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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인쇄기/초벌인쇄

[쿠로코의 농구 / 사쿠라TS쿠로] LUNCH BOX (1) -1

by 류 엘 카르마 륜 위르치아나 2014. 11. 15.
이예이~ 제가 원고를 3번 지워먹는 바람에 졸면서 하는 컴퓨터 작업의 위험함을 절감했습니다 펑난 트윈지에 들어갔을 원고입니다.
라엔이랑 트윈지였는데, 이번에 라엔이 원고는 개인지로 나왔습니다.
제가 잘못했죠, 엄청.orz

어쨌든 원고는 갈길을 잃은지라 그냥 조금 다듬어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이건데요, 내용은 당연히 뒤에 더 있습니다.[아득한 눈]

어쨌든 커플링이 상 마이너라서 말이죠.
근데 의외로 이 커플링으로 쓰려고 해놓은 글이 2개인가 더 있습니다.
그것도 장편으로 완결까지 깔끔한 줄거리로.[…]
묘한 총애네요.[아득한 눈]

제목으로 경고는 대신하겠습니다.
테츠야 TS인 테츠나가 싫으시면 읽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화면 저편의 존재였다.

 마치 아이돌처럼 현실에 있지만, 아득한 존재였다.

 가끔 그녀를 끔찍이도 귀애하는 매니저를 통해서나 간간히 소식을 들었었다.


 그리고 1학년 봄 학기 무렵, 아직 벚꽃 꽃망울이 긴 겨울잠에서 깨지 못했을 때.

 요리를 가르쳐달라며 그를 찾아오기 전까지, 그녀는 신기루처럼 아련한 여름 하늘이었다.


LUNCH BOX
- 作 Kamar



 토오(桐皇)학원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학풍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많은 동아리와 부가 있으며, 보다 나은 활동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 중에서 가장 치열한 쪽을 꼽으라면 역시 공간이 지극히 한정되는 실내 체육계 운동부를 꼽을 것이다. 토오학원도 그리 작지 않기에 총3채의 체육관이 있다. 제1체육관은 강당으로도 사용되는 조금 낡은 건물이고, 제3체육관은 토오학원이 세워지기 전부터 있었기에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재급 건물이다. 그에 반해 제2체육관은 근래에 착공된 신관으로서 모든 운동부의 로망이 집결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2체육관의 인기는 개관 이래 언제나 요란스러운 대관신청으로 알 수 있다. 실제 토오학원의 실내 체육부는 대부분 인터하이 언저리에서 노는 강자에 속했기에, 제2체육관을 둘러싼 암투는 진짜 굉장했었다. 그리고 1년 전 어느 날, 그 모든 암투를 제압하고 농구부가 제2체육관을 독점했다.

 그 배경에는 사람의 심리를 읽는 것에 능숙한 농구부의 주장 이마요시 쇼이치(今吉 翔一)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정보수집의 스페셜리스트인 농구부의 매니저 모모이 사츠키(桃井 さつき)의 가세로 모든 실내 체육계열 운동부는 제2체육관을 포기했다. 모모이가 모은 각종 정보를 이마요시가 살살 휘두르며 상대의 정신을 야금야금 긁어 뒤집고 부채질을 하는데 당할 재간이 없었던 탓이다. 애초에 머리보다는 몸으로 때우는 쪽이 성미에 맞는 운동부인 탓도 컸다. 어쨌든 그러한 연유로 농구부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고, 제2체육관을 독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마요시의 수제자로 낙점받아 은연 중에 사람의 심리를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모모이가 졸업하기 전까지 제2체육관은 농구부 전용이리라.

 사쿠라이 료(桜井 良)는 그런 농구부의 레귤러다.

