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로 인한 폭주 기관차는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뭐…… 이 아가는 원래 얌전하고 온화한 쪽이라고 해두겠습니다.[…]
그냥 화가나면 눈에 보이는게 사라질 뿐.[아득한 눈]
보통 이런 사람이 화내면 호러지요.[솔직]
그런 상황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닷!
어떻게 밤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이 검을 휘두른지도, 어떻게 이겼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성을 잠시 로그아웃시켜서 그런 것 같다. 뭐 어때, 별로 안다치고 이겼으니 된거지. 전투를 위한 신체라 그런지, 통각이 둔한 것 같았다. 지혈도 금방되는 것 같았고. 공복도 피로도 거의 느끼지 않으니 오래 싸울 수 있는 건 확실하겠네. 그런데 드롭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건 좀 심하지 않냐…… 적어도 동료하나 쯤 드롭되어도 되는 거잖아! 속으로 울적하게 외치니 신님이 원래 잘 안나온다며 살살 달래준다.
어쨌든 화도 좀 가라앉았으니 쉴까 싶어 조금 나른한 몸을 나무에 기대 앉았다. 그러고 얼마지나지 않아 2D로 보던 차림새의 이들이 나타났다. 현실감 없이 생긴 외모라 그냥 CG가 걸어온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이 몸은 미카즈키니까 이쪽도 살아있는 CG지? 그것도 가장 CG스러운 CG. 속으로 CG를 연호했더니, 신님이 갸웃거리는게 느껴졌다. 으음, 몰라도 됩니다. 그냥 신님이 엄청나게 아름다우시다고요. 수줍게 웃으시는 것 같다. 신님, 귀여우셔라.
여튼 그러고 있자니, 그쪽이 이쪽을 발견했는지 조심조심 다가온다. 거적데기를 둘러쓴걸 보니 야만바기리다. 연마가 상당한 듯 다친곳하나 없었다. 아니, 이건 연마의 문제가 아니려나? 그런걸 생각하자니, 어렵사리 야만바기리가 말을 걸었다.
"난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다. 거기 당신, 혹시 미카즈키 무네치카인가?"
"그렇노라. 검신에 달이 비친다 하여, 미카즈키라 불리지."
"왜 이런 곳에 혼자있는거지? 혹시 길을 잃은 건가?"
"길을 잃었다면 잃은게지. 허니 예서 기다리는 중이다."
"혼마루 등록번호나 사니와의 이름을 안다면 이쪽에서 돌아가도록 도와주지."
속으로 신님을 부르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게 느껴졌다. 미안한 기색이지만, 혹여나 싶었던것뿐입니다…. 이쪽으로는 기대 안했어. 신님이 대책없다는 거 일찌감치 알았으니까 기대 안했다고. 풀은 왜 죽는거야? 하지만 대책없이 날 끌어들였고, 결국 혼마루로 돌아가는 법도 몰라서 이렇게 노숙자 신세를 져야하잖아. 그런데 이름이랑 등록번호라든가 알 턱이 있나 생각했을 뿐이라고. 응, 기대도 안하면 실망도 없는거야. 그러니까 왜 그렇게 구석으로 가는 거야? 울지마, 신님~ 뚝! 아우, 진짜 왜 우는지 모르겠네.
떠올리는 척 신님과 머릿속으로 대화에 빠졌더니 야만바기리가 주의를 돌렸다.
"어이."
"아, 미안허이. 이름도 번호도 모르겠구나."
"계약이 이어져 있을테니 우리 사니와에게 부탁하면 어째 찾을 수 있다고 본다만……."
"계약은 끊었네. 으음, 잘 설명하지 못하겠네만…… 그 치를 주인이라 칭하기도 역겨우니 쓰레기라 하겠네. 이건 이해해주게나."
"쓰… 쓰레?!"
"만신창이인 아이들을 더는 보기 싫네. 날 지키겠다며 부러지던 아이도 이제 그만보고 싶네. 허나, 나만 이리 빠져나오면 아니되는 게지. 그 아이들은 여전히 아플터… 괴로울터……. 허니, 예서 기다리는게네."
"부러졌다니…… 당신, 설마 주인이 말하던 블랙 출신인가!?"
"잘은 모르겠다만, 그리 부른다면 그게 맞겠지. 하핫, 그 쓰레기가 나만큼은 치유했었으니 나름 귀히 여겨졌던게 아닐까하네. 응, 그러니 다시 이리로 아이를 보낼터."
그때 따라가서 그 색히를 족쳐야지. 죽이는 건 너무 쉬우니까 일단 팔다리부터 아작내고 시작하자. 인간은 의외로 질겨서 팔다리 자르는 걸로는 안죽으니까. 응, 고작 그 정도로는 안죽지. 지혈만 잘 하면 살아남으니까. 정 위험하다 싶으면 골절시키면 되는 거고. 쓰레기는 기어다녀라고해. 이왕이면 평생 그러면 좋겠다만. 아킬레스건부터 끊어버릴까? 이 시대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 지 모르겠다만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도록 만들거다.
[지, 진정하거라! 그리하면 그대까지 타락할터. 진정하거라!]
어이, 할배요. 할배는 타락하는거 이미 확정인교? 아니, 왜 내가 다시 빡친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야!? 실행하는 건 난데 왜 신님이 타락하겠다는 거냐고오!? 이 신님 너무 대책없어! 거기다 착해! 젠장! 우왕좌왕하지마! 내가 할배 타락하는 꼬락서니를 볼거 같냐!? 사과하지마아아아아아! 신님이 잘못한건 어디에도 없잖아!! 젠장, 그 비러머글 쓰레기이이이이이!! 너만큼은 내가 아작내버릴거다아!!!!!!
