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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코의 농구] 벚꽃비가 씻어준 마음

by 류 엘 카르마 륜 위르치아나 2013. 10. 11.
이것도 차가운 도시 마왕님 시리즈에 속하는 글입니다.
역시 외전격인 과거 이야기입니다.

쿠로코네 부모님 성격을 완전히 조작했습니다.
이름도 나오지 않으시지만, 쿠로코를 저렇게 키우셨으니 이렇지 않으시려나~
라면서 조작했습니다.

그런데 서로 존대하는 부부 좋지 않나요?[…]
쿠로코가 누구에게도 존댓말인 이유를 생각하다가 나온 결론입니다만.[웃음]

일단, 시작합니다.




 3살이 되고 3개월쯤 지났을 무렵, 쿠로코 테츠야는 처음으로 집 밖에 나섰다.

 늘 일이 많던 아버지가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가족끼리 처음으로 꽃놀이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마침 집과 가까운 곳에 벚나무로 우거진 자그마한 공원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갈수록 존재감이 강해지는 쿠로코 덕에 멀리 가는 건무리였다. 지금 나오기로 한 것도 굉장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으니 알만하리라. 그래도 가족끼리 가볍게 여행을 가는 것 같아서 부부는 들떴고, 처음 밖으로 나가게 된 쿠로코도 잔뜩 들떴다. 어리지만 감정표현이 적었던 쿠로코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부부의 주위를 맴돈다. 돗자리 챙기고, 도시락을 싸고, 유아용품을 챙기던 부부는 그런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안아주고 놀아준 터라 예정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다.

 작은 공원이지만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역시 오길 잘한 것 같다며 부부는 담소를 나눴다. 쿠로코도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조금 즐거워졌다. 하지만 그의 기분은 처음과 달리 상당히 저조했다.

 밖으로 나오면 조금 다를 거로 생각했었다. 부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쿠로코의 집에는 기이한 것들이 많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그를 두려워했고, 무서워했으며, 자비를 구했다. 몇몇 조금 강한 존재를 그를 숭배하며 '왕'이라 칭했다. 오롯한 왕이시여! 그렇게 외치며 그를 위해 뭐든 하려고 했다. 그들이 움직일수록 부부, 특히 어머니의 불안이 커졌다.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 어린아이는 그걸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움직이지 마."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지금도 착실히 그 명령에 따랐고, 어머니의 불안은 조금 잦아졌다. 그건 다행이었지만, 쿠로코는 자신이 집안의 부담이 된다는 게 싫었다.

 그래서 밖은 다르리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처음 집 밖에 나섰을 때, 인근에 사는 사람이 그를 보고는 슬금슬금 피했다. 그 와중에도 눈을 떼지 않고 조심조심 발을 옮겨 사라졌다. 공원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랬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부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오다가 아이를 보고 슬며시 인사만 던지고 자리를 떠났다. 마치 피식자가 배부르게 늘어진 포식자를 만난 꼴이었다.

 그 덕에 쿠로코 일가는 뒤늦게 나왔음에도 제법 명당인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처음처럼 그들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쿠로코는 의기소침했고, 그걸 알아차린 부부는 내심 착잡했다. 이럴 것 같아서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었다. 이제 고작 3살인데 이렇다. 10살이 되기 전까진 클수록 힘이 강해질 건데… 외가로 보내는 편이 좋지 않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기는 쿠로코처럼 힘을 지닌 존재가 많으니까 적어도 이렇게 이 아이를 무서워하진 않을 것이다. 아니, 그건 또 모르지. 쿠로코처럼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존재는 그녀도 본 적 없다. 오히려 더 심할지도 몰라. 무엇보다 우리 아이잖아. 우리 아이를 어디로 보낼까.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절대 놓을 수 없건만… 부부는 그렇게 눈빛을 교환하며 쿠로코의 자그마한 손을 꼭 쥐었다. 아이가 고개를 들자 다정히 웃어주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어린 쿠로코는 모른다. 다만 꼭 잡아주는 손이 마치 여기에 있어도 된다는 것 같아서 조금 기운이 났다. 아주 조금이지만 마음 한편이 따뜻해져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그의 기분을 읽은 꽃의 정령이 춤을 추며 그의 곁에 다가왔다. 가라앉은 그의 기분에 맞춰 숨을 죽였었지만, 꽃의 정령은 원래 조금 멋대로고 춤추는 걸 업으로 삼은 존재다. 그렇다 보니 하늘하늘하고 나긋나긋한 정령의 춤은 금방 그의 눈길을 빼앗았다. 이렇게나 많은 정령이 일제히 추는 춤은 처음 보는 것이었고, 그만큼 신기했던 탓이다.