 고등학교 농구계의 치트캐릭터인 기적의 세대 아오미네 다이키(青峰 大輝)를 제외한 유일한 1학년으로 기대의 신예다. 실력이 모든 걸 말해주는 운동계인 만큼 그가 강호로 꼽히기 시작한 토오의 레귤러인 시점에서 실력은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논외로 쳐야할 기적의 세대 슈터인 미도리마 신타로(緑間 真太郎)를 제외하고 SG로 손꼽히는 선수다. 특히 준비시간이 극도로 짧은 퀵 릴리스 슛이 특기인데, 그에게 특공대장이라는 별명을 안겨 줄 정도로 위력적인 3P다.

 덕분에 농구부의 유이한 1학년이라 아오미네와 종종 비교가 되곤 하는데, 그에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애초에 폭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협조성을 쌈싸 먹어치운 아오미네와 조금 소심한 구석이 보이긴 하지만 예의바르기도 하고 꼬박꼬박 선배 대우를 해주는 그를 비교하는 건, 그에게 실례다.

 여동생을 위한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가 특기고, 그걸 언제나 아오미네에게 빼앗길 정도의 요리 실력을 보유하였으며, 사소한 것에도 금방 사과하는 그에게 대전(對戰)하는 운동보다 가정적인 부활이 어울 릴 지도 모른다. 외적인 면만 보자면 그랬다.

 하지만, 그는 선수로서 승부욕과 자존심이 강했다. 평소 태도를 보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욕심이 컸다. 그러니 퀵 릴리스 슛까지 체득했다. 패스를 받은 상태에서 빠르고 정확한 3P를 넣는 건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려운 일이었고, 그게 숙달될 정도라면 그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그런 그가 프리 슈팅 연습을 하다가 공을 떨어뜨렸다.

 처음 농구를 배울 무렵 공의 무게에 적응하지 못해 떨어뜨린 적이 있긴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만큼 경악스러운 말을 들었다는 반증이다. 재빨리 눈을 굴려 주위의 상태를 확인하니 다행스럽게도 그와 대소동이했다. 패싱연습을 하다가 못받아 구르는 공이 열댓개, 민첩성 훈련을 하다가 미끄러져 데구르르 구르는 사람이 수명 등등 그 이하의 아비규환이 펼쳐졌지만 정작 주위는 누군가가 침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헸다.

 그는 그들의 심경을 백분 이해했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말이지만, 그걸 입에 담은 이가 문제였다. 하필이면, 어쩌다가! 그래서 어쩌다가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마른 침을 꿀꺽 삼친 후, 어렵사리 자신이 들은게 사실인지 확인했다.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저한테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신 건가요, 모모이씨!? 죄송합니다!!”

 “응, 부탁할 사람이 사쿠라이군 밖에 없어서 그래. 가르쳐 줄 수 있지?”


 오늘 어딘가의 부엌에서 헬게이트가 열린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호갱님. 멀리서 그렇게 속삭이는 악마의 소리를 들었다며 수근거린다. 그러고보니 며칠전 가사실습실이 아작나지 않았냐? 아~, 그 소방차오고 난리 났던 그거? 구급차도 왔었지? 응, 쓰러진 사람이 꽤 많이 발생했었으니까. 그 사건 바다건너 아는 형한테 보여줬더니 화생방 훈련했냐고 하던데? 화생방 훈련은 뭐야? 지옥구경하는 거래. 사방에서 안쓰러운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그리고 당사자인 사쿠라이는 진정 자신이 모모이에게 무슨 죄를 저질렀던가를 돌이켰다. 오늘 점심도 아오미네에게 도시락을 강탈당했던거 말고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아오미네에게 휘말려 고생한 적은 꽤 있지만 -다른 반이었지만 현장학습 때 찾아 다녀야했었고, 요즘은 과제 제출 전반을 돕게 되었다- 자기가 모모이에게 잘못한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시련…… 아니, 왜 이런 부탁을!?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결국 답이 보이질 않아 어렵게 연유를 물었다.


