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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고양이 선원의 방/작은 서가

패기롭게 놀이공원에 간다!

by 깜냥이 2017. 9. 8.

카즈쨩 :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괜찮은 사람?

쿠로코 : 주말입니까?

카즈쨩 : 응응. 주말!

마유즈미 치히로 : 너에게 할애할 시간은 없어.

카즈쨩 : 그래도 꼬박꼬박 답장 해주시면서☆ 아잉~ 치쨩 츤데레(๑❛ڡ❛๑)☆

<<마유즈미 치히로님이 나갔습니다>>

<<카즈쨩님이 마유즈미 치히로님을 초대했습니다>>

<<마유즈미 치히로님이 나갔습니다>>

<<쿠로코님이 마유즈미 치히로님을 초대했습니다>>

쿠로코 : 절 봐서 참으세요.

마유즈미 치히로 : 네가 어디가 이쁘다고?

카즈쨩 : 잘못했으니까 이야기 계속 해도 괜찮나요?

마유즈미 치히로 : 거절한다

쿠로코 : 하세요.

카즈쨩 : 마유즈미상 너무 차가워(ノД`) 아니 주말에 시간이 비는데 나랑 놀아줄 사람 모집☆

마유즈미 치히로 : 너 저번에도 그렇게 세이린에 민폐끼치고 온걸로 기억하는데.

쿠로코 : 딱히 민폐는 아니었습니다.

카즈쨩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히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유즈미상 너무 보호자인ㅋㅋㅋㅋㅋㅋㅋ사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유즈미 치히로 : 작작 웃어 좀....

쿠로코 : 그러고보니 놀이공원 티켓을 받은 참이었는데 같이 갈까요?

카즈쨩 : 에? 놀이공원? 받았다고? 누구한테?

쿠로코 : 키세군에게 받았습니다만, 3인 이용권이고 키세군은 시간이 도무지 안난다는 모양이라... 3인이면 같이 갈 사람 고르기도 마땅치않았는데 잘되었네요.

마유즈미 치히로 : 난 같이간다고 한 적 없는데.

쿠로코 : ..... 많이 바쁘신가요?

카즈쨩 : 같이 놀아요! 같이 놀아요!!ヾ(*´∀`*)ノ

마유즈미 치히로 : 귀찮...

쿠로코 : 머리 식힐겸 하루정도 노는것은 괜찮지않습니까?

마유즈미 치히로 : ... 뭐 주말이라면.

카즈쨩 : 그럼 이번 토요일 아침에 볼까요!

마유즈미 치히로 : 아침부터 보는거냐.

쿠로코 : 놀이공원이니까요. 9시 쯤에 볼까요?

카즈쨩 : ( *`ω´)예에에 그림자 트리오 모임☆

마유즈미 치히로 : 갑자기 가기 싫어졌다.

카즈쨩 : 에에에에에에엑

쿠로코 : 그럼 토요일 아침 9시에 역 앞에서 보기로 하죠.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카즈쨩 : 히이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텟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페이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약속 당일. [텟쨩이랑 놀 거라는 것이다( *`ω´)]하고 신쨩에게 라인을 보냈다가 무려 읽씹을 당했다. 조금 심통이 나서 부럽지? 부럽지? 하고 약 올리니 결국 시끄럽다는 것이다! 하고 혼이 나 버렸다. 그렇게 신짱을 놀리며 역에 도착하니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마유즈미상 손에 있는 건 뭔가요! 놀이공원인데 책이라니! 그것도 무려 라노벨! 푸웃하고 웃는 소리에 책에서 눈을 뗀 마유즈미상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미간을 구겼고, 나는 즐겁게 손을 흔들며 그들을 불렀다.


"얏호! 텟쨩! 마유즈미상!"

"시끄...? 어? 으앗! 쿠로코?"

"타카오군, 주변에 폐입니다. 안녕하세요. 마유즈미상."

"너, 언제부터..."

"거의 동시에 도착했습니다만... 책에 집중하시는 것 같아 말을 못 걸었습니다."

"푸핰! 마유즈미상 옆에 쿠로코가 있는 것도 몰랐던 거에요? 우와하하하하하! 텟쨩 엄청나!"

"시끄러워!"


