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씨게 치였습니다.
특히 츠루마루한테요.[…]
제가 갭모에에 좀 많이 약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외모적으로는 카네씨가 취향이었는데 말입져.
어쩌다, 츠루마루가…….[…]
여튼, 논란이 많은 작품이니 만큼 아래의 제목을 클릭하면 뜨니, 싫으신 분은 패스해주세요!
여러모로 조작이 많은 글입니다.
일단 사니와부터 조작이 장난이 아니니,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상처가 많은 아이거든요.
여튼, 이상입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앞으로도 쭉 포근포근한 이야기가 이어지면 좋겠네요.[…]
일단, 유조는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츠루마루를 비롯해서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 다행이죠, 뭐.[아득한 눈]
이상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와 만난 건 정말 기연이었다.
학이 춤추던 날
- 作 Kamar
어떻게 역사가 바뀌어도 내 신세가 변할 것 같진 않지만, 내 미래는 눈 앞의 거금에 의해 결정되었다. 재능이 있다는 이유로 사니와(審神者)로 냅다 팔렸다. 역사를 바꾸려는 존재에 맞서 싸우기 위해 과거로 내던져졌다. 그래도 숙식은 똑바로 제공된다니 다행이다. 어떤 메카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니와와 쉬이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니와통신은 물론이거니와 꼬박꼬박 자원도 지원해준다하니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직장이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니와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전 시대에 걸쳐 저명한 명검에 깃든 '신'을 소환해 계약을 맺어 적과 싸우게 한다. 상처를 입으면 치료해주고, 도와줄 보구를 만들어 준다. 너무 싸워 부서지면 염을 치뤄 떠나보낸다. 그리고 다시 계약을 맺는다. 다시 싸우게 한다. 계약을 맺은 이상 사니와의 말에 거역하지 못한다. 응, 그러니까 간도 쓸개도 다 빼먹자는 거다. 어차피 소환하는 건 진신이 아니라 분신이다. 그러니 자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소환 할 수 있다. 그러니 막대해도 된다는 건가. 우와아아~ 열심히 설명해주는 작은 여우를 봐서라도 열심히 듣는 시늉을 해야겠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닌가? 진신에 가까워지려면 소환한 다른 신의 영력을 빼앗아 넣어줘야 한다고? 이쪽도 지독하구만. 거기다 소환에는 실패가 없지만, 보구를 만들때는 실패할 수 있다. 응, 그런건가. 자원이 박살나게 깨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첫날 시험삼아서 소환한 건 야만바기리 쿠니히로(山姥切国広)였다. 무척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나타나자마자 자기는 모방품이 아니라느니 거리면서 네거티브의 세계로 쑥 들어갔다. 일단 잘부탁한다고는 했지만, 들었는지 모르겠다. 첫번째가 저래서야 어쩌지? 아니, 아무래도 상관없으려나? 일단, 하나 더 소환해보다.
음, 그냥 귀찮음에 우겨넣을 수 있는 자원을 다 우겨넣어 소환을 시도한 건 좀 문제였을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려서 내일 확인하기로 결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네거티브하던 야만바기리는 그런 내 뒤를 졸졸 따라와 장지문 앞에 턱하니 앉았다.
"당신이 죽으면 곤란하니까."
결과적으로 지켜주겠다는 거네. 조금 전 꼬마 여우가 사니와는 전투에 직접 나서지 않기에 안전하지만, 역사수정자측 암살자에 의해 다수 살해되었다는 이야기가 걸렸었나보다. 의외로 좋은 녀석일지도 모른다. 일단, 고맙다고 했더니 넝마로 얼굴을 가려버린다. 부끄럼이 많나보다. 첫날이 흘렀다.
이틋날 소감은 생각보다 기초자원을 많이 준다와 초보의 운이란 굉장하구나 였다.