 “죄송합니다! 어째서 갑자기!?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로 모모이 주위의 사람이 그녀에게 요리를 요구할 리 없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상식적으로다. 벌게임이나, 뭐 그런 류가 아닌 다음에야 그녀에게 부탁할 건덕지가 조금도 없었다. 그녀의 요리 실력은 앞서 언급되었다 시피, 화생방 훈련급이며 이미 연금술의 영역으로 평가될 지경이었으니까. 거듭해서 강조하지만 그녀의 주변인이라면 결탄코 그녀에게 요리를 부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가 뺨을 살풋 붉히며 주위 배경을 엷은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그 순간 모두 그녀에게 요리를 언급한 범인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상대는 오직 단 한명 뿐이었으니까!


 “그게 비밀이지만, 테츠군이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거야! 수줍어하면서 조심조심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든지! 아아, 테츠군! 테츠군은 어째서 그리도 사랑스러운 걸까? 사쿠라이군은 알겠지!?”


 요는 그녀가 귀애하는 세이린(誠凛)고등학교 농구부 매니저, 쿠로코 테츠나(黒子 テツナ)가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모모이에게 말했고, 폭주한 모모이가 자기가 가르쳐주겠다고 외쳤다 이거다. 죄송합니다. 무슨 말인지 대강은 이해하겠습니다만, 제게 그런 거 묻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만, 쿠로코씨도 모모이씨에게서 배우려고 한 거 절대로 아닐겁니다아아아아!! 그가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애매하게 웃으니 모모이는 알아서 알아먹은 듯 그렇지, 그~지?거리며 다시 말을 잇는다. 이어서 나온 그녀의 말은 그의 예상을 적중했다.


 “그래서 내가 가르쳐 준다고 했어! 그러니까 사쿠라이군, 내게 1시간 요리 강습을 해줘!”

 “죄송합니다! 1시간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봅니다!”

 “응, 그 정도는 나도 아는 걸? 그러니까 간단한 거면 돼.”

 “절대 무리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모모이씨 어쩌다가 그렇게 무모한 결정을 하게 된겁니까아아아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거어어어어!!”


 그의 결사적인 대답에 그녀가 툴툴거린다. 나도 어렵다는 거 안다니까? 그냥 간단한 거면 된다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무리입니다아아아!! 어째서~!? 나도 잘 할 수 있단 말이야! 그건 정말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에 결국 모모이는 뾰루퉁해졌다.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꿍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애써 모르는 척했다. 다른 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소녀 매니저가 해준 밥을 먹고 삼도천 언저리로 유랑 다녀온 기억은 그만큼 뼈져렸다.

 거기에 모모이의 요리 제1피해자이자 앞으로도 피해자로 살 것 같은 아오미네가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잘해서 그 모양이냐!? 테츠가 미친게 아니면 너한테 요리를 가르쳐 달라고 했겠어!? 핫, 설마 너 테츠에게 뭘 먹였어!? 내가 테츠군에게 이상한 걸 먹일리 없잖아! 다이쨩,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사츠키, 솔직하게 말해. 너 또 네가 만든 쿠키 테츠에게 먹였지!? 그렇지!? 내가 만든 쿠기가 독이라도 된다는 거야!? 다이쨩, 너무 하잖아!! 내가 먹고 3시간 동안 기절했었다고!! 그게 독이지 뭐야!? 티격태격 잘도 싸운다.

 잠시지만 그걸 멍하니 바라보던 부원들은 어느틈에 온 것인지 모를 은퇴한 부장 이마요시의 제의를 가장한 명령 아래 하나 둘 슬금슬금 뒷정리를 하더니 자리를 뜬다. 조용히 조심스레 움직이면서도 또다른 피해자가 될 예정인 사쿠라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떠난다. 힘내라는 거겠지. 나름의 응원이겠지. 비록 저언혀 달갑지 않았지만, 마지막 양심 비슷한 것일테니 감사히 받아야겠지. 죄송합니다만, 저도 떠나면 안될까요? 죄송합니다! 슬쩍 눈빛으로 물어보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니가 가믄 여 수라장 될긴데 그카믄 안 되긋제? 생글생글 웃건만 조금도 웃지않는 그의 표정에 졌다. 사쿠라이는 애초에 그를 거역할 자신이 1g도 없었던지라 체념하고 얌전히 싸움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하여 제2체육관에는 주방의 연금술사 모모이와 그걸 저지하는 용사 아오미네, 산제물인 사쿠라이 그리고 방관자인 이마요시가 남았다. 덤으로 눈치가 극도로 없는 와카마츠 코스케(若松 孝輔)도 레귤러이자 차기 부장이라는 이유로 일단 남았다. 그러고보니 아까 전 부주장인 스사 요시노리(諏佐 佳典)선배도 본 것 같은데…… 주위를 돌아보며 확인하던 사쿠라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가 문듯 아오미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오미네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모모이의 요리를 먹었을 때의 상황을 묘사하며 격렬하게 외친다.


