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은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여러모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저승과 연관있다고 봐도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사람 좋은 학입니다, 이 학도.[…]
우리 혼마루(게임)의 첫번째 학때문에 이런거 같네요.[…]
그럼, 반쯤 죽어있는 학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작은 아이가 하얀 검을 안고 있었다.
단정하게 잘린 고동빛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 아이답게 귀여운 인상이 아니라 차분하고 단정해서 작은 어른으로 느껴졌다. 까만 제복은 군데군데 찢겨지고, 몸에도 작은 상처가 많았다. 아이는 하얀 검을 안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건 시험하는 것 같기도 했고, 감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묘한 긴장감에 몇번이고 침을 삼키며 목 주위를 쓸었다. 그걸 자각하고서야 아이가 보내는 시선에 담긴 것이 살기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저도 모르게 도움을 청하려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까마득한 대선배는 애검을 끌어안고 방긋 웃어만 준다. 처음부터 끼어들지 않겠다고 확실히 선언했었으니 당연하겠지! 그렇겠지! 반쯤 울고 싶은 심정으로 다시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이는 변함없이 담담한 살기를 그녀에게 보냈다. 이거 대화가 가능한 상태인건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하지만 지금까지 배운게 있고, 책임도 져야하니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구슬린다고 해결 될 것 같지 않지만, 일단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그때 하얀 그림자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아스라질 듯 하얀 존재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아이에게 보낸다.
[히라노의 사니와에 대한 경계가 줄어들지 않는구나. 역시 나때문이려나…… 하지만, 이대로라면 계속 중상 상태다. 어떻게든 사니와를 받아들이도록 해야하는데…….]
머릿속에 직접 닿는 듯한 목소리였다. 금방이라도 사그라질듯 했지만, 그녀에게는 또렷이 들렸다. 걱정으로 가득한 상냥한 목소리였다. 문제라면 그 내용이다. 중상? 히라노가 중상이라고? 그녀가 저도 모르게 기겁해서 외친다.
"중상 상태인데 왜 아직 치료를 받지 않은 거죠!?"
아이의 표정이, 눈빛이 조금 변했다. 어떻게 그걸 안거냐는 듯 날카로워진 눈빛에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가 얼른 꽂꽂이 몸을 새운다. 꿀릴 거 없어! 없다고! 속으로 그런 걸 중얼거리며 그녀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날 싫어하는 건 괜찮습니다만, 그쪽 하얀 분이 엄청 걱정하시니 일단 치료부터 받으시는게 어떨까요?"
"하얀…… 분… ?"
"네, 지금 곁에서 무척 걱정스럽게 바라보시는 분이요."
"그분이 뭐라고 하셨지요?"
"사니와에 대한 경계가 심한 건 자기 때문이려나라고…… 이 상태로는 계속 중상이니 어떻게든 사니와를 받아들이도록 해야한다고오…."
아이의 서늘한 눈빛에 그녀의 말꼬리가 점점 흐려진다. 결국 어색하게 웃자니, 아이가 하얀 검을 꼭 끌어안았다. 조금 놀란 듯 크게 뜨인 눈동자에 물기가 어리며 일그러진다. 아이와 딱 한걸음 떨어진 곳에 있던 하얀 이가 잠시 그녀를 빤히보다 아이에게 시선을 돌리며 걱정했다. 수많은 노이즈로 이번에는 똑바로 들리지 않았지만, 그는 아이가 울지 않길 원했다. 그건 그냥 알 수 있었다. 아이는 길게 심호흡을 반복하며 울음을 삼킨 후, 변함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통보했다.
"그분이 원하시니 당신을 허락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치료는 이분을 치료한 다음입니다."
다시 잠시 숨을 고르던 아이가 그녀의 앞에 하얀 검을 들어보였다. 그저 하얀, 순백의 검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흔들린다. 그와 함께 하얀 이도 흔들렸다. 아, 이 검이 바로 저 존재구나… 그녀는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이 검이 누구인지 도통 떠올리지 못했다. 연수에서도 보지 못했던 검이니까. 이렇게 하얀색 일색의 검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새로 나온 검은 아닐거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전임이 금기를 범했다는 건가? 거기에까지 생각이 닿자 이 검이, 저 하얀 존재가 누구인지 깨달아버렸다. 연수 중 만난 다른 그의 모습과 지금 금방이라도 아스라질 것 같은 모습이 교차된다.
그녀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검을 바라보자니, 아이가 침착한 목소리로 가정을 현실로 만들었다.
"츠루마루 쿠니나가, 이분의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하얀 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게 그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인 걸 후에나 알았다.
히라노가 강합니다.[…]
그런데 근대로 히라노를 두면 진짜 럭셔리 로얄이 된 기분이 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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