일단 사니와통신으로 소환되지 않기로 유명한 검이 몇가지 있는데, 이걸 난 멋대로 레어도검이라고 불렀다. 여튼 이 레어도검은 잘 나오지는 않지만, 엄청 강하다고 되어있었다. 그랬는데 눈 앞에 하얀 존재가 나타났다. 그 레어도검에 속하는 쪽이 확실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얗다는 말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존재. 어쩐지 신성하리만치 하얀 존재가 눈을 뜬다. 말갛게 투영되는 금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여~, 츠루마루 쿠니나가(鶴丸国永)다. 나같은 게 갑자기 나와서 놀랐나?"
"놀랐습니다. 전 유우쿄조(ユウコョゾ)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슬며시 뒤쪽의 야만바기리를 보니, 녀석도 놀란 눈치다.
그런데 검에 깃든 신은 이렇게 다 미인인건가? 그런건가?! 급격한 혼란에 야만바기리와 츠루마루를 번갈아 보니 야만바기리가 혀를 차며 몸을 돌려버린다. 야, 너 왜그래? 슬쩍 쿡쿡 찌르자니 츠루마루가 호탕하게 웃으며 나와 야만바기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쓰다듬었다기보다는 가볍게 두드렸다고 해야하나? 나야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가만히 있었다만 야만바기리는 그 손을 쳐내며 몸을 팩하니 돌린다. 야, 진짜 너 왜그래! 친하게 지내야한다고!! 슬쩍 넝마를 잡아당기니 그제야 돌아서서 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다."
"이런~ 엄청난 목소리인걸? 난 츠루마루다."
"사이좋게! 사이좋게를 부탁합니다! 빈말이라도 좋으니까 잘부탁한다쯤은 붙여주세요!"
내 말에 야만바기리는 조금 움찔하더니 작게 잘부탁한다를 붙였다. 응, 역시 좋은 녀석인 것 같다. 그에 반해 츠루마루는 호쾌하게 웃을 따름이다. 좀 협조를 하라고 슬쩍 옷자락을 잡아 당기니 생각보다 큰 손이 다시 머리에 닿았다. 무심코 올려다보니 유려한 미인이 살풋 웃는다.
"유우쿄조라, 운치있는 이름이군. 유조라고 불러도 되겠지?"
"네에…."
"야만꼬마도 잘 부탁한다, 라고 하면 되려나?"
그러면서 호쾌하게 웃는다.
유우라는 애칭은 예상했다. 쿄조라는 애칭도 상정 안. 하지만 유조는 생각도 못했다. 운치있는 이름이라는 말에 고민에 빠진 야만바기리를 남겨두고 빤히 바라보자니, 무구한 눈으로 그가 웃었다. 그냥, 이려나? 진의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거부할 이유도 없기에 고개를 끄덕이니 그가 호탕하게 읏으며 다시 머리를 토닥인다.
츠루마루씨는 선이 가늘어 엄청 유려한 미인이지만, 어째 생긴거랑 엄청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츠루마루를 맞이하고, 한번 시도해 본 보구 만들기가 작렬히 실패하였기에 이번에도 자원을 꾹꾹 눌러담아 소환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시간이 엄청 걸리는데? 초보의 운이라지만 설마하니 굉장한 존재가 또 오리라고는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만 괜히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일단, 시간이 오래걸리는 점에서 엄청나게 기대된단 말이지? 사니와통신에서도 시간이 오래걸릴수록 굉장한 존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으니까.
두근거리는 속내를 억누르고 기다리자니, 츠루마루가 근처에 있던 나무조각을 들고 묻는다. 지루했나보다.
"유조, 이건 뭐지?"
"아, 그건 도움패(手伝い札)입니다. 사용하면 시일이 걸리는 일을 바로 끝낼 수 있죠. 예를 들자면, 소환때나 치료할때나아아아아아? 뭐하는 겁니까, 츠루마루씨?!"
"아아, 이런게 있다면 써봐야 하지 않겠나!"
"잠깐, 그거 비싼거라 몇개 없……!!"
