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빙의물 비슷한 것 부터 올리는 지 모르겠네요.[쳐맞음]
달님의 빙의물 비슷한겁니다만, 좀 다르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이쪽 달님과 전편에 썼던 학이랑은 언제고 만납니다.[…]
그게 전부인 관계지요.[아득한 눈]
여러모로 사정이 복잡합니다만, 어쨌든 얘도 범상한 성격은 아닙니다.
학이된 애보다 한술 더 뜰지도 모릅니다.[…]
그럼 일단 하략하고, 미묘하게 마이페이스인 이 아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눈을 떴을 때, 나뭇가지로 가려진 하늘이 보였다.
여긴 어디지? 낯선 풍경에 몸을 일으키니 빼곡히 들어찬 잡목이 시야를 매운다. 주위를 슬쩍 돌아보니 사위가 같은 상태다. 막연히 이곳이 숲이라는 걸 알았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걸까? 근본적인 의문에 나는 천천히 기억을 돌이켰다.
친구와 여행을 갔었다. 꽤 오래전부터 계획한 여행인지라 무척 즐거웠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기암절벽은 내가 보고 싶다고해서 여행경로에 넣었었다. 마침 행사와 겹쳐서 유난히 사람이 많았었지만 어째저째 앞자리로 밀려가 아득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멋있다고 감탄할때, 누가 등을 밀었다. 정확히는 인파에 떠밀렸다. 튼튼하게 고정되었으리라 생각한 난간이 나와 함께 절벽으로 내던져졌다. 친구의 비명이 들린 것 같았다. 아득하던 바닥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후에는 그냥 암전.
정황상, 나는 그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힘들게 간 여행인데 나때문에 망쳤을 친구에게 미안했다. 어이없고도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생각은 이것저것 많이 떠오르는데 확연히 나오는 말이 없었다. 가고싶다고 한 건 나니까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간신히 정리되어 튀어나온 소망이 이따위라 불현듯 한숨이 튀어나왔다. 죽고 싶지 않았다는 건 확실한데 '왜' 죽기 싫은가가 오로지 사랑해주던 이들이 슬퍼하는게 싫어서라니! 아니지, 그만큼 좋은 사람이 많았다는 거니까 충분히 성공한 삶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죽었건만 지금 왜 숲에 있는 거지? 진짜 여긴 어디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정리가 끝났던 머릿속이 다시 혼란에 쌓여 어질거린다. 뭔가 놓친것이 없나 싶어 다시 필사적으로 기억을 돌이켰다. 끙끙거리며 기억을 돌이키니 뭔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그건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금방이라도 죽고 싶다는 표정의 미인을 만났었다. 그러니까 그 외모가… 죽기 전에 자주하던 웹게임인 도검난무의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빼닮은 기분…… 잠시만, 자기를 미카즈키 무네치카라고 소개하지 않았었나? 곰곰히 떠올려보니 그렇게 말했었다. 자기는 미카즈키 무네치카라고, 검신에 달이 보인다 해서 미카즈키라 부른다고 했었다. 그리고나서 뭐라고 했더라……? 아, 그래. 방황하는 인간의 아이여, 부탁하건데 구해다오. 이 몸을 줄테니 구해다오라고 했었지?
나는 손을 눈 앞에 들어올렸다. 푸른 비단 옷자락과 까만 장갑을 낀 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시야가 평소보다 높다. 천천히 몸을 훑어보니 그 도검난무의 미카즈키가 입었던 전투복이 보였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서 놀랐다만 이거 무슨 상황이지? 새로운 혼란에 빠졌다. 일단 침착하자를 중얼거려보지만 목소리까지 변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목소리 톤이 좀 낮은 편이긴 했지만, 대놓고 남자 목소리는 아니었다고!
진짜 미카즈키가 된 거야? 잠시만,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구해줘?! 무엇보다 나 허락도 안했어! 아니 설정상 마이페이스라는 건 알았지만, 허락도 안했는데 지금 떠넘긴거야!? 진짜 나 힘없어, 힘없다고!! 뭘 구해줘야!? 내가 구함을 받아야 할 입장인데! 순간적으로 빡침과 막막함이 밀려왔다. 지금 눈 앞에 있으면 일단 팰거 같다. 패고나서 설명하라고 하겠지. 응, 미인이니까 얼굴은 못때릴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패겠지. 팰거다. 팬다.
저절로 이를 으득 갈렸다. 영문을 모를 상황과 갈곳을 잃은 분노가 뒤엉키니 모든게 짜증나기 시작했다. 미카즈키가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츠루마루였다면 이렇게까지 열받진 않았겠지! 그간의 애정과 분노가 상쇠했을테니 그나마 덜 열받고, 오히려 이런 상황까지 내몬 쪽에 분노를 퍼부었을 거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무대포로 진행하지도 않았을테니까. 하다못해 소우자나 야만바기리만 되었어도 이렇게까지 화나진 않았을 거다. 둘다 설명이라도 있었을거 아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오오오오오오오!! 저급한 욕설이 오락가락했지만, 버릇대로 입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는다. 아, 젠장. 너무 바르게 살았다.
이유모를 좌절과 영문모를 분노와 오갈 곳 없는 짜증의 삼박자가 심신을 괴롭힌다. 지금 상황을 1도 모르겠는데 구해달라니 구해주긴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싫다.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고싶건만 지금까지의 바른 생활이 입을 막는다. 빌어먹을도 내뱉은 적 없는 몸이라고, 나. 그런데 지금 젠장만 속으로 수천번은 외친것 같다.
이쯤되니 왜 하필이면 미카즈키인가로 생각이 번졌다. 진짜 왜 미카즈키야? 이렇게 될거라면 츠루마루가 좋았다고! 그것도 아니면 소우자! 아니면 야만바기리! 내가 좋아하는 애들이 있건만 왜 하필이면 미카즈키야? 선택권을 달라. 아니, 그전에 이딴식으로 끌고오지마. 승천하고 싶었다고! 평범하게!
그렇게 속으로 오만가지 불만을 토해내자니 어디에선가 울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라 불만인게로구나.]
묘한 노친내 말투와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에 나는 잠시 냉정해졌다. 너무 놀라면 도리어 냉정해진다더니 사실인 것 같다. 일단, 지금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건 확실하니까 지금 말을 건건 그러니까… 미카즈키 무네치카냐? '목소리'가 선선히 긍정한다.
[그대에게 구해달라고 청한 미카즈키 무네치카다.]
좀 때리게 해주면 안될까? 그 진심에 미카즈키가 바들바들 떨면서 [어이쿠!?]라고 외친다. 머릿속이지만 확연히 분리된 '다른 존재'가 느껴졌다. 아, 젠장 뭐냐고 이거. 무슨 상황이냐고 이거어어어어어어어어!!!! 당장 눈 앞에 나와, 임마. 당자아아아아아아앙!!
내가 진정했을 땐, 한무리의 '적'을 아작낸 다음이었다.
미카즈키가 머릿속에서 덜덜 떨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그런데, 낙장불입이래. 십원짜리 욕 좀 해도 될까요? 하게 해줘. 하고 싶다.
젠장.
다른점이 좀 치명적인 스포일러 비슷합니다.
크지는 않지만 말이지요.
어쨌든 폭주 기관차 비슷한 이 아가도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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