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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완결이 납니다.
… 가장 위험한 말을 했어요,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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ココロ キセキ + ココロ
마음 기적 + 마음
- 作 Kamar
=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내가 길어도 5년밖에 못 산다 이건가? =
새까만 방안, 변조된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어딘가로 날아간다. 그것에 익숙한 듯, 화상에 나타난 이가 생김새만큼 깐깐하게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더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이건 신종 유전자 변형으로 발생한 병으로써……]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의 향연이었다. 결론만 꼽아 이야기하자면, 그의 병은 신종 유전자병 중 하나로 아직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일단 발병하면 10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그의 병은 변형의 일종으로 전례를 통해 봤을 때, 길어도 5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시끄럽게 전문용어를 들어가며 떠드는 노인의 모습을 보지도 않고 회선을 끊었다. 화상의 희미한 빛조차 사라지자, 바닥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올라왔다. 빛이 사라지면 스스로 발광하는 물질이 섞인 타일의 빛이다. 이 타일의 최대 특징은 그 위에 물체가 있으면, 파문이 이는 것 같은 형상으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만들어진 이후로 특별한 에너지 보충이 없어도 200년 이상 지속한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근 130년간 과학자로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그의 역작 중 하나다.
이것을 만들어낸 이후로 과학계에서 괴물로 통하게 된, 그가 구석에 주저앉아 마이크를 집어던졌다. 그건 근세 자료에나 보이던 스탠드 마이크의 윗부분만 잘라놓은 것 같은 형태다. 아까까지 그가 사용하던 이건, 불규칙한 패턴으로 목소리를 변조시켜주는 기계다. 패턴이 없어서 어떤 수를 쓰더라도 원래 목소리를 알아차릴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커서 상용화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그가 만들어낸 역작이다.
“5년이라…….”
그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약 150살이라고 알려진 그는 정말 황당하게도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간신히 묶이는 길이의 밝은 금발을 당겨 묶고, 이제 10대 초 · 중반으로 보이는 몸을 웅크린다. 어린 외모와 달리 긴 세월을 담고 차분히 가라앉은 푸른 눈동자가 느릿하게 감겼다.
이윽고 그 눈이 다시 뜨였을 때, 속사포처럼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철모르기 애일 때 ‘늙어 죽지 않을까~’라고 했더니 몸의 시간을 멈추고, ‘적당히 살다가 죽어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하니 빌어먹을 병이냐? 인간적으로 너무 하지 않아? 똑똑하길 바란 적이 없는 데, 불세출의 천재라는 소리를 듣게 해서 주위 사람들이 죄다 떠난 것까지 좋다 이거야. 이용해 먹으려는 인간들만 주위에 몰아넣은 것도 좋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인간 불신에 걸려서 혼자 박히게 된 것도 이해하겠다고!! 그런데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아, 제기랄! 신이시여, 거기 계신다면 이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좀 평범하게 살다 죽게 해주면 안 되는 거였느냐고요!?”
심정을 토해내고 나니 서럽다.
멋모르던 어린 시절,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는 게 마냥 좋았다. 좀 더 칭찬을 받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 누구 하나 보듬어 주는 사람 없었다. 부모까지 그를 이용하기 시작했었다.
그가 그 사실을 절감한 건, 한번 이상한 집단에 납치되었을 때다. 어디의 무슨 집단이지는 모르지만, 목적만은 확실했다. 바로 그의 뇌였다. 그때 그의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의 납치를 묵과했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자력으로 탈출해야 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남몰래 뒷조사를 해봤다. 그랬더니 그의 주위에 있던 이들이, 심지어 그의 부모까지 거액의 돈을 받았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납치사건이 있었던 날부터 그의 몸은 나이를 먹지 않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 뇌에서 그걸 인식해 성장 호르몬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멈춘 것이다. 그로써 그의 몸은 영원한 14살이 되었고, 그의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게 싫어서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깊은 산골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영상기록을 지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기록을 지웠다. 음성 변조기도 원래 어린 목소리를 숨기려고 만들었다. 철저히 사람을 피하기를 약 130년. 이젠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의 이름, ‘카가미네 렌’이라는 이름만이 전설처럼 떠돌 뿐이다.
‘외롭다.’
그 긴 세월동안 느낀 적 없던 외로움이 그를 덮쳤다. 이대로 혼자서 쓸쓸하게 죽는다고? 그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도 진정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그건 싫다. 무서웠다.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잔뜩 웅크린 몸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래도 혼자라는 것에 대한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용케 이런 것을 모르고 살았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죽기 전까지 사람들과 어울려 이 외로움을 털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믿을 수 없어. 그가 만약 ‘카가미네 렌’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예전처럼 이용하려는 인간들만 들러붙겠지. 그게 아니라도 괴물을 보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치욕을 겪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외로운 건 싫어. 어쩌지?’
사람은 싫다. 하지만, 외로운 것도 싫다. 동물도 생각해봤지만, 끝까지 돌봐줄 수 없으니 나중에는 결국 굶어 죽게 될 거다. 사람에게는 결국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필요에 따라 다른 존재의 생명을 마음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행동을 하는 순간, 그는 그를 이용하려고 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진다. 그건 끔찍하게도 싫었다. 사람은 싫고, 동물은 안 된다.
“차라리 만들까?”
그건 그가 고민하다 지쳐서 내뱉은 말이었다. 그냥 되는 대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직도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로봇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것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이다. 불가능이 다 뭐냐,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불리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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