말리기도 전에 사용했다. 그거 5개 밖에 없는 거라고오오오오! 혼자 좌절하자니 곁에서 야만바기리가 우왕좌왕거리며 걱정한다. 아, 역시 얘는 착한 애다. 괜찮냐고 묻길래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켰다. 옆에서 하얀 악마가 휘바람을 부는 소리가 들린다. 진짜 비싼건데! 가난한 난 사지도 못하는 건데! 특별 수당으로 밖에 안떨어지는데! 아, 하지만 이미 저질렀으니 어쩔 수 없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나 해야지.
일단 지금 누가 나타났나 확인부터 하자. 응, 비싼 도움패까지 썼는데 나쁜거면 뺑이 돌릴거다! 라고, 생각하며 돌아봤다만 정말 뜻밖의 존재가 있어 눈을 부빌 수 밖에 없었다. 이쯤되면 무섭다. 무서워. 무섭다고! 초보 운빨 개 쩔어!!!
"미카즈키 무네치카(三日月宗近). 검신에 초승달이 보인다하여 미카즈키라 불린다. 잘부탁허이."
푸른빛 화려한 옷자락에 푸른빛 도는 검은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에 걸린 초승달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그냥 미인 정도가 아니잖아, 이건!? 얼이 나가 멍하니 있었더니 바로 귀 옆에서 박수소리가 울려 히껍했다. 히껍했다고! 그랬더니 순백의 미인이 개구진 얼굴로 어떤가, 놀랐지? 라며 하하 웃는다. 그 옆을 바라보니 야만바기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쪽을 본다. 정상적인 반응은 저거지. 까닭모를 친근감이 들어 손짓으로 부르니 금발벽안의 미인이 다가왔다. 맞아, 얘도 미인이었지? 명검이라서 미인인가보다.
현실도피를 장황하게한 후에야 간신히 어서오라는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유우쿄조라고 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나야말로다. 츠루여, 그대가 먼저왔는가?"
"하핫, 자네가 오기 직전에 왔지. 그리고 이쪽은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가장 먼저왔으니 따지자면 선배려나?"
"오호라…… 그렇군. 선배인가. 야만바기리도 잘 부탁하네."
"자, 잘부탁드리입……?!??!"
아, 야만바기리가 당황했다. 선배대접은 언제했다고 선배 운운이래? 하얀 악마는 여전히 장난스레 웃는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지, 그냥 원래 천연인건지 미카즈키가 야만바기리에게 뭐라 불러야 하냐며 찌른다. 야만바기리 선배는 너무 길다며 줄여 달라고 괴롭힌다. 그만둬, 야만바기리의 라이프는 제로야!!
결국 야만바기리가 발작 진전까지 가서야 멈췄다. 이 사람들 안되겠네! 부들부들 거리는 야만바기리를 다독거리며 일단 다들 본관으로 가라고 쫓아냈다. 본관이 어디냐는 미카즈키와 저도 모른다며 탐험이라고 외치는 츠루마루가 떠났다. 잠깐, 이거 위험하지 않아!? 일단 이번에도 자원을 때려부운 후, 확인도 안하고 아직 하얗게 재가 된 야만바기리를 끌고 망할 사람들의 뒤를 쫓았다. 설마하니 그 안나온다던 레어님들이 이런 성격일 줄 몰랐다고!
사니와통신에서 다른 사니와들의 미카즈키를 부르짖는 절규와 간간히 보이는 츠루마루를 찾는 절규를 보며 난 모르는게 약이라는 걸 깨달았다. 응, 정말 모르는게 약이지. 그보다 이 글러먹은 레어 둘이 할배였냐!? 증손자뻘은 훨씬 넘는 애를 가지고 놀았던 거야!?!?!?! 뜻밖의 사실에 기겁하며 술을 찾는 두 할배를 바라봤다. 야만바기리가 어떻게든 접대를 하는 모양인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미안하다, 할배들 기가 너무 쎄서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길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야만바기리는 미카즈키와 츠루마루의 재회 기념 술판에 치여 죽어갔었다. 미안하다, 내가 진짜 힘이 없어. 정말 미안!!! 속으로 수천번은 사과한 건 나만의 비밀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장지문이 호쾌하게 열리며 하얀 악마 할배가 강림했다.
