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코의 농구 / 키쿠로] 놀이의 끝 (1) -1

생뚱맞은 새글입니다.
짧아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키쿠로←아카, 아오, 모모인 느낌입니다만 전부 서브인데다가 거의 안나오니 패스!
아카시의 이야기는 조금 나옵니다만, 쿠로코가 철벽이라……

기본적으로 모두 24살이 되었습니다.
키세는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배우 겸 모델이 되었고, 쿠로코는 좀 팔리는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10년 전, 중2무렵 '연애 놀이'를 시작한 두 사람이 이거 너무 오래갔다면서 끝내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내용이 저게 다에요.[…]

참고로 그냥 상남자인 쿠로코를 쓰고 싶어서 구상한 비화가 있습니다.
근데 땅파는 게 쿠로코야[…]
뭔가 이상하지만 넘어가 주세요오….


PS. 왜 이것부터 올렸는지 모르겠네요.
랜덤 파일 열기의 결과인가!?[…]

덧붙여서 올렸던 순서대로 수정해서 올립니다.[…]
덕분에 순서가 좀 괴랄할 것 같습니다만……


그럼 시작합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카페테라스에 천천히 노을이 깔린다. 날이 워낙 좋았었기에 먼 바다는 태양을 그대로 비추어 마치 2개의 태양이 서로 만나러 가는 것 같다. 퍽 낭만적인 풍경이군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읽던 책을 덮었다.

 오늘 만날 사람을 생각해서 가볍게 읽으려 빌린 책이다. 간단한 러브 코미디로 인기 많은 두 남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쳐 내려고 사귀는 척 하다가 진짜 사랑하는 이가 생겨서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 웃으면서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는 조금도 웃을 수 없었다. 근래 그의 ‘연인’이 하는 행동과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너무 비슷해서 속만 쓰려온 탓이다. 웃으며 만나고 싶었는데……. 그는 한숨대신 앞에 놓은 바닐라쉐이크를 쪽쪽 빨아 먹었다. 분명 달싹지근한 맛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냥 씁쓸하다. 결국 마시는 걸 관두고 바다로 시선을 옮겼다.

 아른아른 바다로 저무는 태양을 망연히 바라보니 문득 먹먹해졌다.

 장난처럼 시작해서 벌써 10년째. 강산이 변하고 사람의 마음이 변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이제 진짜 서로의 갈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사실 그는 이걸 5년 전에도 8년 전에도 생각했었다. 단순한 놀이로 2년도 길었으니까. 5년도 긴 거지. 설마하니 10년째 이어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지금도 이건 ‘연애 놀이’인 걸까? 아니면?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괴롭다면 ‘놀이’가 아니야. 넌 어떻게 생각하지?』


 그럼 이 관계를 뭐라고 해야 하나요? 답을 청했지만, 그도 자신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그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답을 알면서 왜 묻느냐는 듯 가만히 바라보며 웃었을 따름이었다.

 생각을 조금 바꿔봤다.

 ‘연인’인 키세 료타(黄瀬 涼太)가 없는 쿠로코 테츠야(黒子 テツヤ)는 어떨까? 상상한 것만으로도 숨 쉬기가 어려워졌다. 키세의 곁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언제부터 이렇게 진심이 된 걸까? 처음에는 그저 ‘놀이’였을 뿐이었는데……. 자신의 어리석음에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단순히 미운정이 든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 모르는 사이 움직인 마음이 말하는 거다. 자신은 늦었다. 그럼 키세는? 이 이상 진지해지기 전이 끝내야하지 않을까? 키세마저 진심이 되어버리기 전에 놓아줘야 하지 않을까?

 8년 전에 했고, 5년 전에도 했던 고민을 반복한다. 이대로 생각만하다가 결국 또 시간만 지나가겠지. 사실 쿠로코는 둘만의 ‘놀이’가 진지했다는 걸 알았다. 마주잡은 손이, 끌어안은 고동이, 마주치는 눈동자가, 가끔 맞닿는 입술이 전부 알려줬으니까.


 『테츠야는 어떻게 할 거지? 계속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끝낼 것인가, 그도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어느 쪽?』


 심술궂은 오드아이를 깜빡이며 잔혹한 질문을 던진다.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건 없어. 넌 선택해야만 해. 압니다만, 지금 생각하긴 싫습니다. 이 이상 지속되면 어느 쪽으로든 끝이라는 걸 알면서? 짓궂지만, 진지한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구설로 그가 망가지거나, 아니면 지친 네 마음이 망가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 친우, 아카시 세이쥬로(赤司 征十郎)는 웃었다.


 『아니면 그 마음에 압사 당하려나?』

 “쿠로콧치~!! 미안함다! 많이 기다렸지여?”


 조금은 냉정하던 그의 말을 가르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기다리던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고개를 드니 모자와 선글라스로 가려도 여전히 반짝반짝 오라가 역력한 키세가 있었다. 근 1주일만이다. 보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 만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만큼 만나고 싶지 않았었다. 해야 할 말이 있건만 무거운 입술은 떨어지길 거부한다. 결국 다시 시선을 떨구니 걱정스러운 손길이 뺨에 닿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검까? 오늘 무리해서 나온 검까!? 몸이 안좋다거나……!? 쏟아지는 질문에 느릿한 고갯짓으로 대답했다.


 “그럼 왜?”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기뻤다. 그만큼 소중하다는 거였으니까. 가슴 깨가 아려왔다. 쿠로콧치? 조금 불안한 목소리가 그의 등을 떠민다. 이제 말해야만 한다.


 “키세군.”

 “넵! 뭠니까?”

 “벌써 24살이 되었습니다.”

 “그렇네여.”

 “시간은 정말 잘 흐르는 군요. 어린 날의 치기를 끝내야 할 정도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

 “키세군, 이제 ‘놀이’는 끝내도록 합시다. 이제부터 ‘진짜’를 찾도록 하죠.”


 태양이 저편으로 사라진다. 전등이 나간 듯, 불이 들어오지 않는 테라스는 새까매서 키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뺨에 닿은 손의 온기와 떨림으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