순간적으로 빡쳐서 살기를 일으켜버렸더니, 야만바기리가 화급히 물러선다. 조금 미안했지만, 그보다 화풀이를 할 수 있게 적이라도 나타나면 좋겠다. 아주 아작낼 자신 많은데…. 순삭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런걸 웅얼거리자니 하얀게 나타나서는 짝하고 박수를 쳤다. 놀라서 바라보니 하얀 이가 방긋 웃는다. 뭐야, 귀여워. 아름다운데 귀엽다고해야하나, 웃는 상이 참 마음에 든다. 응, 그런데 나 도검난무에서 이렇게까지 하얀 존재는 한명밖에 모릅니다만? 츠루마루냐, 츠루마루냐!? 미카즈키도 놀란듯 작게 츠루라 불렀다. 진짜 츠루마루냐!? 속눈썹 길어!! 그보다 진짜 속눈썹까지 하얗잖아!? 우와, 눈동자가… 호박이냐, 금이냐… 엄청 깊고 고요하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단단하달까……. 그런 눈동자가 자상하게 웃는다. 그리 웃으며 천천히 말한다.
"츠루마루 쿠니나가다. 다른 말은 않겠지만, 널 지키려던 아해를 위해서라도 타락만큼은 하지마라."
"물론 그럴게다. 타락하는 것 만큼 의미없는 짓이 어디에 있겠느냐."
내가 골백번 죽는다해도 그 꼴은 못보지. 그딴 것때문에 추락하게 둘 것 같냐.
마주한 말간 눈동자가 살풋 웃었다. 그런 의지면 믿도록하지. 그렇게 속삭이듯 말하며 품을 뒤적여 작은 통을 하나 꺼냈다. 뭘하나 싶어 빤히 바라봤더니, 츠루마루가 슬며시 몇걸음 물러나며 바닥에 그 통을 내려둔다. 뭘 하는 거지? 도통 영문을 몰라 바라보니 츠루마루가 허허로이 웃는다.
"그건 나와 야겐이 만든 응급처치용 약품이네. 상처를 가리기만하면 천천히 치유되도록하는 물건이지. 말그대로 위급용이라 완전히 치유가 되려면 사니와의 손을 빌려야하네. 그래도 그걸로 응급처치는 가능할터. 의구심이 든다면 내게 먼저 시험해봐도 된다네."
아, 블랙이라고 했으니 경계할거라고 생각했나보네. 경계… 하는게 맞겠지? 일단, 미카즈키는 잘 안나오니까 억지로 가져가려는 쪽이 많을테니. 그걸 고려해서 이러는 건가? 안아프긴 하지만, 상처가 있으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일단 감사히 받아야하나?
신님은 상자를 조금 경계했던 것 같다만, 츠루마루의 말에 곧 방긋 웃었다.
이래저래 인연이 깊으니 어쩔 수 없으려나…… 신님은 지금 츠루마루가 멀쩡히 살아서 웃는것에 마냥 기쁜 것 같으니까. 사실 반쯤 울먹이면서 기뻐해서 나까지 울것같아 졌었다. 아, 젠장. 진짜 그 쓰레기 처분하고 싶다…….
내가 상자를 보며 그러는 사이, 저쪽에서는 조금 큰 목소리로 언쟁을 벌인다.
"츠루마루…… 네놈이 지금 주인의 명을 거역하려는 건가?"
"흠, 그럼 난 빠질테니 그를 설득해보게나. 안되겠지만."
"츠루형이 확신한다면 그런거겠네~. 그런데 어째서야?"
"그야, 그의 의지가 아주 확고한 탓이지. 설득은 결단코 불가능 할거네. 무력을 쓴다 하여도…… 단기로 후카시산을 등정하면서 경상조차 입지 않았네. 답은 이미 나오지 않았나?"
"네놈이라면 가능할텐데?"
"하세도령, 난 빠진다고 했을텐데?"
담담히 웃는 얼굴로 할 대답이 아닌 것 같다만, 츠루마루는 그렇데 말했다. 헤시키리 하세베인 것 같은 이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끄악거린다. 그걸 보고 풉하고 웃는 분홍빛 머리카락의 요염하기 이를데없는 미인도 있다. 소우자구나! 소우자다!! 우와, 진짜 미인이잖아!? 아까 츠루형이라고 한 작은 아이는…… 복장을 보건데 연련의 악마로 통하는 호타루마루다. 하세베가 붙잡고 너도 설득 좀 하라며 흔드는 이… 하늘빛 머리카락을 보건데 이치고히토후리가 틀림없다. 하하하핫 웃으면서 무리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해 하세베를 절망시켰다.
미카즈키가 그들의 모습에 즐거워한다. 저리 사이좋게 어울리니 기쁘단다. 그러다 곧 기다리는 이를 떠올리며 슬퍼했다. 탄식처럼 어이해를 읊조리다 기어코 다시 눈물을 후두둑 떨군다. 신님, 그만 울어. 내가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내가 진짜 힘낼테니까, 뚝! 모두 행복해질 수 있게 구할거니까…….
문득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슬쩍 시야를 올리니 야만바기리가 새하얀 모포를 주섬주섬 꺼내준다. 산이라 밤에는 추울지도 모르니 이걸 써란다. 신품이니 그냥 가지면 된단다. 소우자도 슬쩍 다가와 빤히 보고 있던 상자 위에 작은 상자를 얹는다. 뭔가 싶어서 빤히 바라만 보자니, 먹을거란다.