"하하하하, 유조! 네 운에 놀랐다! 굉장하다고!"
이게 할배…… 너무 정정해서 울고 싶다. 꾸물꾸물 몸을 일으키자니 대뜸 들어와 나를 들처맨다. 응, 포기했다. 니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지나는 길에 거적대기까지 달할배에게 빼앗시고 구석에 구겨져 자는 야만바기리를 발견했다. 어쩌지, 널 보니 울고 싶어진다야. 어쨌든 츠루마루가 도착한 곳은 소환실이었다.
잠시만, 내 운에 놀랐다고? 초보운 다쓴거 아냐!? 거기까지 생각이 닿아 돌아보니, 사니와통신에서 나와달라고 사정하던 그 레어님이 계셨다.
"코우세츠 사몬지(江雪左文字)라합니다. 싸움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날이 있을까요?"
"그, 그렇게 어려운 건 잘 모르겠습니다! 유우쿄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운빨 쩔어어어어어어어!!!!! 뭐야, 뭐냐고오오오오오!! 내 운 어떻게 되먹은거냐!? 이것도 초보의 운? 초보운빨인거냐!? 어제까지도 무서웠다만, 오늘은 더 무서워어어어어어어!!! 아, 그래도 귀찮으니 얼마남지 않은 자원을 다 쏟아넣었다. 그걸 보더니 망할 할배가 신나게 도움패를 던져넣었다.
야, 그거, 비싸다고!! 비싸다고오오오!!!! 이 망할 할배야아아아아아아아아!!!!
호탕하게 웃는 하얀 할배의 목소리를 BGM으로 삼고, 떡하니 나타난 건 나보다 자그마한 은발의 소년이었다. 등 뒤에 유난히 거대한 검이 눈에 박히는 구나. 응, 얘도 봤어. 극 레어 도검일람에서 봤었다. 대폭소를 터트리는 할배와 그런 할배가 걱정이 되는지, 등을 쓸어주는 코우세츠를 뒤로하고 벗꽃을 휘날리며 등장한 소년이 담담하게 말한다.
"아소신사에 있었던 호타루마루(蛍丸)입니다아~. 쨔~안, 진타 등장입니다아~."
"사니와인 유우쿄조입니다아, 잘부탁드립니다아……."
"응, 잘부탁해요~. 그보다 츠루형이랑 코우형도 있어?"
"하하하핫, 미카즈키도 있다고! 굉장하지?"
"헤에~ 미카즈키까지? 그거 굉장하네~!"
두 마루가 꺄아꺄아 거리고 코우세츠는 가만히 들으며 놀란다. 걱정마세요, 내가 가장 놀랐어! 보아하니 이쪽도 이쪽나름 마이페이스인것 같다. 레어는 다들 이 모양인가? 갑자기 야만바기리에게 미안해진다. 고의가 아니야, 아니라고!! 마침 멀리서 지친 모습의 야만바기리가 생생한 미카즈키와 함께 등장했다. 그리고 새로 나타난 면면을 보더니 구석으로 찌그러든다. 야, 고의 아니라니까아아아아아!! 내가 필사적으로 야만바기리를 다독일 때, 한쪽에서는 다시 재회의 술을 마시자며 소란스럽다. 응, 오늘은 그냥 방 안에서 자라. 적어도 나 잘 때는 방안에 안들어오더라. 짜게 식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보다 운이 너무 좋아 무섭다. 더럽게 운이 없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대박이 우루루루루 터지는 거지? 쉽게 손에 들어온 건 더 쉽게 빠져나가 버린다. 쉽게…… 아까 자원 좀 남겨 놓을 껄 그랬다. 진짜.
"뭔 걱정을 그렇게 하시나? 놀라워해야 하지, 유조."
