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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인쇄기/초벌인쇄

[쿠로코의 농구] 이제 울어도 괜찮아

by 류 엘 카르마 륜 위르치아나 2014. 11. 17.
난 그저 쿠로코를 울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애가 유아퇴행해버린 건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심각]
귀여우니 괜찮겠죠!

사실 이거 일본쪽 연백룡 성우가 쿠로코 성우랑 같아서 쳐본 드립이니까 캐붕은 감수해주십사 합니다.

단품입니다.
뒷편은 없습니다.

강조합니다만, 이거 단품입니다.[…]
뒷편 없어요!




 버저비터가 울렸다.

 필사적이었던 WC(Winter Cup)의 막이 내린다. 우승은 기적의 신성(新星) 세이린(誠凛) 고등학교엿다. 기적의 세대라 불리던 고교 농구계의 절대적인 존재를 물리치고, 기어이 우승컵을 거머쥐어 '혁명'을 일으켰다.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은 경기장에서 ‘혁명’의 주역인 쿠로코 테츠야(黒子 テツヤ)가 반쯤 넋을 놓고 전광판을 바라본다. 투명한 하늘빛 눈동자 가득 담긴 스코어는 틀림없이 세이린의 숫자가 컸다. 그게 믿어지지 않는지 그는 멈춰서 전광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그의 주위로 세이린 멤버들이 수건을 하나씩 들고 모여들었다. 벤치에 쉬던 멤버까지 모두 감격에 겨운 웃음으로 그의 곁에 모였다. 그리고 아직 어리벙벙한 그에게 대표로 주장인 휴가 준페이(日向順平)가 그를 현실로 이끌었다.


 “코챠, 진짜 해냈어! 잘했어!”


 휴가가 수건으로 머리를 부비자 그제야 상황을 현실로 인식한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천천히 멤버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진짜냐고 눈으로 묻는다. 멤버들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가 이겼어!라고 외쳤다. 몇몇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살짝 맺혔지만, 한결같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진짜구나, 우리가 이겼어. 그걸 현실로 인지한 그는 어떻게든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멤버들이 어쩔 수 없다며 그의 머리를 토닥이니, 그는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후에에에에에에에엥~ 쭌형아아아아아아~!”


 그를 사적으로 아는 이들의 시간이 순간 정지했다.

 에? 뭐야, 후에에에에엥? 쭌형아? 엑? 에에에엑!?!?!? 저거 누구야?!!??!? 의문표가 실체화해 날뛰건만, 수건을 머리에 쓴 그대로 그 자리에서 후엥 울어버린 그의 울음은 계속 되었다. 히끅거리며 손으로 어떻게든 눈물을 닦아 내려하지만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의 양은 늘어가기만 한다. 결국 그가 울기 시작한 시점부터 안절부절 못하던 미토베 린노스케(水戸部 凛之助)가 수건으로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줬다. 흐에에 울며 바라보는 그를 다독이며 다정하게 웃어준다. 그에 그가 두 팔을 뻗어 미토베에게 안기더니 다시 눈물보를 터트렸다.


 “리… 히끅, 리인형아… 나… 나아…… 흐에에엥~!”

 “코챠, 린이 정말 잘했데! 수고했데!”


 쿠로코를 토닥여주는 미토베의 곁에서 코가네이 신지(小金井 慎二)도 등을 토닥이며 미토베의 말을 통역했다. 완전히 미토베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쿠로코가 도리질하며 히에에에~ 울음을 완전히 그치지 못하자, 코챠, 착하지? 뚝! 잘했다니까! 정말 수고했어! 착하다~ 등등 서너 살 먹은 애를 달랠 때나 쓸 법한 말이 주위에 몰린 멤버들에게서 쏟아진다.

 그나마 그 무리에 끼이지 않고 조금 떨어져 그걸 바라만 보는 건 카가미 타이가(火神 大我)뿐이다. 그도 사실 손에 수분 보충용 음료와 교체용 수건을 들고 끼어들 때를 기다리는 거였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라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 줄 것이다! 그런 기대를 담고 그의 어깨를 낚아 챈 이는 조금 전까지 대전하던 라쿠잔(洛山) 고등학교의 멤버가 아니라, 관객석에서 슬며시 내려와 진행요원의 허락을 받고 난입한 슈도쿠(秀徳) 고등학교의 타카오 카즈나리(高尾 和成)였다.