"속에서 받지 않더라도 우겨 넣으면 들어갈겁니다. 먹고 그 쓰레기나 처리하러 가세요."
톡 쏘듯 그리 말하고는 다시 멀어진다. 뭔가 묘한 기분에 가만히 있자니, 츠루마루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호타루마루가 내일 다시 온다면서 크게 손을 흔든다. 그들 앞에 새까만 타원형의 공백이 생겨나니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간다. 저게 일종의 문인가? 그런건가? 신님이 그렇다고 한다. 통과하면 바로 혼마루라고해서 깜짝 놀랐다. 싸움방식은 중세급인데 시스템은 오버테크놀러지야. 아니, 뭐 시대상 이게 정상이긴 하겠다만…….
어쨌든 문이 사라지고나서야 슬며시 상자에 손을 뻗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먹을거라고 했는데, 어떻게 여는거지? 이대로 깨물어 먹진 않을거 아냐……. 신님, 이거 어떻게 쓰는 줄…… 모르지? 응, 모를거라 생각했어. 아니, 시무룩해지지마. 진짜 괜찮다니까? 어쨌든 받은건 잘 챙겨놔야지.
참고로 다음날 주고갔던 츠루마루가 다시와서는 소우자가 준 음식상자를 보며 염불드리는 날 보더니 폭소를 터트리며 여는법을 가르쳐줬다. 미카즈키는 모를 수 있다고. 아니, 모르는게 정상인거다! 그렇게 속으로 외쳐버려서 결국 신님이 다시 울적해하셨다. 으음, 조금 죄책감이이…….
그 후 다시 기다렸다. 처음 츠루마루 팀을 빼고도 다른 이들이 상당히 많이 지나갔었다. 일단 야생의 미카즈키라는 사실에 자기 혼마루로 오라면서 꼬시는 쪽이 엄청 많았다. 거절했더니 오체투지하고 비는 쪽이랑, 무력으로라도 데려가려는 쪽으로 나눠졌었다. 극히 드물게 이유를 묻고 사니와에게 보고한 쪽이 있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니 알음알음 소문이 퍼졌는지 『블랙 혼마루의 동료를 기다기는 야생의』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그 외에도 『악마처럼 강한』이라든가 『검비위사도 순삭하는』이라든가…… 여튼 기이한 칭호가 달린 것 같다. 첫번째 만났던 츠루마루네 호타루마루가 신나게 가르쳐주더라. 내 표정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츠루마루가 풉하고 웃으면서 어렵게 축하한다고 했었다. 때려도 되냐고 진지하게 물어본건 내 잘못아니다. 맞기 싫다는거 따라가서 팰까하다가 만건 미안하다면서 하핫 웃던 모습이 귀여워서인거 맞다. 젠장, 그러니까 내가 가장 사랑한 캐릭터가 3D에서도 이렇게나 귀엽다고!!
[음, 그대의 말대로 츠루는 정말 사랑스럽지.]
그지!? 거기다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발악을 하는데, 이쪽만큼은 생존확인차 와서 정말 대하기 편하다. 가끔 하세베가 우리 혼마루로 오라고하지만, 싫다고하면 한숨을 푹 내쉬긴해도 어쩔 수 없지로 넘어가고 직접적인 몸부림은 없다. 동조하는 이가 없는게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실질적으로 그쪽 츠루마루는 이쪽편이고. 아, 하지만 가끔 츠루마루가 빤히 볼때는 뭔가 스멀스멀 탐색하는 느낌일때가 있다. 기분이 나쁜건 아닌데 뭔가 미묘하다고 해야하나….
[자신의 신력으로 상태를 확인하는게다. 혹여라도 타락의 징조가 보이는가를 면밀히 관찰하는게지.]
음…… 그 츠루마루는 신님이랑 반대의 상황이었을지 모르겠네. 그러니까, 자신을 구하고 부러지는 미카즈키를 봤다거나……. 차라리 그러면 좋겠다든가를 생각하면 신님 때릴거다. 그거 구해준걸 원망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신님 때릴거야. 울면서 웃지마. 진짜 신님은 상냥해서 큰일이야. 신님이 하하핫, 웃으면서 오냐 알았단다. 그러다 갑자기 기이한 걸 물었다.
[그대는 어이해 나를 신님이라 부르는고?]
신님이니까. 말석이긴해도 신이잖아. 그렇게 괴롭힘 당했는데, 인간을 증오하기 싫어서. 할 수 없어서 날 부른거잖아. 그것도 그냥 구해달라는 거잖아. 인간이라면 그 시점에서 증오로 돌아섰을 건데 신님에게 증오의 편린도 느껴지지 않는걸. 아직도 사랑하는 거지? 그렇게 아낌없이 사랑만을 주는 존재는 신이지. 그러니까 신님.
신님, 내가 이상한 말 했어? 잠시만 울면서 웃으면 어떻게하라는 거야!? 으아, 진짜 신님은 울보네. 기뻐서 그런거야? 그런거면 어쩔 수 없다만…… 아니, 신님 그러니까 진정해줘. 신님이 울면 나까지 울고싶어진다고오오오오오! 신니이이이이이임!!
[미안하구나, 이제 괜찮다. 그대가 있어 괜찮노라.]
하핫 웃으면서 눈물을 훔치는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도 슬퍼하는게 아니라 다행이라고해야하나…… 우움 도닥도닥해주고 싶다. 정신으로 대화하는 것 비슷한 상태라 육체적으로 뭔가 하는 건 불가능해서 아쉽다. 느끼는 건 가능한데, 정신이라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해야하나…… 아쉽고 섭섭한거 보면 지금 배가 부른 모양이다.