 “너 테츠까지 이~러~케~ 되는 독요리를 만들게 할 생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쩌렁쩌렁한 굉음이 울리며 190cm가 넘는 몸이 ㄱ자로 꺾이더니 풀썩 쓰러진다.

 방금 인간의 몸에서 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는데? 그 넓은 체육관에 아련히 울리는 시린 소리에 남겨진 인원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다른건 몰라도 저걸 맞으면 최소한 사망이라는 건 알겠다. 저거 죽은거 아닐까요? 야, 갸가 저거 한두번 당한거 아닐긴데 슬마 디지겠나? 개아늘기다. 사쿠라이는 뒤에서 소근거리는 전 부장과 새 부장의 대화에 속으로만 맹렬히 토를 달았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확신이 없는 시점에서 아웃이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와중에 차분한 목소리가 난입했다.


 “아오미네군, 말이 심하십니다. 모모이씨는 조·금 서툰 것뿐입니다.”


 두번 서툴러삐면 호문쿨루스도 만드는 기가? 미동조차하지 않는 아오미네에게 묵념을 보내며 이마요시가 중얼거린다. 사쿠라이는 무심코 거기에 동조하다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모모이씨라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니도 가능할기라고 보는 시점에서 아웃이데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소근소근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중에서 그나마 일반인에 속하는 와카마츠가 갑작스러운 난입자에 화들짝 놀라 쩌렁쩌렁 외친다.


 "언제부터!? 누구냐!?"

 "세이린 고교 농구부 매니져인 쿠로코 테츠나라고 합니다. 모모이씨가 사쿠라이군께 요리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부터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있었던거냐!?"


 자그마한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150cm도 미치지 않을 자그마한 키에 풍성한 하늘빛 머리카락.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의 일부만 한쪽으로 대강 묶었다. 조금 근 사이즈의 교복에 거의 파묻힌 모습이었지만, 곧은 자세와 태도에서 늠름함이 엿보였다. 물론, 언니 교복을 훔쳐 입은 것 같았지만 말이다. 특히 세이린 고등학교의 교복이 세일러복이라 초등학생이 중학생인 언니 옷을 몰래 입은 것만 같았다. 거기에는 유난히 어린 그녀의 외모와 작은 키가 큰 역할을 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모모이가 핑크빛 오오라에 휩싸였다. 어쩌면 좋아, 내가 배워서 가르쳐 주려고 했었는데! 모모이씨는 다른 특기가 많으니 하나쯤 못하는게 매력입니다. 그래도 아쉬우시다면 후에 다른 걸 가르쳐주세요. 꺄악, 역시 테츠군! 너무 좋아, 너무 귀여워! 그 후, 그녀를 끌어안고 부비적거린다. 모모이보다 머리 하나쯤 작은 쿠로코는 그녀의 품성한 가슴에 파묻혀 괴로워했지만, 밀쳐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슬슬 말리지 않으면 위험하겠다 싶을 때 그녀가 황급히 떨어진다. 미, 미안해, 테츠군. 나 또 폭주해 버려서어…… 괜찮습니다, 모모이씨. 전 그렇게 활기찬 모모이씨를 좋아합니다. 테, 테츠군♥

 핑크빛 오오라가 짙어졌건만, 정작 쿠로코는 그 오오라를 깨끗이 흘리고 정중히 인사한다.