"충분히 놀라고 있습니다."
"아아, 그럼 말을 바꿔야겠군! 즐거워해야지, 강한 동료가 생겼지않나."
"폭풍전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데요!?"
얼결에 본심을 버럭 외치니 금빛 눈동자가 살풋 웃는다. 뭔가 불길할 정도로 아름답고 고고하게 웃어서 아까까지 주책없다 여길 정도로 파안대소하던 존재가 맞나 싶다. 그도 잠시 장난기가 눈동자 가득 떠오른다. 무구하다 여길 정도로 말간 금빛 눈동자로 웃으며 머리를 토닥토닥 거린다.
경쾌한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이거이거 우리 사니와는 겁쟁이었구만, 그럼 폭풍이 먼저 닥치면 순순히 기뻐한테지?"
히죽, 장난기로 범범된 불길한 얼굴로 웃으면서 호타루마루의 손을 잡고 지금부터 준비해볼까~?라며 떠난다. 호타루마루가 신나게 나도 나도!라 하니, 그러라면서 안아 든다. 그 뒤를 따르며 코우세츠씨가 어깨를 토닥이며 지나갔다. 밑도 끝도 없는 불길함이 치밀어 오릅니다만? 거기 앞서가는 하얀 악마님. 잠시만요. 뭘 할건 귀뜸이라도 해줘!! 해달라고!!!!
오한에 바르르 떨던 내게 느긋하게 뒤를 따르던 미카즈키의 속삭임이 들렸다.
"학이 춤을 추니 조용한 나날은 사라지겠구나."
그거 다르게 말하면 츠루할배가 날뛰어서 잠잠한 날 없을거라는 거죠? 그런거죠, 할배!? 잠깐, 이러면 츠루할배부터 막아야하는 거 아냐!? 당황한 내 어깨를 야만바기리가 토닥여준다. 그 말없는 위로가 참 기쁜데, 이 상황이 꽁트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일단, 에너자이저 할배부터 잡으러 가자. 아자! 힘내자!!
당연한 말이지만, 반딧불과 함께 날아간 학은 못잡았고 기력이 후달려 기절해버렸다. 야만바기리가 슬며시 알려주길 기절한 날 하얀 악마 할배님이 친히 이동시켜주셨다고 한다. 굴욕이다.
그날 이후 매일이 소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등뒤에 갑자기 나타나서 놀래키는 건 기본이다. 거기에 슬슬 놀라지 않게되니, 이제는 아침에 코 앞에서 잘잤냐는 인사를 하더라. 응, 그땐 죽을 만큼 놀랐다. 미인이라서 더 열받더라. 젠장! 미인이라 깨어나서 처음 본 얼굴이 이거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다들 미인이었지? 아니, 그래도 진짜 하얀 미인이 어여삐 웃으며 잘잤냐고 다정하게 말해줘서 꿈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젠장, 할배 미워! 왜 미인이야!
그렇게 슬슬 이 할배의 서프라이즈에 익숙해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심장에 위험한 미카즈키가 코 앞에 있었다. 잘잤느냐라고 다정한 말을 건내줬지만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왜 미카즈키가!? 댁이 왜 여기에 있냐고 승질을 내고 싶었지만, 꾸욱 참으니 뒤에서 호쾌하게 웃는 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미카즈키가 따라오고 싶다해서 데려왔지!"
"당당하게 무슨 짓이에요!? 미카즈키씨는 왜 따라온거에요!?"
"하하, 츠루가 재미있어 보였느니라."
"심장에 해로우니 그만둬주십시오."
"유조, 그렇게 정색하면 미카즈키라도 상처받을껄?"
"슬프구나. 츠루여, 내가 그리 해로운가."
"역시 자네는 종종 이상한 곳으로 튀는 사고가 참 놀랍다네, 하하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안해롭습니다. 그냥 내가 잘못했어요. 츠루마루씨도 웃지만 말고 좀 어떻게 해요오오오오오오!!"