미스디렉션은 서로에게도 적용되는 건가! 아니 쿠로코에게는 적용 안되는 거려나? 웃기 시작한 내게 미유즈미상이 화를 냈지만 웃긴 걸 어쩌나. 한참을 웃어젖히고 나서야 멈춘 나를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마유즈미상과 한숨을 내쉬는 텟쨩에게 그렇게 보면 부끄러워☆같은 장난을 치다가 그대로 버림받을 뻔했다. 어찌어찌 놀이공원에 도착해 내가 이예이이 하며 달려나가다가 마유즈미상에게 뒷덜미를 잡혀 얌전히 입구 줄에 세워졌다. 의외로 연장자의 면모를 아낌없이 발휘해 주시는 마유즈미상은 역시 츤데레구나! 하고 생각하는 내 속마음은 모른 채 사람에 밀려 자꾸 뒤처지는 쿠로코를 챙기는 마유즈미상을 즐겁게 관람했다.
물론 입장부터가 혼잡한 놀이공원이다 보니 마유즈미상과 쿠로코를 발견 못 한 직원이 내가 말하고 나서야 알아채고 놀라는 일은 예상 내였으나. 한 가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어이, 쿠로... 쿠로코?"

"에엑? 텟쨩? 바로 뒷자리에 탔었는데? 아니 사람이 많아서 안 보여!"

"쓸모없긴."

"그런말 마시구요! 텟쨩! 텟쨩?"

"뒤입니다, 타카오군."

"오! 발견! 발견! 마유즈미상 저쪽!"


타지 않으려 버티는 마유즈미상을 억지로 끌어다가 바이킹에 태우고 내리지 못하게 붙잡고 탄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우르르 하차하는 사람들에 섞여 호크아이로도 쿠로코를 찾을 수 없어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그래도 웬만한 사람들보다 큰 마유즈미상 쪽이 찾아내기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쿠로코와 함께 탑승하니 이번엔 마유즈미상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당황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찾아보니 출구 쪽에서 지쳐있는 마유즈미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한참 멀어져버려서 그냥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왜 놀이기구에서 하차했을 뿐인데 일행을 찾으려 고생을 해야 하는데!"

"혼잡하니 별수 없잖아. 그냥 출구에서 만나는 게 어때."

"두 사람 다 존재감 좀 어필해주시면 안 됩니까."

"무리."

"무리입니다."


뭔가 특이한 것이 있다면 눈에 띄지 않을까 하고 의견을 꺼내니 쿠로코는 굳게 입을 다물었고 마유즈미상은 노골적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말을 꺼내며 가리킨 것은 바로 기념품 상점 입구에 진열된 머리띠들 이었으니. 방긋 웃으며 갈까? 하고 물으니 두 사람이 격렬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그렇게 싫어하면 너무 강행하고 싶어진다구요? 싫어하는 그들을 질질 끌어다가 솔선수범해서 검은색의 고양이 귀를 착용해보이니 마유즈미상의 표정이 더 구겨졌다.


"자- 자. 마유즈미상 얼굴 펴시고! 텟짱은 어떤 게 좋아?"

"... 안 하는 것은 어떤가요."

"기각- 이쪽에 모자는 어때? 아, 아동용이네."

"작으니까 아동용도 맞는 거 아니냐."


이것저것 둘러보며 고르는 나와 격렬히 거부하는 쿠로코. 우리 둘이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마유즈미상이 대충 팬더 모자를 집어 쿠로코의 머리에 씌우면서 결정해버렸다. 물론 발언 상의 문제로 쿠로코가 매우 불만스러워 했지만. 마유즈미상은 자기는 귀찮다는 듯이 도주를 시도하려다가 나와 쿠로코에 의해 양팔을 붙잡혀 강제로 머리띠를 착용해야 했다. 극구 거절하는 마유즈미상의 머리에 깜찍한 토끼 인형이 달린 머리띠를 씌우고 그대로 카운터로 향했다.
상점에서 나온 뒤. 마유즈미상은 강제로 결제 당해서 기운이 없으니 이제 놀이기구를 못 타겠다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러면 지갑을 꺼내지 않았으면 됐을 일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럼 우리 점심 먹으러 가자구요!"

"그러고 보니 식사 시간이 지났군요."

"저쪽에 햄버거 가게가 있지 않았나?"

"여기까지 와서 햄버거를 먹고 싶지는 않은데요..."


