는걸 알았으니까."

"뭐,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차분한 목소리로 돌아온 말에 다짐을 하 듯 바로 눈을 마주쳐오는 아이젠의 모습에 사니와가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다정한 손길에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애써 억눌러 태연한 척 그의 손을 밀어냈다. 거부를 당했음에도 언짢은 기색이 전혀 없는 사니와가 아이젠과 아카시를 한번씩 바라본 뒤, 거처로보이는 방에 들어가 나무패 몇개를 챙겨나왔다.
수리실을 열어 호타루마루를 들여보낸 뒤 떠오른 시간을 보고 질색하는 표정을 지은 사니와는, 아이젠도 옆 수리실에 밀어넣고 바로 두 수리실 모두 나무패를 사용했다. 


"거, 그라케 막 써도 되는겁니꺼?"

"많아."

"비싼거라 카던데예."

"비싸면 뭐해,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지."


전 주인은 절대 사용하지 않고 꽁꽁 숨겨두던 도움패를 망설이는 기색없이 사용하는 사니와를 보며 아카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리실에서 나오는 호타루마루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이제 흠집 하나 없는 형제의 모습에 다가가 유리 공예품을 만지듯 조심히 쓰다듬으니 그제야 호타루마루가 아카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 품에 안겨오는 아이젠을 바라보며 더욱 혼란에 빠진  호타루마루가 어찌된 일인지 횡설수설 묻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수리를 한거야? 주인이 해줬어? 아니, 주인은..."

"새로운 사니와가 왔는기라. 그래서 그에게 부탁했구마."

"새로운 사니와?"

"응, 사니와가 새로 왔데이."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멍한 목소리로 반문한 호타루마루에게 아카시가 다시 한 번 차분히 일러주니 동그란 눈이 더욱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다른 이가 말릴 새도 없이 아카시의 멱살을 잡아챈 호타루마루가 있는 힘껏 흔들어대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아직 수리도 받지 못한 상태로 대태도의 무지막지한 힘에 휘둘리는 모습에 만류하기 위에 사니와가 손을 내밀자 소스라치게 놀란 호타루마루가 다가오는 손을 쳐냈다.


"주인!"

"괜찮아. 진정해."

"그래도 대태도의 힘으로...!"

"그렇게 세게 치지 않았어. 그냥 스친 정도."


손이 쳐내자마자 소리치며 달려오는 하얀 이의 모습에 호타루마루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간신히 벗어난 아카시가 어지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려 이마를 짚는 것을 본 체도 하지않고 오로지 하얀 이, 츠루마루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옷깃을 쥐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원단의 촉감에 놀란 것 인지 눈을 크게 뜬 그가 자신을 보도록 그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의아한 표정의 츠루마루가 호타루마루를 향해 몸을 돌리자 복부와 명치 부근을 더듬더니 곧 울음을 터트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다정한 목소리, 쓰다듬어오는 따듯한 손길, 자신이 베어버려야했던 그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사무친 그리움과 자책감에 그의 옷을 붙잡고 목놓아 울었다. 그런 호타루마루를 쓰다듬던 츠루마루가 이내 그를 끌어안고 울음을 그칠때가지 등을 토닥여주었다.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훌쩍이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오게 된 뒤에야 제 품에서 호타루마루를 떼어놓은 츠루마루가 다정한 손길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못난 내 부탁을 들어주어 고맙네."

"츠루마루..."

"분명 이전의 나라면 그리 생각했을테지. 어허, 겨우 그쳤다고 생각했건만 다시 우는겐가?"


당황한 츠루마루의 목소리와 왜 애를 울리냐며 타박하는 사니와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울기 시작한 호타루마루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츠루마루의 옷을 단단히 붙들었다. 휑한 복도를 작은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 채웠고 먼 복도에서 작은 두 인영이 그 모습을 확인한 뒤 사라졌다.

 

사투리의 분량이 많아서() 아카시 쿠니유키 이새꺄를 외치면서 쓰던 편 이랄까요... 사투리 싫어오!! ㅇㅁㅇ!!!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