 "아직 만개하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다른 때보다 더 예쁜 것 같네요. 그렇지요, 여보?"

 "어쩌면 테츠야군을 반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서로 존대하는 부부의 조근한 말에 쿠로코의 기분이 더 좋아졌다. 전부가 피하기만 했다면 정말 최악의 첫 외출이었을 것이다. 꽃의 정령이 보내는 환대에 쿠로코는 조금 들떠서 꼭 잡아주는 부부의 손을 마주 잡았다.

 비워진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과 짐을 내려두고는 멀뚱히 보고만 있는 아이의 신발을 벗기고 자리 위로 이끌었다. 울퉁불퉁한 흙 특유의 감촉이 돗자리 위로 느껴지자, 쿠로코는 신기한지 한동안 바닥을 꾹꾹 누르며 돌아다녔다. 천진한 아이의 행동에 부부는 웃었지만, 정령들은 저들을 보지 않는다고 조금 토라졌다. 물론, 그도 잠시 그의 주위에 몰린 정령들이 고운 구슬을 건넸다. 그걸 멀뚱히 바라보다가 무심코 받아드니 그 후로 각양각색의 조공이 이어졌다. 선물이니 기뻐해야겠지만, 자그마한 그의 손으로는 다 들 수 없을 만큼 가득이라 어쩔 수 없이 자리 위에 늘어놓았다.


 "테츠야군은 벌써 선물을 잔뜩 받았군요. 예쁜 꽃잎이 가득하네요?"

 "정말요! 어머나 예뻐라~. 테츠야군에게는 보물일 테니 어디 담아야 할 텐데……."


 쿠로코에게는 각종 물건이었지만, 부모님에게는 그냥 꽃잎으로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집에서도 그랬으니 그냥 넘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찮게 보일지는 몰라도 가족도, 집안의 존재도 아닌 이들이 준 첫 선물이다. 아이가 그걸 소중히 여기는 걸 읽은 아버지가 급히 어디론가 가더니 큼지막한 유리병을 가져왔다. 보물이니 이런 게 좋겠지요? 웃으며 말하는 아버지에게 쿠로코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조금 상기된 얼굴로 받은 선물을 담았다. 반짝거리는 유리병에 반짝반짝거리는 보물이 가득……. 마냥 어렸던 그는 그게 예뻐서 더 마음에 들었다.

 표정 변화가 그다지 없는 아이가 저리도 좋아하는 걸 보니 부모님의 마음도 덩달아 들떴다. 도시락을 꺼내고 쿠로코에게 먹으라 권하며 서로 조근조근 대화를 나눈다. 간단한 일상 대화에서, 조금은 어려운 경제이야기까지. 가끔 쿠로코의 장래를 걱정하는 말도 나왔지만, 우리 아이니 우리가 힘내자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는 부모의 대화를 흘려 들었다. 사실,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그도 알 수 있는 이야기가 들렸다.


 "벚꽃은 질 때가 더 예쁘지만, 역시 무리겠지요?"

 "그쯤이 가장 바쁠 때라… 다시 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역시 조금 힘들겠네요. 당신에게도 테츠야군에게도 미안합니다."

 "그런 말 마세요, 여보. 우린 가족이잖아요. 미안하다는 말은 필요 없답니다. 오히려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놀려고만 해서야 쓰나요."

 "이런, 테츠야군은 아직 노는 게 일인 나이랍니다. 그리고 당신도 조금 놀아도 돼요. 언제나 우리를 위해 힘쓰는 걸 아니까요."


 이어지는 말은 흘려버리고 꽃이 질 때가 더 예쁘다는 말만 쿠로코의 귀에 남았다.