 언제나 시원하게 웃는 모습이던 그가 드물게도 경직된 표정으로 물었다.


 “카가미, 상황! 설명! 플리즈! 누구야, 저거!?!?!?!”

 “켁, 네가 왜 경기장에 들어 온 거야?”

 “그런 건 넘어가! 넘어가 달라고! 진짜 저거 누구냐니까!?!? 쿠로코!? 쿠로코가 맞는 거야!? 그 포커페이스 쩔고, 남자다운데다가 일단 손부터 나가던 그 쿠로코!?”

 “맞다만?”


 긍정했다.

 그것도 그냥 긍정한 게 아니라, 별 이상한 걸 묻는다는 눈빛으로 수긍했다. 그러니까 저기에서 애처럼 후엥후엥 우는 게 진짜 쿠로코 테츠야란다. 늘 무표정을 유지하며, 불의에 일단 끼어들고 보던 그 남자답던 쿠로코 테츠야란다. 그러니까 얌전한 얼굴로 손부터 나가고, 촌철살인(寸鐵殺人)급 독설을 막 날리던 그 쿠로코 테츠야란다.

 타카오는 인지부조화가 어떻게 오는 것인지 절감하며 다시금 물었다.


 “그러니까, 저쪽이 후에후에 귀엽게 우는 게 쿠로코 테츠야라고?”

 “딱 봐도 코챠잖아.”

 “응, 그럼 코챠는 뭐야?”

 “쿠로코다만?”


 당연한 걸 왜 묻냐는 표정에 타카오는 울컥했다. 그걸 물은 게 아니잖아, 임마! 그래도 일단 그게 세이린 내부에서 쓰는 일상적인 애칭인 건 알겠다. 코챠라니! 쿠로‘’ 테‘츠야’에서 ‘코챠’인 건가? 평상시의 쿠로코라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박장대소했겠지만, 지금은 너무 어울려서 무섭다. 뭐야 이거 들은 적 없어! 엄청 귀엽잖아!

 괜히, 그것도 무척이나 쿠로코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진 그가 슬쩍 다가가려니 카가미가 붙잡았다. 돌아보니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세이린 독점이냐!? 그런 거냐!? 불만어린 눈으로 노려봤지만, 카가미는 꿈쩍도 안했다.

 그때 저쪽에서 쿠로코가 훌쩍이며 웅얼거리는 게 들렸다.


 “나… 진짜 무셔워써여… 혹시라도 지면…… 흐에, 지며언……. 텟뻬형아도… 훌쩍, 엄청 무리했는데에…… 흐에에엥~ 지며언 어쩌나아하고오….”

 “바보, 모두 필사적이었다고. 코챠도 이렇게 힘냈잖아.”

 “리코누냐아… 후에에에엥~.”

 “코챠, 뚝! 착하지~ 뚝!”

 “코우구운 훌쩍, 나 어린애 아님니닷!”


 어린애 취급에 발끈해서 외치지만, 여전히 미토베의 품에 푹 안긴 상태다. 그 상태로 머리가 조금 식었는지, 쿠로코가 빼꼼 주위를 돌아보더니 새빨게져서 다시 미토베의 품을 파고든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끄러워어…라고 하는 게 들렸다. 조금 떨어진 타카오의 귀에도 확실히 들렸다!

 그는 아직도 자길 막아선 카가미에게 진심으로 물었다.


 “있지, 텟쨩말야~ 세이린에서는 언제나 저래?”

 “그렇다만?”

 “뭐야 그 천국!?!?! 나도 세이린으로 가고 싶잖아! 텟쨩 졸랭 귀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 진심어린 외침에 정지되었던 이들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적의 세대 폭주를 쓰기 귀찮아서 여기까지고요.
네, 진짜 여기까지입니다.
앞도 뒤도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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