이 소란도 조금 일상이 되었을 때, 이번에는 코우세츠씨가 옆에 있었다. 오, 지저스. 댁마저!! 어째서! 이 팀의 단 둘 뿐인 양심이잖아! 당신이 이러면 안돼잖아!!!! 절망에 쌓여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자니 코우세츠씨가 깼다. 그리고 날 보고 히껍해서 뒤로 후퇴한다. 음? 잠시만, 본인이 원해서 온게 아니다? 슬쩍 뒤를 보니 주책맞은 하얀 할배님이 하하하하, 웃으며 나타났다.
"어떠냐, 놀랐지?"
"이런 짓 그만두라고요오오오오오오오오!!!!!!!!!!!!"
"츠루마루님, 무슨 짓입니까!!!"
아침부터 난리였다.
그리고 그날밤, 당당하게 자러 왔다면서 쳐들어 온 호타루마루와 츠루마루씨가 있었다. 생각하길 포기하자. 응, 이 빌어먹을 할배! 결국 사이좋게 같이잤다. 젠장.
나흘 뒤, 자연스럽게 모두 한방에서 자게 되었다. 야만바기리가 엄청 불만스러워했지만, 너보다 약한 애가 없단다. 그냥 들어야지 어쩌겠지. 설핏 한숨 섞인 코우세츠씨의 결국 이런거겠지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보니 말과는 다르게 평온한 표정이었다.
응, 이런 것도 나쁘진 않아. 나쁘지 않아.
평화로운 한달이 흘렀다.
사실 어떻게 출전시키는지 듣고 까먹어서 야만바기리만 혼자 보냈다가 너덜해져서 돌아온 걸 보고 난리치긴 했다. 괜찮다는데 내가 안괜찮다면서 치료실로 보냈다. 검이라고 수리실이라고 되어있더라만, 치료실이지!! 치료하러 보내는 곳이잖아! 어쨌든 그 후 보구가 있으면 덜 다친다는 걸 보고 일단 보구만들기에 착수했다. 사흘치 자원을 쏟아 부었지만, 다 실패해서 츠루마루씨가 엄청 웃었었다. 위로를 해줘, 위로를 해달라고!! 보다 못한 야만바기리가 도와줘서 금빛 보주를 만들 수 있었다.
사니와통신을 확인하니 원래 같이 만들어야 한다더라. 내 삽질은…… 사흘치 자원은…… 이미 저지른거니 어쩔 수 없지. 응, 어쩔 수 없지. 하얀 할배가 어쩐일로 기운내라면서 사탕을 줬다. 미카즈키씨도 주더라. 코우세츠씨는 단팥떡을 줬다. 야만바기리가 자기가 잘하겠다면서 막 힘내겠다고 하고 옆에서 호타루마루가 토닥토닥 거려줬다. 어쩐지, 눈물이 났다…….
그 이후는 승승장구였다.
일단 원래 강한 쪽이어서 그런건지 금구슬로 꽉꽉 채워줘서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다들 상처하나 입지 않고 돌아와서는 기다렸냐면서 머리를 토닥토닥 거려줬다. 심지어 호타루마루까지! 잠시지만 그렇게 어린 짓을 했나 싶었다. 음, 나쁘진 않으니까. 아무렴 어때.
그게 일상이 되었을 때 쯤, 코우세츠씨가 처음으로 날 그냥 지나쳐갔다. 부러진 두자루의 검을 소중히 안고 터덜터덜 구석방으로 들어간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다들 똑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코우세츠씨를 찾아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그저 고개짓으로만 괜찮단다.
미카즈키씨는 그냥 곱게 웃으며 내 머리를 토닥였고, 야만바기리는 어쩔 수 없는거다라며 더 침울해져서 내가 위로해야했고, 호타루마루는 겪어야 하는 거라면서 우린 괜찮을거라며 내 머리를 토닥토닥 거렸다. 내가 더 크거든? 하지만 얌전히 쭈그려 앉아 그 토닥임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하얀 할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핫, 그럼 코우세츠를 놀래켜보지 않겠나?"