 아직 어렸지만, 쿠로코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어머니는 그걸 숨기기 위해 그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었지만, 그에게는 이것저것 알려주는 존재가 굉장히 많았다. 그들은 부모님에게 보이지 않는 기이한 존재였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그를 보기 위해 왔었고, 그에게 스스로 복종하며 종을 자처했다. 사실 복종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라 신기한 걸 구경하는 분위기로 왔었다. 믿을 수 없다! 다른 인간의 아이는 이렇지 않은데!? 정체가 뭐지? 신기한 아이군. 단순한 아이가 아니야. 부모는 평범한데 어떻게 이런 존재가……. 등의 말을 늘 들었으니 모르면 이상하리라.

 자신이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것도 알았고, 이렇게 이상한 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부모님의 대단함도 알았다. 보통은 버리던데 이 부부는 대단하군. 둔해서 그럴 거야. 그래도 저런 걸 감내하는 게 굉장하지 않아? 저 여자의 집안은 거기라고! 아이를 거기로 보내지 않는다니 굉장한데? 같은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로 하는 건 무서워서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다. 원하는 건 전부 이뤄주고 싶었다.

 쿠로코는 정말 순수하게 부부가 함께 보고 싶어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져라."


 옹알이 같은 쿠로코의 말에 벚꽃이 만개하더니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강하지도 않은 바람에 흐느적 제 몸을 맡기고 가지에서 흩어져내린다. 수십 그루의 벚나무에서 꽃망울이 피어나 흩어지는 건 정말 장관이었다. 술렁술렁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기이한 상황에 사람들은 기뻐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그리고 부부도 깜짝 놀라 쿠로코를 바라본다.

 아이는 그저 부모님이 기뻐하길 원했었다.


 "테츠야군이 한 건가요?"


 조심스럽지만, 조금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에 쿠로코는 살짝 겁이 났다. 뭔가 잘못된 걸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테츠야군, 이런 힘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없게 돼요. 마음은, 정말 기쁩니다. 다만…… 우리는 테츠야군을, 우리 소중한 아이를 빼앗길까 봐 무섭답니다. 그러니 우리를 위해서라면 아주 조금만 써주세요."


 아버지의 조용한 말에 쿠로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빼앗길까 봐 무서운 거다. 그걸 확실하게 듣고 나니 이상하게 울고 싶어졌다. 부모님은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그런 거구나. 결국, 히끅거리는 그를 아버지가 다정히 안고 다독인다. 몇 번이고 괜찮다면서 고맙다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결국 울어버렸다. 잃고 싶지 않았다.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허락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엇인지 어린 그는 알 수 없었지만, 울다 지쳐 반쯤 잠든 그를 부부는 다정히 감싸주었다.

 몽롱한 상태의 쿠로코에게 나이가 지긋한 정령이 다가와 속삭였다. 무슨 말인지는 너무 어려워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그에게 최악이 될 뻔한 첫 외출이었다. 벚꽃 덕분에 부모님의 사랑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쿠로코는 부모님이 담소를 나눌 때 자그마하게 속삭였다.


 "번성하라."


 13년이 흐른 지금도 그곳의 벚꽃은 다른 곳보다 훨씬 아름답고 우거져서 일종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쿠로코는 처음으로 자신을 부정하지 않게 되었다.



괴물(=이형)에게도 괴상하다는 말을 들었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사실 애가 이렇게나 성숙해진데에는 저런 이유가 큽니다.
자신이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것과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
혹시 부모님도 자기를 무서워할지도 모른다는 게 무서워서 실질적으로 힘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부모님에게도 괴물이라고 들을까봐……

버려진다느니, 용캐 데리고 있다느니 등의 말을 괴물에게서 계속 듣다보니 불안해지고,
자신이 이상하니까 문제인거라고 자기를 계속 부정하게 된거죠.
덤으로 쿠로코가 워낙 강하다보니 저 이형들은 자기가 한말을 다 설명해서 다 알아들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최악의 상태였죠.

하지만 부모님은 아낌없이 사랑해주었으니까……
거기다 자신의 능력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사랑해줘서 안도한겁니다.

요거 키포인트죠.

다 알면서 무서워하지 않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쿠로코의 마음도 많이 풀리게 됩니다.
그 전에 외사촌 덕에 조금 방황합니다만.[웃음]
까일 수 밖에 없는 외사촌.[…]

이상입니다.
별로 재미없는 내용이 계속 이어지네요.
다음은 사촌삼형제의 만남입니다.[웃음]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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