 "죄송합니다. 멋대로 찾아와 연습을 방해해버렸습니다."

 "아, 그건 개안타. 가는 산기제?"

 "아오미네군이라면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두번 당한 것도 아니니까요."

 "카믄 됬데이."


 죄송합니다, 조금도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쿠라이가 속으로 토를다니, 이마요시가 산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라며 소근거린다. 죄송합니다, 마음을 읽지 말아주세요! 격하게 속으로만 부르짖으며 시선을 피한다. 그러다 문득 쿠로코의 말간 하늘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얼결에 인사를 하니, 쿠로코도 정중히 마주 인사한다. 그런 둘을 빤히보던 이마요시가 히죽 웃으며 신나게 말한다.


 "니 요리 배우고 싶다 그랬제? 근데 거도 요리 잘하는 아 있다 아이가?"

 "그렇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칼드는 것도 허락해주질 않으셔서……."

 "거도 극성이데이. 카믄 야는 어떻노? 야도 솜씨 직인다 아이가."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다시 말간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저 그 뿐이었지만, 그는 거절의 말을 꺼내기 어려워졌다. 죄송합니다, 제발 그렇게 보지 말아주세요!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주위의 도움을 청하려하지만, 어째 도움이 될 사람이 없다.

 모모이는 쿠로코와 함께 요리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미 의식이 꽃밭으로 날아 간지 오래고, 적극 말릴 법한 아오미네는 사천의 꽃밭 근처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거기다 와카마츠는 이야기의 흐름도 따라가지 못해서 고개만 갸웃거린다. 마지막으로 스사는…… 어느틈에 돌아와 있었다. 어딜다녀 오신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무시했다. 파고들면 이마요시가 더 무서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이마요시가 개입되었다고 확신했다.

 그쯤 모모이의 상태를 한층 심해졌다. 테츠군이랑 함께 요리라니♥ 꺄악, 어떻게해~ 테츠군의 앞치마라니! 사진으로 찍어야해! 난리가 났다. 죄송합니다!!! 누가 말려…… 아니, 살려주세요오… 그렇게 간절히 원했지만, 이미 대화는 거의 끝나 당사자는 젖혀두고 이후의 일정이 확정되었다.


 “마, 가는 내한티 맡기그라. 니는 야랑 쟈랑 같이 가사실습실로 가면 된데이.”

 “사쿠라이군과 모모이씨와? 가사실습실을 써도 되는 건가요?”

 “스사한티 캐놨다 아이가. 그라믄 부탁하는 기라.”

 “네, 감사합니다. 사쿠라이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에?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스사선배님!? 어느 틈에!? 아니, 언제 그런 지시를 내린 겁니까!? 죄송합니다, 무섭습니다! 죄송합니다아! 이번에도 속으로만 비명을 질렀다. 정말, 선배지만 이런 수읽기는 정말 무섭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주위를 확인하니 곁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와카마츠만 남아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야?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훈훈해졌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장이 와카마츠 선배님이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쩐지 따가워지는 이마요시의 눈길을 피해 시선을 돌리자니 올곧은 하늘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과 마주하니 아주 조금 남아있던 불만이라든가 거절의 말이 사르륵 사라져버렸다. 강인하지만, 조금의 불안을 담은 눈동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찬스를 걷어차게 했다. 사실 그는 이마요시의 말을 거역할 자신도 없었지만, 저 눈동자를 뿌리칠 힘이 더 없었다. 자신을 향한 자괴감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니, 언제나 무덤한 표정이던 소녀가 안도하며 자그마한 꽃인냥 소담히 웃는다.

 사실 그 이 후 어떻게 이동했는지, 사쿠라이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사실습실에서 앞치마를 입은 상태였다. 아직 피지않는 꽃에 잠시 홀렸던 걸까?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 자그마한 꽃이 부엌의 파괴자에게 가꿔진다.