그런 생각이나 하자니, 껄껄 웃던 신님이 조금 조심스레 묻는다.
[그대는 싸움이 두렵지 않는가?]
두렵지 않을리가…… 지금은 그냥 분노로 이성을 날려먹은 버서커라 싸우는 거라고. 뭐 그래야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두렵다고 싸우지 않고 내버려두면 적이 바라는데로 이뤄질 뿐이니까. 못해도 초는 쳐야지. 게다가 내 목표의식은 확고하다고. 반드시 그 쓰레기를 아! 작! 낸! 다!
신님이 답다면서 엄청 웃었다. 울정도로 웃더니 그대여서 정말 다행이란다. 뭔가 엄청 찜찜한 기분이 되었지만, 신님이 울적에서 벗어났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응, 그래야지.
다시 2주가 흘렀다.
기다리는 애들이 아직도 안왔다. 이젠 노숙에 익숙해졌달까…… 사실 츠루마루가 이것저것 너무 챙겨줘서 정말 편하게 지냈다. 그래서 이번에 보스잡고 나온 동료를 몇 챙겨서 줬다. 고맙다면서 사니와의 선물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더라. 역시 코테츠형제와 레어4, 미카즈키는 잘 안나오는 모양이다. 오늘은 언제쯤 오려나~ 선물해준 해먹에서 딩구르거리자니 낯설지만, 낯익은 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해먹에서 내려서 올라오는 이를 기다렸다.
내게는 낯설지만, 신님에게는 익숙한 기척이라면 그 빌어먹을 색히의 혼마루 애들이 틀림없으니까! 신님의 불안과 걱정이 전염되어 나까지 불안해졌다. 애들 괜찮으려나? 다들 멀쩡하려나? 초조하게 검을 만지작 거리며 기다리자니 어렵사리 한부대가 올라왔다.
[우구이스! 다행이로다, 무사하였구나!]
신님이 반가워서 외친다. 그런데, 신님. 저게 어디가 무사야!? 어디가 무사냐고!!! 만신창이로 표현될 수 없는 지독한 상태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로 이가 저절로 갈리는 걸 억지로 참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우구이스마루가 날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작게 미카즈키라고 불러줬다. 마치 확인하는 듯한 그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니 안도하듯 안타까운듯 웃는다.
여기에 오면서 단검들과 함께오다니 편성적으로 따지고 싶다만? 톤보기리랑 이와토오시는 어떻게든 이해하겠는데 고코타이와 미다레, 히라노라고? 이와토오시라도 연마가 극에 달했다면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병아리 급으로 보인다만? 1달 동안 수도 없는 부대를 만났지만, 연마가 반절에도 이르지 못한 단검과 한 삼분의 일은 될까말까한 나기나타가 여기까지 도달한 거 못봤었다. 정말 훌륭한데, 훌륭하긴 한데 전부 중상상태다만? 여기는 지역보스가 뜨는 곳이다만? 중상인 상태로 여기로 오다니 부러지라는 거지 않아? 그런거 아냐? 빡침에 심호흡을 천천히 하며 일단은 쉬자고, 좀 쉬는게 좋겠다고 씹어 뱉을 기세로 말했더니 다들 당황한다. 응, 성격이 너무 변했지. 신님께 미안해졌다.
"미, 미카즈키님…… 그러면 주, 주인님께 호, 혼나요……."
바들바들 떨면서 작고 하얀 아이가… 얘 고코타이 아냐? 주위에 새끼 호랑이도 있으니까 맞는 것 같은데? 신님이 맞다고 끄덕이신다. 어… 뭔가 이상한데? 그러니까 움직임이 어딘가가 이상하다고 해야하나…
"하하핫, 이리 오렴 아가. 어디 안아보자꾸나."
반쯤 납치하듯 안아올리니 고코타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만신창이어도 등에 상처는 없었다. 그런데 왜 등을 도닥이면 애 표정이 일그러질까? 반사적인거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듯 나한테 안긴 사실에 놀라 후에후에거린다. 슬쩍 목깃 안으로 등을 보니…… 잠시만, 신님 지금 울때가 아니니까 조금 진정하자. 방금 이성이 아주 잠시 훅하니 사라졌던 것 같지만. 아니지, 사라져도 되지 않을까? 이쯤되니까 그 쓰레기 잡아서 쳐죽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 조막만한 어린애 등짝에 무슨짓을 한거야, 그 색히는?
빡침을 조절하지 못해서 하하하핫, 웃으며 걱정하는 아이를 보듬었다. 일단 두번째 의문을 풀었으니 첫번째 의문을 풀어보자.
"우구이스, 다른 이는 어찌되었나."
우구이스의 입술이 달싹이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응, 어떤 대답이 돌아올 지 알것 같네. 이야아~ 신님 잠시만 듣지 말아주면 안될까? 뚝하고 조금 귀를 막고 있어주면 안돼? 알아야 하는 건 맞는데 말이야~ 나 신님이 슬퍼하는 거 싫으니까. 어떤 대답을 상정하냐니? 그야 하나밖에 없잖아.
"자네를 잃었으니 필요없다고 부렀네."
부러트렸다.
신님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에 퍼진다. 그러니까 내가 그랬잖아.
아, 젠장. 역시 이럴 줄 알았어.
HAHAHAHAHA…….
거듭 말하지만, 이 아가는 상냥한 쪽입니다.