솔직히 평소 마지바에 자주 가곤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햄버거를 먹고 싶지는 않달까. 내 말에 쿠로코도 고개를 끄덕였기에 그럼 어디로 갈까 하며 안내도를 펼쳤다. 이 안에서 먹는거 라면 뭐든 비쌀테고 그냥 대충 핫도그로 때우자는 쿠로코와, 너는 좀 제대로 먹으라는 마유즈미상의 다툼 끝에 결국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결정되었다. 마유즈미상은 이 꼬라지로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싫다고 투덜거렸지만 적당히 흘려들었다. 쿠로코의 메뉴 선정 건으로 인한 사소한 소란 이후, 겨우 점심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많이 못 먹습니다."

"인간이라면 그 정도는 먹어."

"아니 샐러드는 남겨도 괜찮으니 고기랑 밥은 먹으라고?"

"으음..."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줄테니까."

"마유즈미상 쿠로코한테만 상냥..."

"넌 입 다물어."


그리고 그 사소한 소란은 식사 내내 이어졌고, 쿠로코는 매우 불만스러운 얼굴로 겨우겨우 그릇을 비워냈다. 그리고 배가 불러서 못 움직이겠다는 쿠로코를 위해 잠시 앉아서 쉰 뒤 이동하기로 하고 다음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지도를 펼쳤다. 아쿠아리움? 어린애냐. 그럼 이쪽의 놀이기구는요? 멀미 날 거 같은데. 그럼 어디에 갈 겁니까. 셋이서 지도를 잡고 투닥거리며 다음 행선지를 정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여성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자리에 여자들이 앉은 모양이라 힐끗 바라봤다가 눈이 마주치니 상대방이 화들짝 놀라서 시선을 돌린다. 그 이후 떠드는 소리가 더 높아지다가 종국엔 꺄 하고 작게 비명까지 지르니 거슬렸는지 점점 마유즈미상의 미간에 주름이 많아졌다.
마음속으로 온갖 욕설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마유즈미상을 시한폭탄을 보듯 바라보던 그때 그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

"네-! 네네! 무슨 일이신가요?"

"어머, 그게, 혹시 괜찮다면 연락처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 너 임마, 역시 인기 많잖아."

"엣. 아니 저기,"

"아니... 이쪽 키 크신 분..."

"응?"

"에?"

"하?"


존재감이 부족한 두사람이다보니 당연히 헌팅 당한건 나라고 여긴 마유즈미상이 내게 괜히 시비를 걸었다. 그에 당황해 하고 있는데, 상대가 마유즈미상이라고 정정하니 우리 셋이 동시에 얼빠진 소리를 냈다. 머리띠나 모자를 구입할 때는 그저 기념품이라는 기분으로 장난삼아 했었을 뿐 이었다. 그거 설마 효과가 있는 거였어? 하며 쿠로코와 내가 마유즈미상의 머리 위에 얹어진 앙증맞은 토끼를 바라보자 마유즈미상의 표정이 더 구겨졌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곤 손에 들려있던 지도를 차곡차곡 어여쁘게 접고는 여느 때와 같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게 던지듯 지도를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지만, 전혀 관심 없습니다."

"엑. 마유즈미상? 잠깐, 같이가요!"

"아, 그, 실례하겠습니다."


툭 던지듯 말하고 나가버리는 마유즈미상을 부랴부랴 쫒아나왔다. 뒤에서 쿠로코가 당황한 목소리로 여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쫒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띠도 벗어들고 성큼성큼 앞서걷는 마유즈미상을 따라가며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봤다. 싫다는 사람한테 어리광을 부려서 이리저리 끌고다녔는데 귀찮은 일까지 엮였다. 기분 전환이랍시고 놀러나온 건데 기분 상한거라면 어쩌나하면서 한숨을 내쉬니 앞서가던 마유즈미상의 걸음이 멈췄다. 그런 그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돌연 뒤를 돌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머리띠를 쿠로코의 모자 위로 씌웠다.


"에, 마유즈미상?'

"가방에 책으로 가득해서 안들어가."

"...네?"

"그러니까 쓰고 있어. 손에 들고다니면 잃어버리니까."

"음.. 기분 나빠지신 거 아니었습니까?"

"내가 왜?"


쿠로코의 물음에 마유즈미상이 어이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럼 우리는 뭣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던거야. 허탈함에 둘이 마주봤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왜 웃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마유즈미상을 놀이기구 타러 가자며 양 팔에 매달려 잡아 끌었다. 맘대로 하라며 당기는대로 끌려오는 마유즈미상의 입매가 아주 살짝 미묘하게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해버린 우리는 다시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신나서 걸음을 옮기던 도중 쿠로코가 멈추어섰다. 의아해서 쿠로코를 부르니 쿠로코가 잠시 들리지 않겠냐며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게임장?"