 그녀의 풍성한 하늘빛 머리카락을 하나로 높이 올려 묶는다. 가늘지만 풍성한 머리카락의 무게는 생각보다 상당해서, 균형을 잘 잡지 못해 비틀거린다. 파닥이며 간신히 균형을 잡는 모습을 모모이는 아주 황홀한 표정으로 사진에 담았다. 죄송합니다, 거기에서는 사진찍는게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아니라고 봅니다!! 죄송합니다!!! 일단 말려야 할 것 같아 다가가니 그녀가 눈짓으로 그를 막았다. 얼결에 그가 멈춰서니 비틀거리던 그녀가 곧 몸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서더니 꾸벅 그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쿠라이군.”

 “아, 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쿠… 쿠로코씨.”

 “사쿠라이군, 나도 잘 부탁해!”


 그녀가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비틀거렸지만, 나름 곧게 선다. 아직 불안해보였기에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싶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흔들림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살짝 그녀의 눈이 즐거워하는 모모이에게 닿았다 돌아온다. 그는 왜, 어째서 그녀가 조금 무리하는지 너무 쉬이 알아버렸다. 누군가를 위해서 그 대수롭지 않은 작은 배려에 그는 모모이가 조금 부러워졌다. 눈에 확연히 보이진 않지만 저런 애정을 받는 건 분명 흔치 않으니까. 그러니 모모이가 이리도 귀애하겠지.

 역시 조금 부럽다.

 그는 무심코 든 생각에 스스로 화들짝 놀라 급히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죄송합니다, 건방진 생각을 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동급생인 여성과 있는 일이 적어서 그런 거다. 빨리 요리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오늘은 마사(賢)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줘야지. 연차가 많이 나는 어린 여동생을 떠올리며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가장 중요한 걸 그녀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쿠로코씨는 어떤 요리를 배우고 싶으십니까?”


 처음으로 그녀가 조금 주저하며 입을 몇번 달싹인다.

 이것도 드문 모습이라 그의 머릿속이 뒤엉킨다. 어려운 답이 아닐진데 저어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또래 남학생에게 요리를 배우는게 부끄러운지, 아니면 만들려는 요리가 너무 쉬운지… 어쩌면 만드는 이유가… 그는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른 마지막 이유를 잽싸게 지운다.

 생각하지 말자.


 "도시락에 들어갈 요리입니다."


 한참을 주저하던 그녀가 간신히 대답한다.

 모모이가 테츠군 귀여워어어어어♥라며 달려들었지만, 그의 심장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흔들린다. 생각하면 안되는 데, 점점 불안으로 떨린다. 그런 자신이 괘씸해 억지로 마음을 억눌렀다.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 전할 수 있는 걸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역시 도시락이 가장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모모이씨와 아오미네군이 쭉 사쿠라이군의 도시락이야기를 해준게 떠올라서 이렇게 부탁드리는 겁니다만, 역시 폐일까요?"


 정보 제공자는 짐작한대로였었다. 아니,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조금 수줍게 뺨을 붉히며 그리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눈부셔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홍조가 꽃처럼 피어나 눈을 홀린다. 너무 고운 자태에 그의 심장 어딘가가 아려왔다. 지금 어떤 표정을 지은 상태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그녀가 마냥 사랑스러워서 그저


 “전혀 폐가 아닙니다! 쿠로코씨의 마음이 꼭 전해지도록 돕겠습니다!”


 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의 대답에 그녀가 눈부시도록 환하게 웃었다. 그는 그 미소를 마음에 고이 담았다.



모모이의 대접이 좀 그렇네요.
그냥 이해해주세요.[폭소]
예상밖의 커플링이 나중에 더 나올예정이긴합니다.
상마이너 커플링이 이 글의 전재인 것 같기도 합니다.
네, 그거 고려하면서 읽어주시길!

덧붙여서 다른 TS도 좀 있는데요, 일괄적이지 않고 그냥 제가 땡기는 쪽입니다.
레알입니다.[아득한 눈]
규칙 같은 거 없습니다.[아득한 눈]

모쪼록 즐겁게 읽으셨길!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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