아니, 그거 말고. 이 할배는 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 팩 돌아서려 했는데, 갑자기 날 들쳐매더니 흥겨운 발걸음으로 소환실로 향한다. 마음대로 하라고 그냥 얌전히 있었다. 발 빠르게도 금새 도착했더니 마음대로 자원을 넣고는 소환을 해보란다. 음, 요만큼으로도 소환이 가능한 거였구나. 신선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데 이게 코우세츠씨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어쨌든 넣은 자원이 적었던 덕인지 잠시 기다리니 소환이 끝났다.
거기에는 음울한 표정의 소년이 있었다. 어쩐지 승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이 코우세츠씨와 비슷했다. 그런 걸 떠올렸더니 소년이 입을 열었다.
"나는 사요 사몬지(小夜左文字). 당신은 누군가에게 복수를 원하는가?"
"저는 유우쿄조, 원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보다 츠루마루씨!?"
"하하하하, 역시 유조! 놀라운 운이구만!"
사몬지라면 코우세츠씨와 같은 성…… 이 아니라……? 아니다, 성 비슷한거 아냐!? 혼란에 빠져 두리번 거리니 화들짝 놀란 사요를 포획한 츠루마루씨가 한번 더 해보라며 재촉한다. 아니, 뭘 더 시키는 건데? 소환? 이 상황에서 소환인거냐!? 혹여나 싶어서 한번 더 소환을 시도했다. 그냥 되는대로 넣었는데 시간은 애매하달까? 어음, 이대로 기다리면 되나 싶었는데 이 망할 하얀 할배가 그새를 못참고 도움패를 던져 넣었다. 비싸다니까, 비싼거라니까!! 우어우어거리며 쿡쿡 찌르니 이 할배는 호쾌하게 웃는다. 사요가 조심조심 머리를 토닥여줬다. 얘도 천사과였구나.
소환이 끝나 조금 음울한 인상의 미인이 짜안하고 등장했다.
"소우자 사몬지(宗三左文字)라고 합니다. 당신도 천하인의 상잔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그런거 안기다린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츠루마루씨가 빨랐다. 소우자씨의 손을 덥썩 잡더니 성큼 밖으로 나선다. 유쾌한 웃음소리가 도플러 효과로 들리고서야 따라 나설 수 있었다. 아, 진짜 이 망할 할배가아아아아아아아!!! 간신히 따라갔더니 무슨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다른 애들까지 모조리 모여있었다.
미카즈키씨가 날 안아올리더니 하하하, 장하구나 장해. 거린다. 뭐야, 내가 뭘했는데? 누가 설명 좀 플리즈! 혼란 상태인 난 버려두고 하얀 할배가 문을 박살냈다. 아, 문 좀 살살 열라고 했었는데 기어코 박살냈냐!? 거기에서 뜨억거리는데, 이 할배가 한술 더 뜬다.
"여어~ 코우세츠, 선물이다! 던질테니 잘 받아라고~!"
"잠시만, 설마 사요를 던지겠다는 겁니까!?"
소우자씨 나이스 테크으으을!!! 미카즈키씨, 이 망할 할배야아! 내려줘어어어어어어!! 허공에서 파닥이며 막아 보려고 했지만, 사요는 이미 던져졌다. 아니, 너도 멍하니 던져지지 말라고. 말라고오오오오오!! 소우자씨도 급히 손을 뻗었지만, 늦었다. 기겁한 상태인데, 코우세츠씨가 잽싸게 사요를 받았다. 받았다아아아아!! 코우세츠씨 나이스으으으으으!!!
그리고 하얀 할배는 하나 더 있다며 소우자씨까지 던졌고, 코우세츠씨는 기겁해서 허둥허둥 소우자씨까지 안전하게 받았다.
"어떠냐, 놀랐지?"
"이런 몰상식에 놀라는게 당연하거든요오오오!?!?!?"