"뭔가 대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만."

"왜 대결을 해야하는데."


영문을 모르는 마유즈미상이 태클을 걸었지만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그 날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라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사격게임도 있고 이것저것 많은 모양이라 우리는 잠시 들려보기로 했다. 각자 인형뽑기와 사탕뽑기, 사격게임 등등 한 두 게임씩 하던 도중 익숙한 것을 발견해 모두 불러모았다.
그 게임기를 본 쿠로코는 눈을 빛냈고 마유즈미상은 표정이 짜게식었다.


"여기까지 와서 이걸 해야해?"

"뭐, 최고점은 상품도 있는 모양인데요."

"뭔데?"

"대형 인형이요."

"절대 필요 없는거잖아."


마유즈미상이 투덜거리던 말던 호기롭게 다가간 쿠로코가 이정도 거리라면 잘 들어가지 않을까요. 하며 동전을 넣었다. 짤랑짤랑하며 동전이 들어가고 숫자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호기와는 딴판으로 반이상 넣지 못하고 있던 쿠로코가 막판 스퍼트로 골대가 움직이기 시작하니 당황하기 시작했다. 농구인데 골대가 움직이는건 사기라며 투덜거렸고 마유즈미상이 그것도 못하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동전을 넣고 시작한 마유즈미상은 핀잔을 준 만큼 성적을 거두었다. 최고점을 얻지 못해서 인상을 쓴 마유즈미상을 보고 다시 한번 해보겠다며 쿠로코가 다시 도전했지만 역시나 대 실패. 이렇게 된거 팬텀슛으로 넣는다는 모양이었지만 그런거 남용하지 말라며 마유즈미상에게 혼났다. 
몇번의 시도 끝에 마유즈미상이 아슬아슬하게 최고점을 얻어 상품을 가지러갔고 겨우 내 차례가 돌아왔다. 상품을 타러간 두 사람이 한참 넣고있는 내 옆에 나란히 서서 구경을 하더니 골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내게 말을 걸며 방해했다.


"좀 더 빨리 던져봐."

"타카오군 하이 스펙이지 않습니까."

"감히 선배가 간신히 이룬 최고점을 뺏으려는거냐?"

"타카오군 나쁘네요."

"와악 두 사람 나한테 왜 그래!"


두 사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최고점을 얻어내자 마유즈미상이 빼앗았겠다! 하고 외쳤고 쿠로코군이 타카오군이 그럴 줄 몰랐습니다! 하며 거들었다. 결국 울상으로 상품을 받으러오니 안내원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인형은 귀여웠다. 여동생에게 주면 좋아하려나. 마유즈미상은 호랑이 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나는 흰 토끼 인형을 품에 안고 돌아다니다가 이 상태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다행이 오락실 근처에 물품 보관함이 있었던 덕에 작은 칸에 억지로 인형을 우겨넣고 우리는 다시 놀이기구를 타러 출발했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놀이기구를 섭렵할 기세로 이리저리 뛰어다닌 우리는 저녁 때가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퍼레이드 시작 전 적당히 자리를 잡고 휴식하기로 했다. 30분 남짓 남은 시간, 뭔가 먹을까 싶었지만 이미 자리에 앉았고 이미 지칠대로 지친 두 사람은 뭔가 먹었다간 토할 것 같다기에 포기했다.



"아, 기분 전환 제대로 했다."

"그러게요, 농구 안하고 이렇게 지칠정도로 논건 처음 인 것 같습니다."

"아니, 우리 결국 농구도 했잖아? 게임장가서 농구 게임에 불꽃을 튀기던 두 사람이면서!"

"너도 했잖아. 뭘 안한 척 하고있어."

"악! 마유즈미상 은근 폭력.. 으갹!"


까불거리다 결국 마유즈미상에게 뒷통수를 얻어맞았다. 은근 손부터 나가는 경향이 있다니까... 게임장에서 받은 상품은 퍼레이드를 보러오기 전에 꺼내와서 이제 쿠로코와 내가 각자 품에 안고있다. 마유즈미상이 남자가 혼자 사는 자취방에 인형이 있는 것은 이상하다며 극구 거절했기에 이런 배분이다. 쿠로코는 인형이 카가미와 닮았다며 카가미에게 줄 생각이라는 모양이다. 이렇게 돌고 도는 건가!