진짜에요.[아득한 눈]
아니, 뭐…… 이 아가는 원래 얌전하고 온화한 쪽이라고 해두겠습니다.[…]
그냥 화가나면 눈에 보이는게 사라질 뿐.[아득한 눈]
보통 이런 사람이 화내면 호러지요.[솔직]
그런 상황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닷!
어떻게 밤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이 검을 휘두른지도, 어떻게 이겼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성을 잠시 로그아웃시켜서 그런 것 같다. 뭐 어때, 별로 안다치고 이겼으니 된거지. 전투를 위한 신체라 그런지, 통각이 둔한 것 같았다. 지혈도 금방되는 것 같았고. 공복도 피로도 거의 느끼지 않으니 오래 싸울 수 있는 건 확실하겠네. 그런데 드롭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건 좀 심하지 않냐…… 적어도 동료하나 쯤 드롭되어도 되는 거잖아! 속으로 울적하게 외치니 신님이 원래 잘 안나온다며 살살 달래준다.
어쨌든 화도 좀 가라앉았으니 쉴까 싶어 조금 나른한 몸을 나무에 기대 앉았다. 그러고 얼마지나지 않아 2D로 보던 차림새의 이들이 나타났다. 현실감 없이 생긴 외모라 그냥 CG가 걸어온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이 몸은 미카즈키니까 이쪽도 살아있는 CG지? 그것도 가장 CG스러운 CG. 속으로 CG를 연호했더니, 신님이 갸웃거리는게 느껴졌다. 으음, 몰라도 됩니다. 그냥 신님이 엄청나게 아름다우시다고요. 수줍게 웃으시는 것 같다. 신님, 귀여우셔라.
여튼 그러고 있자니, 그쪽이 이쪽을 발견했는지 조심조심 다가온다. 거적데기를 둘러쓴걸 보니 야만바기리다. 연마가 상당한 듯 다친곳하나 없었다. 아니, 이건 연마의 문제가 아니려나? 그런걸 생각하자니, 어렵사리 야만바기리가 말을 걸었다.
"난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다. 거기 당신, 혹시 미카즈키 무네치카인가?"
"그렇노라. 검신에 달이 비친다 하여, 미카즈키라 불리지."
"왜 이런 곳에 혼자있는거지? 혹시 길을 잃은 건가?"
"길을 잃었다면 잃은게지. 허니 예서 기다리는 중이다."
"혼마루 등록번호나 사니와의 이름을 안다면 이쪽에서 돌아가도록 도와주지."
속으로 신님을 부르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게 느껴졌다. 미안한 기색이지만, 혹여나 싶었던것뿐입니다…. 이쪽으로는 기대 안했어. 신님이 대책없다는 거 일찌감치 알았으니까 기대 안했다고. 풀은 왜 죽는거야? 하지만 대책없이 날 끌어들였고, 결국 혼마루로 돌아가는 법도 몰라서 이렇게 노숙자 신세를 져야하잖아. 그런데 이름이랑 등록번호라든가 알 턱이 있나 생각했을 뿐이라고. 응, 기대도 안하면 실망도 없는거야. 그러니까 왜 그렇게 구석으로 가는 거야? 울지마, 신님~ 뚝! 아우, 진짜 왜 우는지 모르겠네.
떠올리는 척 신님과 머릿속으로 대화에 빠졌더니 야만바기리가 주의를 돌렸다.
"어이."
"아, 미안허이. 이름도 번호도 모르겠구나."
"계약이 이어져 있을테니 우리 사니와에게 부탁하면 어째 찾을 수 있다고 본다만……."
"계약은 끊었네. 으음, 잘 설명하지 못하겠네만…… 그 치를 주인이라 칭하기도 역겨우니 쓰레기라 하겠네. 이건 이해해주게나."
"쓰… 쓰레?!"
"만신창이인 아이들을 더는 보기 싫네. 날 지키겠다며 부러지던 아이도 이제 그만보고 싶네. 허나, 나만 이리 빠져나오면 아니되는 게지. 그 아이들은 여전히 아플터… 괴로울터……. 허니, 예서 기다리는게네."
"부러졌다니…… 당신, 설마 주인이 말하던 블랙 출신인가!?"
"잘은 모르겠다만, 그리 부른다면 그게 맞겠지. 하핫, 그 쓰레기가 나만큼은 치유했었으니 나름 귀히 여겨졌던게 아닐까하네. 응, 그러니 다시 이리로 아이를 보낼터."
그때 따라가서 그 색히를 족쳐야지. 죽이는 건 너무 쉬우니까 일단 팔다리부터 아작내고 시작하자. 인간은 의외로 질겨서 팔다리 자르는 걸로는 안죽으니까. 응, 고작 그 정도로는 안죽지. 지혈만 잘 하면 살아남으니까. 정 위험하다 싶으면 골절시키면 되는 거고. 쓰레기는 기어다녀라고해. 이왕이면 평생 그러면 좋겠다만. 아킬레스건부터 끊어버릴까? 이 시대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 지 모르겠다만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도록 만들거다.
[지, 진정하거라! 그리하면 그대까지 타락할터. 진정하거라!]
어이, 할배요. 할배는 타락하는거 이미 확정인교? 아니, 왜 내가 다시 빡친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야!? 실행하는 건 난데 왜 신님이 타락하겠다는 거냐고오!? 이 신님 너무 대책없어! 거기다 착해! 젠장! 우왕좌왕하지마! 내가 할배 타락하는 꼬락서니를 볼거 같냐!? 사과하지마아아아아아! 신님이 잘못한건 어디에도 없잖아!! 젠장, 그 비러머글 쓰레기이이이이이!! 너만큼은 내가 아작내버릴거다아!!!!!!