"하하하하, 미안미안. 하지만 원래 선물은 놀라워야지. 어때? 마음에 들었나?"
"던지는 건 봐주셨으면 합니다."
"어~ 다음부터는 참조하지. 유조의 덕이니 유조에게도 감사하도록."
코우세츠씨는 어리둥절한 사요와 소우자씨를 꼭 끌어안고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얼결에 마주 인사를 하면서도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미카즈키씨가 장하다면서 날 달랑든 상태로 이동한다. 호타루마루가 손을 잡아줬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뭐가 장하다는 거야. 설명, 누가 설명 좀!!!
나중에 천사인 야만바기리가 슬며시 알려줬다.
그때 코우세츠씨가 안고 왔던 검은 다른 사니와가 버린 부러진 소우자씨와 사요였다고. 염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진 가여운 형제를 발견하고 그대로 안고 왔단다. 처음에는 내게 염을 부탁하려 했었지만, 너무 슬퍼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거라고. 그리고 츠루마루씨는 내 운빨하나만 믿고 소환을 시켰단다. 설마하니 한큐에 성공할지 몰라 나중에 엄청 웃었다더라. 그리고 그 부러진 검은 그대로 사라졌다며 잘한거라더라.
내 첫번째 식구가 이렇게도 착해서 눈물이 난다야. 그런데 무슨 관계인지도 가르쳐주면 안될까? 슬며시 찔러보니 내 천사가 같은 도공에게서 만들어진 형제검이라고 대답해줬다. 그럼 얘한테도 있는 거 아냐? 슬쩍 찔러보지만, 대답을 안해주고는 그냥 잘 자란다. 진짜 야만바기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응, 진짜.
코우세츠씨가 조금 기운을 차렸다. 사요는 의외로 츠루마루씨를 따랐고, 곁에 놀때면 소우자씨가 불안불안 따라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코우세츠씨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며 미카즈키씨와 차를 마셨다. 가끔 호타루마루도 함께 끼여서 노는데, 가끔 나도 끼여진다. 강제다. 내가 원한거 아니다. 진짜라고! 막 들려 다니는게 얼마나 기분 애매한데! 재미있을 거 같다면서 다른 할배까지 가세하면 진짜 이젠 다 필요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중에 야만바기리가 그만하라고 빼앗아 얌전히 앉혀줘서 살지, 젠장. 역시 내 천사!
사니와통신을 뒤져봤다. 염을 할 시간이 없으면 그냥 검은 버려도 된다는 식의 발언이 나왔다. 그냥 버려도 되는게 어디있어? 어쩐지 울컥해서 결국 그날 몰래 빠져나가 검을 몇개 주웠다. 누구인지 모를 검은 슬쩍 들고와 혼자 염을 치뤘다. 빛으로 흩어지는 걸 보면서 조심하자고 몇번이나 다짐한다.
살며시 밖으로 나오니 맞은편 나무가지에 하얀 옷자락이 보였다. 뭐야, 저 할배. 저기에서 뭐하는 거야? 반응도 없이 있어서 자나 싶어 나가갔더니 스르륵 떨어진다. 너무 자연스럽게 떨어져 기겁해서 달려가니 무사히 착지하고서 환하게 웃는다.
"어떠냐, 놀랐지?"
아, 때려주고 싶어어어어어어! 분해서 파르르 떠니 생각보다 커다란 손이 머리에 닿았다. 안정적으로 토닥여 주며 익숙하게 안아올린다. 많이 놀랐냐며 미안하다면서 등을 토닥토닥여준다. 마당에서 놀던 호타루마루와 사요가 쪼르르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 와중에 미카즈키씨는 자기도 안아보겠다며 손을 내민다. 그만둬, 이 망할 할배야! 저항 의사로 꼭 츠루마루씨를 꼭 끌어안았더니 시무룩해진 듯 코우세츠씨와 야만바기리가 달래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날 처음으로 사니와가 되어서, 여기로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응, 정말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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