"진짜 농구니까 최고점 먹겠다고 죽기살기로 할 줄이야... 나 연습때도 이렇게 안 했던 것 같은데."

"뭐, 이건 시간 제한이 있으니까요. 막판엔 움직이기까지 했고."

"그것도 그렇지만, 난 슛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아. 그렇구나!"

"그렇지. 2군에서 2년동안 했던 것보다 1군에서 1년 한게 더 힘들었던거 같지만."


대학에 가서는 농구, 안 하지 않을까. 어딘가 허탈한 듯 중얼거리는 마유즈미상은 그 말을 끝으로 침묵했다. 왠지 무거워진 공기에 그가 장난스럽게 우리의 머리를 엉망진창이 되도록 거칠게 쓰다듬어줬지만 그래도 조금 씁쓸한 기분이다. 곧 졸업하는 선배들이 떠올랐다. 조금 더 같이 농구 하고싶었는데...
우리가 떠들던 동안 퍼레이드가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는지 조용해진지 얼마 안되어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화려한 의상, 화려한 불빛. 온통 화려한 퍼레이드가 왁자지껄한 음악에 춤을 추며 나타났다. 어린아이들의 신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소리가 워낙에 커서 대화하기도 힘든데 이 노랫소리를 뚫고 울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라니, 엄청나네. 


"시끄럽지만 예쁘네."

"그렇네요."

"이 다음에 불꽃놀이 였던가. 그것까지만 보고 슬슬 돌아가자.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


정말로 죽어가는 마유즈미상의 목소리에 키득거리며 그러기로 결정했다. 하기야 9시에 출발해서 벌써 반나절을 여기서 놀고 있으니 슬슬 돌아갈 시간이긴 하다. 킥킥거리며 퍼레이드의 마무리를 구경하고 있으니 시끄럽다고 한 대 더 얻어맞았다. 어차피 시끄러워서 킥킥거리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을텐데 억울하기 그지없다.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는지 무언가 쏘아져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고, 첫번째 불꽃이 하늘을 수 놓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불꽃을이 하늘 가득 피어나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붉은색 노란색 등등 여러가지 색으로 피어나는 불꽃들이 사그라들고나서야 우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가중의 전철 안,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대로 잠에 빠져서 푹 잠들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잠이 들었다가 마유즈미상이 내려야한다며 깨워서 간신히 역을 놓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내릴 수 있었다. 


"와 벌써 시간봐..."

"늦었는데 자고가. 자취방 이 근처니까."

"에. 그래도 괜찮은가요?"

"괜찮으니까 자고가라고 했겠지."

"그럼 집에 연락 좀..."


마유즈미상의 권유에 우리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신나서 마유즈미상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거실과 방하나가 있는 지극히 평범한 자취방, 그래도 제법 깔끔한 모습에 우리는 우와아- 하며 감탄했다. 갈아입을 옷을 빌려 갈아입고 신장차 때문에 헐렁한 옷을 보고 웃었다. 마유즈미상이 깔아준 이불에 털썩 드러누웠다가 던져진 베개에 얻어맞아 또 한 번 웃었다.
내일 아침 해줄테니 먹고가라는 말에 예에에 하고 소리쳤다가 민폐라며 혼이났다. 쿠로코가 도와준다는 말에 무엇을 할 줄 아냐고 물어보니 삶은 계란은 자신 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마유즈미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냥 쉬라고 말했고 쿠로코는 시무룩해져선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오냐, 쉬어라."

 

 

 

여러분 안녕하세요ㅜㅠ... 오랜만에 뵙습니다... 부디 저를 매우 치세요ㅜㅜㅜ 

안 좋은 일이 한번에 여러가지로 휘몰아쳐서 멘탈을 수복할 시간이 필요했던터라 죄다 내팽겨치고 있었달까요.... 취준생이다보니 현생에 치여서 그렇달까요... 그러면서 그래도 1월에는 와야지. 2월에는 와야지 했는데 벌써 9월 이네요... 기다리셨을 분들께는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멘탈은 수복 했는데요.. 글을 놓았다고 지금 글럼프가 와서... 글이 심각하게 안써져서 다시 멘탈을 부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도 조금씩이나마나 간신히 쓰고있어요 ㅜㅠ.. 여러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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