순간적으로 빡쳐서 살기를 일으켜버렸더니, 야만바기리가 화급히 물러선다. 조금 미안했지만, 그보다 화풀이를 할 수 있게 적이라도 나타나면 좋겠다. 아주 아작낼 자신 많은데…. 순삭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런걸 웅얼거리자니 하얀게 나타나서는 짝하고 박수를 쳤다. 놀라서 바라보니 하얀 이가 방긋 웃는다. 뭐야, 귀여워. 아름다운데 귀엽다고해야하나, 웃는 상이 참 마음에 든다. 응, 그런데 나 도검난무에서 이렇게까지 하얀 존재는 한명밖에 모릅니다만? 츠루마루냐, 츠루마루냐!? 미카즈키도 놀란듯 작게 츠루라 불렀다. 진짜 츠루마루냐!? 속눈썹 길어!! 그보다 진짜 속눈썹까지 하얗잖아!? 우와, 눈동자가… 호박이냐, 금이냐… 엄청 깊고 고요하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단단하달까……. 그런 눈동자가 자상하게 웃는다. 그리 웃으며 천천히 말한다.
"츠루마루 쿠니나가다. 다른 말은 않겠지만, 널 지키려던 아해를 위해서라도 타락만큼은 하지마라."
"물론 그럴게다. 타락하는 것 만큼 의미없는 짓이 어디에 있겠느냐."
내가 골백번 죽는다해도 그 꼴은 못보지. 그딴 것때문에 추락하게 둘 것 같냐.
마주한 말간 눈동자가 살풋 웃었다. 그런 의지면 믿도록하지. 그렇게 속삭이듯 말하며 품을 뒤적여 작은 통을 하나 꺼냈다. 뭘하나 싶어 빤히 바라봤더니, 츠루마루가 슬며시 몇걸음 물러나며 바닥에 그 통을 내려둔다. 뭘 하는 거지? 도통 영문을 몰라 바라보니 츠루마루가 허허로이 웃는다.
"그건 나와 야겐이 만든 응급처치용 약품이네. 상처를 가리기만하면 천천히 치유되도록하는 물건이지. 말그대로 위급용이라 완전히 치유가 되려면 사니와의 손을 빌려야하네. 그래도 그걸로 응급처치는 가능할터. 의구심이 든다면 내게 먼저 시험해봐도 된다네."
아, 블랙이라고 했으니 경계할거라고 생각했나보네. 경계… 하는게 맞겠지? 일단, 미카즈키는 잘 안나오니까 억지로 가져가려는 쪽이 많을테니. 그걸 고려해서 이러는 건가? 안아프긴 하지만, 상처가 있으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일단 감사히 받아야하나?
신님은 상자를 조금 경계했던 것 같다만, 츠루마루의 말에 곧 방긋 웃었다.
이래저래 인연이 깊으니 어쩔 수 없으려나…… 신님은 지금 츠루마루가 멀쩡히 살아서 웃는것에 마냥 기쁜 것 같으니까. 사실 반쯤 울먹이면서 기뻐해서 나까지 울것같아 졌었다. 아, 젠장. 진짜 그 쓰레기 처분하고 싶다…….
내가 상자를 보며 그러는 사이, 저쪽에서는 조금 큰 목소리로 언쟁을 벌인다.
"츠루마루…… 네놈이 지금 주인의 명을 거역하려는 건가?"
"흠, 그럼 난 빠질테니 그를 설득해보게나. 안되겠지만."
"츠루형이 확신한다면 그런거겠네~. 그런데 어째서야?"
"그야, 그의 의지가 아주 확고한 탓이지. 설득은 결단코 불가능 할거네. 무력을 쓴다 하여도…… 단기로 후카시산을 등정하면서 경상조차 입지 않았네. 답은 이미 나오지 않았나?"
"네놈이라면 가능할텐데?"
"하세도령, 난 빠진다고 했을텐데?"
담담히 웃는 얼굴로 할 대답이 아닌 것 같다만, 츠루마루는 그렇데 말했다. 헤시키리 하세베인 것 같은 이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끄악거린다. 그걸 보고 풉하고 웃는 분홍빛 머리카락의 요염하기 이를데없는 미인도 있다. 소우자구나! 소우자다!! 우와, 진짜 미인이잖아!? 아까 츠루형이라고 한 작은 아이는…… 복장을 보건데 연련의 악마로 통하는 호타루마루다. 하세베가 붙잡고 너도 설득 좀 하라며 흔드는 이… 하늘빛 머리카락을 보건데 이치고히토후리가 틀림없다. 하하하핫 웃으면서 무리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해 하세베를 절망시켰다.
미카즈키가 그들의 모습에 즐거워한다. 저리 사이좋게 어울리니 기쁘단다. 그러다 곧 기다리는 이를 떠올리며 슬퍼했다. 탄식처럼 어이해를 읊조리다 기어코 다시 눈물을 후두둑 떨군다. 신님, 그만 울어. 내가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내가 진짜 힘낼테니까, 뚝! 모두 행복해질 수 있게 구할거니까…….
문득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슬쩍 시야를 올리니 야만바기리가 새하얀 모포를 주섬주섬 꺼내준다. 산이라 밤에는 추울지도 모르니 이걸 써란다. 신품이니 그냥 가지면 된단다. 소우자도 슬쩍 다가와 빤히 보고 있던 상자 위에 작은 상자를 얹는다. 뭔가 싶어서 빤히 바라만 보자니, 먹을거란다.
"속에서 받지 않더라도 우겨 넣으면 들어갈겁니다. 먹고 그 쓰레기나 처리하러 가세요."
톡 쏘듯 그리 말하고는 다시 멀어진다. 뭔가 묘한 기분에 가만히 있자니, 츠루마루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호타루마루가 내일 다시 온다면서 크게 손을 흔든다. 그들 앞에 새까만 타원형의 공백이 생겨나니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간다. 저게 일종의 문인가? 그런건가? 신님이 그렇다고 한다. 통과하면 바로 혼마루라고해서 깜짝 놀랐다. 싸움방식은 중세급인데 시스템은 오버테크놀러지야. 아니, 뭐 시대상 이게 정상이긴 하겠다만…….
어쨌든 문이 사라지고나서야 슬며시 상자에 손을 뻗었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먹을거라고 했는데, 어떻게 여는거지? 이대로 깨물어 먹진 않을거 아냐……. 신님, 이거 어떻게 쓰는 줄…… 모르지? 응, 모를거라 생각했어. 아니, 시무룩해지지마. 진짜 괜찮다니까? 어쨌든 받은건 잘 챙겨놔야지.
참고로 다음날 주고갔던 츠루마루가 다시와서는 소우자가 준 음식상자를 보며 염불드리는 날 보더니 폭소를 터트리며 여는법을 가르쳐줬다. 미카즈키는 모를 수 있다고. 아니, 모르는게 정상인거다! 그렇게 속으로 외쳐버려서 결국 신님이 다시 울적해하셨다. 으음, 조금 죄책감이이…….
그 후 다시 기다렸다. 처음 츠루마루 팀을 빼고도 다른 이들이 상당히 많이 지나갔었다. 일단 야생의 미카즈키라는 사실에 자기 혼마루로 오라면서 꼬시는 쪽이 엄청 많았다. 거절했더니 오체투지하고 비는 쪽이랑, 무력으로라도 데려가려는 쪽으로 나눠졌었다. 극히 드물게 이유를 묻고 사니와에게 보고한 쪽이 있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니 알음알음 소문이 퍼졌는지 『블랙 혼마루의 동료를 기다기는 야생의』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그 외에도 『악마처럼 강한』이라든가 『검비위사도 순삭하는』이라든가…… 여튼 기이한 칭호가 달린 것 같다. 첫번째 만났던 츠루마루네 호타루마루가 신나게 가르쳐주더라. 내 표정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츠루마루가 풉하고 웃으면서 어렵게 축하한다고 했었다. 때려도 되냐고 진지하게 물어본건 내 잘못아니다. 맞기 싫다는거 따라가서 팰까하다가 만건 미안하다면서 하핫 웃던 모습이 귀여워서인거 맞다. 젠장, 그러니까 내가 가장 사랑한 캐릭터가 3D에서도 이렇게나 귀엽다고!!
[음, 그대의 말대로 츠루는 정말 사랑스럽지.]
그지!? 거기다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발악을 하는데, 이쪽만큼은 생존확인차 와서 정말 대하기 편하다. 가끔 하세베가 우리 혼마루로 오라고하지만, 싫다고하면 한숨을 푹 내쉬긴해도 어쩔 수 없지로 넘어가고 직접적인 몸부림은 없다. 동조하는 이가 없는게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실질적으로 그쪽 츠루마루는 이쪽편이고. 아, 하지만 가끔 츠루마루가 빤히 볼때는 뭔가 스멀스멀 탐색하는 느낌일때가 있다. 기분이 나쁜건 아닌데 뭔가 미묘하다고 해야하나….
[자신의 신력으로 상태를 확인하는게다. 혹여라도 타락의 징조가 보이는가를 면밀히 관찰하는게지.]
음…… 그 츠루마루는 신님이랑 반대의 상황이었을지 모르겠네. 그러니까, 자신을 구하고 부러지는 미카즈키를 봤다거나……. 차라리 그러면 좋겠다든가를 생각하면 신님 때릴거다. 그거 구해준걸 원망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신님 때릴거야. 울면서 웃지마. 진짜 신님은 상냥해서 큰일이야. 신님이 하하핫, 웃으면서 오냐 알았단다. 그러다 갑자기 기이한 걸 물었다.
[그대는 어이해 나를 신님이라 부르는고?]
신님이니까. 말석이긴해도 신이잖아. 그렇게 괴롭힘 당했는데, 인간을 증오하기 싫어서. 할 수 없어서 날 부른거잖아. 그것도 그냥 구해달라는 거잖아. 인간이라면 그 시점에서 증오로 돌아섰을 건데 신님에게 증오의 편린도 느껴지지 않는걸. 아직도 사랑하는 거지? 그렇게 아낌없이 사랑만을 주는 존재는 신이지. 그러니까 신님.
신님, 내가 이상한 말 했어? 잠시만 울면서 웃으면 어떻게하라는 거야!? 으아, 진짜 신님은 울보네. 기뻐서 그런거야? 그런거면 어쩔 수 없다만…… 아니, 신님 그러니까 진정해줘. 신님이 울면 나까지 울고싶어진다고오오오오오! 신니이이이이이임!!
[미안하구나, 이제 괜찮다. 그대가 있어 괜찮노라.]
하핫 웃으면서 눈물을 훔치는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도 슬퍼하는게 아니라 다행이라고해야하나…… 우움 도닥도닥해주고 싶다. 정신으로 대화하는 것 비슷한 상태라 육체적으로 뭔가 하는 건 불가능해서 아쉽다. 느끼는 건 가능한데, 정신이라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해야하나…… 아쉽고 섭섭한거 보면 지금 배가 부른 모양이다.
그런 생각이나 하자니, 껄껄 웃던 신님이 조금 조심스레 묻는다.
[그대는 싸움이 두렵지 않는가?]
두렵지 않을리가…… 지금은 그냥 분노로 이성을 날려먹은 버서커라 싸우는 거라고. 뭐 그래야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두렵다고 싸우지 않고 내버려두면 적이 바라는데로 이뤄질 뿐이니까. 못해도 초는 쳐야지. 게다가 내 목표의식은 확고하다고. 반드시 그 쓰레기를 아! 작! 낸! 다!
신님이 답다면서 엄청 웃었다. 울정도로 웃더니 그대여서 정말 다행이란다. 뭔가 엄청 찜찜한 기분이 되었지만, 신님이 울적에서 벗어났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응, 그래야지.
다시 2주가 흘렀다.
기다리는 애들이 아직도 안왔다. 이젠 노숙에 익숙해졌달까…… 사실 츠루마루가 이것저것 너무 챙겨줘서 정말 편하게 지냈다. 그래서 이번에 보스잡고 나온 동료를 몇 챙겨서 줬다. 고맙다면서 사니와의 선물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더라. 역시 코테츠형제와 레어4, 미카즈키는 잘 안나오는 모양이다. 오늘은 언제쯤 오려나~ 선물해준 해먹에서 딩구르거리자니 낯설지만, 낯익은 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해먹에서 내려서 올라오는 이를 기다렸다.
내게는 낯설지만, 신님에게는 익숙한 기척이라면 그 빌어먹을 색히의 혼마루 애들이 틀림없으니까! 신님의 불안과 걱정이 전염되어 나까지 불안해졌다. 애들 괜찮으려나? 다들 멀쩡하려나? 초조하게 검을 만지작 거리며 기다리자니 어렵사리 한부대가 올라왔다.
[우구이스! 다행이로다, 무사하였구나!]
신님이 반가워서 외친다. 그런데, 신님. 저게 어디가 무사야!? 어디가 무사냐고!!! 만신창이로 표현될 수 없는 지독한 상태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로 이가 저절로 갈리는 걸 억지로 참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우구이스마루가 날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작게 미카즈키라고 불러줬다. 마치 확인하는 듯한 그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니 안도하듯 안타까운듯 웃는다.
여기에 오면서 단검들과 함께오다니 편성적으로 따지고 싶다만? 톤보기리랑 이와토오시는 어떻게든 이해하겠는데 고코타이와 미다레, 히라노라고? 이와토오시라도 연마가 극에 달했다면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병아리 급으로 보인다만? 1달 동안 수도 없는 부대를 만났지만, 연마가 반절에도 이르지 못한 단검과 한 삼분의 일은 될까말까한 나기나타가 여기까지 도달한 거 못봤었다. 정말 훌륭한데, 훌륭하긴 한데 전부 중상상태다만? 여기는 지역보스가 뜨는 곳이다만? 중상인 상태로 여기로 오다니 부러지라는 거지 않아? 그런거 아냐? 빡침에 심호흡을 천천히 하며 일단은 쉬자고, 좀 쉬는게 좋겠다고 씹어 뱉을 기세로 말했더니 다들 당황한다. 응, 성격이 너무 변했지. 신님께 미안해졌다.
"미, 미카즈키님…… 그러면 주, 주인님께 호, 혼나요……."
바들바들 떨면서 작고 하얀 아이가… 얘 고코타이 아냐? 주위에 새끼 호랑이도 있으니까 맞는 것 같은데? 신님이 맞다고 끄덕이신다. 어… 뭔가 이상한데? 그러니까 움직임이 어딘가가 이상하다고 해야하나…
"하하핫, 이리 오렴 아가. 어디 안아보자꾸나."
반쯤 납치하듯 안아올리니 고코타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만신창이어도 등에 상처는 없었다. 그런데 왜 등을 도닥이면 애 표정이 일그러질까? 반사적인거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듯 나한테 안긴 사실에 놀라 후에후에거린다. 슬쩍 목깃 안으로 등을 보니…… 잠시만, 신님 지금 울때가 아니니까 조금 진정하자. 방금 이성이 아주 잠시 훅하니 사라졌던 것 같지만. 아니지, 사라져도 되지 않을까? 이쯤되니까 그 쓰레기 잡아서 쳐죽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 조막만한 어린애 등짝에 무슨짓을 한거야, 그 색히는?
빡침을 조절하지 못해서 하하하핫, 웃으며 걱정하는 아이를 보듬었다. 일단 두번째 의문을 풀었으니 첫번째 의문을 풀어보자.
"우구이스, 다른 이는 어찌되었나."
우구이스의 입술이 달싹이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응, 어떤 대답이 돌아올 지 알것 같네. 이야아~ 신님 잠시만 듣지 말아주면 안될까? 뚝하고 조금 귀를 막고 있어주면 안돼? 알아야 하는 건 맞는데 말이야~ 나 신님이 슬퍼하는 거 싫으니까. 어떤 대답을 상정하냐니? 그야 하나밖에 없잖아.
"자네를 잃었으니 필요없다고 부렀네."
부러트렸다.
신님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에 퍼진다. 그러니까 내가 그랬잖아.
아, 젠장.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거듭 말하지만, 이 아가는 상냥한 쪽입니다.
진짜에요.[아득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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